즐겁지만 아쉬웠던 우리학교 축제

등록 2001.10.16 14:48수정 2001.10.17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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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동안 학교 축제였습니다. 오색 풍선이 학교를 수놓고, 건물 벽마다 아이들이 붙여놓은 홍보물로 가득했습니다. 아이들도 선생도 모두 마음이 들떠 있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그저 의례적인 연중 행사가 아니라 한 해의 성과들을 정리하고 평가해보는 자리여서 더 그런 마음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첫날 오전에는 먼저 체육대회를 했습니다. 청, 백, 홍군으로 나뉘어 줄다리기를 하고, 이어 달리기도 하며 아이들은 자기 편 응원에 목이 쉬는 줄도 몰랐습니다. 어머니들이 함께 참여하여 딸과 함께 럭비공을 몰았고, 아이들 틈에 섞여 생활 체조 시범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모녀 합동 체육대회'라는 이름에 걸맞게 함께 달리고 웃는 모녀의 표정이 아름다웠습니다. 비록 옛날 시골 초등학교 운동회와는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차이가 있었지만, 그래도 좁디좁은 교실에서 하루종일 씨름해야 하는 아이들이, 저렇게 가을 햇살 아래 환하게 웃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행사였습니다.

이틀 동안 학교 곳곳은 온갖 전시와 공연으로 활기차 있었습니다. 수업 시간이면 엎드려 자기 일쑤인 아이들이, 오늘은 모두 생생합니다. 한시를 그림으로 그려 전시한 한시 시화전은 수업의 성과물이었습니다. 배아복제에 관한 진지한 토론은 우리 아이들이 결코 표피적 재미만 좇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난타 공연도 있었고, 사물놀이도 농악도 학교를 온통 흥겨운 공간으로 만들어주었습니다.

학생회에서 주관하는 먹거리 장터에는 선생님들과 함께 떡볶이를 나누어 먹는 아이들도 있었고, 엄마와 딸이 김밥을 먹여주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그렇게 함께 하는 축제는 이틀 동안 이어졌습니다. 아이들은 신이 나서 교정을 돌아다녔고, 서로 자기네 동아리 전시와 공연에 사람들을 불러모으느라 바빴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수업도 저렇게 재미있는 일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내 수업은 왜 아이들에게 저런 즐거움을 주지 못할까 하는 반성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마음 아픈 일도 있었습니다. 1, 2학년이 축제에 신명나 하는 동안, 3학년은 수능 준비로 정신이 없었습니다. 교정이 들썩들썩한데, 3학년 아이들은 책 속에 마음을 제대로 둘 수 있었을까요?


많은 학교들이 축제라는 이름으로 연예인을 불러 공연을 합니다. 그 연예인의 공연이 축제의 가장 중요한 행사이고, 전부이기도 합니다. 다른 학교 아이들은 그런 연예인의 공연을 보러 모여듭니다. 어느 때부터인가 고등학교의 축제가 마치 방송국의 연예 프로처럼 바뀌기 시작한 것입니다.

올 해 우리 학교 축제는 비록 연예인을 부르지는 않았지만, 가장 학생다운 축제, 수업과 연계된 축제였습니다. 그래서 밋밋하게 보였을지는 모르지만, 오히려 그런 점 때문에 풋풋하고 싱그러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축제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축제는 학생회가 중심이 되어 기획되고 진행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대부분의 학교 축제는 학생회를 담당하는 특활부 교사가 프로그램을 짜고, 학생회는 먹거리 장터나 기타 다른 진행을 담당하는 수동적인 역할을 담당할 뿐입니다. 또 동아리에 소속된 일부 학생들만 참여하기 일쑤고, 얼마나 유명한 연예인을 부르느냐에만 관심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생회 대표들이 머리를 맞대고 예산을 편성하고, 수업의 성과와 동아리 활동을 결산하는 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지역 사회와 학부모가 함께 참여하는 축제가 된다면, 명실상부한 교육의 축제로 학교 축제가 자리잡아 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덧붙이는 글 축제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축제는 학생회가 중심이 되어 기획되고 진행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대부분의 학교 축제는 학생회를 담당하는 특활부 교사가 프로그램을 짜고, 학생회는 먹거리 장터나 기타 다른 진행을 담당하는 수동적인 역할을 담당할 뿐입니다. 또 동아리에 소속된 일부 학생들만 참여하기 일쑤고, 얼마나 유명한 연예인을 부르느냐에만 관심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생회 대표들이 머리를 맞대고 예산을 편성하고, 수업의 성과와 동아리 활동을 결산하는 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지역 사회와 학부모가 함께 참여하는 축제가 된다면, 명실상부한 교육의 축제로 학교 축제가 자리잡아 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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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장다리꽃같은 우리 아이들>, <작은 바람 하나로 시작된 우리 랑은>, <천년 전 같은 하루>, <꽃,꽃잎>, <물골, 그 집>, <람풍>등의 시집과 <비에 젖은 종이 비행기>, <꽃비> , <무지개 너머 1,230마일> 등의 소설, 여행기 <구름의 성, 운남>, <일생에 한 번은 몽골을 만나라> 등의 책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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