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님께 국가보안법을 물었더니

시민단체 공개질의서에 대부분 '묵묵부답'

등록 2001.10.25 11:44수정 2001.10.29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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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간단한 질문을 던져보자.

"국가보안법 앞에 선 국회의원들의 모습은?"
-1번. 정당과는 상관없이 소신있는 정치인의 모습을 보인다.
-2번. 국회 활동이 너무 바빠 신경 쓸 겨를이 없다.
-3번. 논란에 끼고 싶지 않아 눈치만 살핀다.

혹시 정답을 쉽게 찾지 못하는 이가 있다면 다음의 사례를 들어보면 어떨까.

최근 대구경북지역양심수후원회(이하 후원회)가 지역 국회의원들에게 국가보안법에 관한 공개질의서를 보내고 그 결과를 공개했다.

하지만 존폐 여부를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 국가보안법 문제의 심각성과는 달리 입법부의 상징인 국회의원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실망스러운' 결과를 다시 한번 확인케 했다.

후원회는 지난 5월말 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전 의장인 손준혁(29) 씨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것을 계기로 대구지역 국회의원 11명(한나라당)을 대상으로 국가보안법과 관련 공개질의서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이 공개질의서는 ▲국가보안법의 제정 배경 ▲통일문제와 국가보안법 ▲한총련과 국가보안법 외 총 6개항의 질문으로 다소 '간단하게' 객관식으로 구성돼 있다.


후원회가 각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공개질의서를 보낸 것은 지난 6월 25일 경부터. 후원회는 1차 시한을 한 달 후인 7월 25일로 계획하고 있었다. 하지만 1차 시한에 맞춰 공개질의서에 대한 답변을 해온 국회의원은 한나라당 현승일 의원(지역구 대구 남구) 단 한 명뿐이었다.

그리고 최종 시한인 지난 9월15일까지 나머지 국회의원들은 대답이 없었다. 공개질의서에 답변을 한 나머지 국회의원인 박종근(달서구 갑) 의원은 하루를 넘긴 16일자로 답변을 보냈다.


이번 조사활동을 담당한 후원회 이현주 씨는 "공개질의서에 대한 답변을 듣기 위해 우편, 홈페이지 글 올리기, 전자메일 보내기, 팩스, 그리고 각 의원실 관계자들에게 5차례 이상 전화통화를 하고도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 답답할 뿐"이라고 말하고 "의원들이 6월에는 국회 회기 중이라는 이유로, 그리고 7월에는 여름 휴가라는 등 이유 들어 답변을 회피하는 것 같아 실망했다"고 주장했다.

후원회 측에 따르면 마지막 시한을 앞두고는 각종 이유를 들어 답변을 미루던 의원 측에서 '아무렇게나 해석하라' 식으로 무책임한 모습까지 보였다고 한다.

"뜨거운 감자 건드리기 싫다"

그렇다면 국회의원들은 정말 국회 일정이 빠듯하고, 휴가철 때문에 공개질의서에 대한 답변을 할 수 없었을까. 기자가 직접 전화 통화를 통해 확인해본 의원실 관계자들의 말은 달랐다.

K아무개 의원 측 관계자에 따르면 "얼마 전 다른 단체에서 이와 유사한 공개질의서를 보내 답변을 했더니 오해를 불러일으켜 곤혹스러웠다"면서 "또 다시 이런 문제가 염려돼 공개질의서에 응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 P아무개 의원의 경우에는 "국가보안법 문제와 관련해서는 의원님의 개인적인 소견은 있지만 당론이 있기 때문에 의견을 공개하기에는 어렵다"고 말하고 "하지만 시기적으로 국가보안법의 개정 문제 등이 시기적으로 이르다는 것은 당론과 일치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결국 '뜨거운 감자'인 국가보안법 논쟁에 휘말리기 싫다는 것. 당론에 대한 '눈치보기'와 유권자들에 대한 이미지 관리 둘다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말이다.

이에 대해 후원회 곽은경 사무국장은 "소신 있는 정치인의 모습을 바라는 국민들의 마음과는 달리 당론에 얽매이는 국회의원들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사회 제 단체가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해 끊임없이 주장했음에도 당론을 핑계삼고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곽은경 사무국장은 또 "답변을 한 국회의원의 경우에도 국가보안법의 제정되었던 배경과 악용 사례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어 의원들의 의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다"면서 "국회의원들은 아직도 국가보안법의 현실을 이해하지 못한 채 이데올로기 전쟁에만 빠져 있는 듯 하다"고 지적했다.

후원회는 대구지역 국회의원들에 대한 공개질의서를 마감하고 다음달 13일까지 경북지역 국회의원들에게 공개질의서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고 있다. 후원회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11월 23일 국가보안법의 존치와 폐지 여부를 놓고 공개토론회를 열 계획이다.

ⓒ이승욱
다음은 공개질의서 전문과 각 의원들의 답변이다.

▷공개질의서 내용

질의 1] 국가보안법은 1948년 이승만은 공안정국을 형성해 놓은 후 악법조작을 반대하는 국회의원들을 용공분자로 몰아 탄압을 하면서 11월 20일 일제의 치안유지법과 미군 정 포고령을 합쳐놓은 국가보안법을 가결시켰습니다. 이렇게 가결된 국가보안법은 날치기로 통과되었으며 그 이후 세계 최고의 악법임을 자랑하며 자주, 민주, 통일을 지향하는 4천만 민중을 맹렬히 탄압하기 시작했습니다.

국가보안법은 사상과 양심의 자유, 언론·출판·예술 등 표현의 자유까지 침해하고 있으며 자주와 민주, 통일을 열망하는 민중들과 심지어는 생존권을 요구하는 민중들을 탄압하는데 쓰이고 있습니다. 또한 민족의 화해와 단합, 통일을 범죄시하고 있어서 독재정권들에 의해 만능탄압 악법으로서 악랄하게 이용되어 왔고 그로 인해 막걸리 법이라는 우습지도 않은 별명까지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국가보안법이 생겨난 배경을 알고 계셨습니까?

① 예 ② 아니오 ③ 기타의견

▷ 답변 내용 (이하 파란색 글 답변임)

박종근 의원(이하 박) : ② - 법률 제정취지에 관한 견해를 달리합니다.
현승일 의원(이하 현) : ① - 국가보안법이 정치적 목적에서 악용된 사례가 있으나 그 동안 10여 차례의 개정을 거쳐 오늘날에는 악용의 소지가 거의 없어졌다. 아직도 악용의 소지가 있다면 그 부분은 개정되어야 한다.


질의 2] 노태우 정권시절 7.4남북공동성명에서도 이북을 하나의 국가로 인정했으며 유엔에 동시가입을 한 적이 있습니다. 또한 얼마 전 6.15공동선언에서도 밝혔듯이 남북간의 통일의 방법은 낮은 단계의 연방제로 하자는 것에 남북간의 책임자가 합의했습니다. 이러한 때에 남과 북의 통일방향은 어떠하게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①현재의 남북의 서로의 체계를 인정하는 낮은 차원의 연방제가 되어야 한다.
②우리의 경제력이 월등함으로 독일처럼 흡수통일을 해야한다.
③통일을 하면 지금도 어려운 나라 경제가 아예 몰락할 수 가 있다. 그렇게 때문에 통일은 되어서 안 된다.
④기타의견>

박 : - 통일을 반대하지 않습니다. 자유, 인권, 민주라는 가치가 보장되는 통일인가 아닌가에 대한 통일 이후의 모습이 분명히 되어야 할 것입니다. 낮은 차원의 연방제의 내용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 : ②


질의 3]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고 각계각층의 남북교류가 활발해진 지금에 북을 적으로 규정하는 국가보안법이 이러한 흐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박 : - 국가보안법 개정에 관한 문제는 통일로 가는 접근 과정에서 상호중의 원칙에 입각하여 추진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에 동법의 개정문제 자체가 통일문제의 중요한 과제로 퇴의 되어야 할 것입니다.

현 : - 북은 공산주의를 고수하고 있다. 북이 공산주의를 포기하지 아니하는 한, 통일은 적화통일을 가져올 수 있다.(두 체제를 병립시키는 연방제는 현실성이 없다) 우리나라는 자원부족과 과다인구로 공산주의로서는 생존이 어렵다. 통일 후에 우리 민족이 생존과 번영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여야 할 것임으로, 현 시점에서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는 것은 민족장래에 도움이 되지 아니한다고
본다.


질의 4] 많은 학생들이 현재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되고 있습니다.
구속이유는 반 국가단체인 한총련에 가입했기 때문이라 합니다. 한총련은 김영삼 정권 마지막 해인 97년에 처음으로 이적단체 규정이 적용되었습니다. 강령과 규약에 있어 이적성이 판단된다는 근거로 내려진 이적단체 규정은 해가 바뀌어도 계속되어 공안기구의 입장으로 기소된 학생들이 국가보안법 실존에 의해 범법자가 되고 있습니다. 매년 새로운 학생대표와 강령을 정하는 과정을 보았을 때 아직까지 한총련이 이적단체로 규정되고 있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이 듭니다. 더욱이 올해에는 한총련이 그간 대표적 이적성으로 판단된 '연방제 통일 방안실현'에 대한 노선을 삭제하고 6.15공동선언 실현이란 강령을 채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한총련에 대한 공안기구의 입장은 변함없이 강행되어 학생들을 구속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어떤 학생들은 심지어 8년째 정치수배자의 생활을 하고 있으며, 80여 명의 양심수와 500여 명의 정치수배자가 있는 실정입니다.

한총련 이적단체 규정에 대해 귀 의원님은 의견은 어떠하십니까?.

① 해년마다 바뀌는 한총련이기는 하지만 이적성을 항상 가지고 있음으로 시기적 절하게 법을 적용해야한다.
② 민족의 문제인 통일에 관해 순수하게 고민하는 때이다. 그러다 보니 다소 자기 주장이 과장되게 표현되기도 하지만 그 모습만으로 이적단체로 규정하기는 힘들다고 본다.
③ 기타의견>

박 : - 이 문제는 사법부에서 판단할 문제이지 국회의원이 판단할 문제는 아니며 다만 한총련이 어느 법률에도 저촉되지 아니하는 합법적 규범 내에서 자유로운 활동이 보장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군사독재 정권 하에서 법 적용에 무리한 점이 있었다던가 과도한 확대해석으로 억울한 자가 있다면 이는 포용적 자세에서 사면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 : - 학생들의 순수한 열정은 이해할 수 있으나 한총련과 같은 사상과 노선은 시대착오적인 것이다. 그러므로 학생들을 선도하여 한총련으로부터 탈퇴토록 해야 하며, 한때 한총련에 가담했다 하더라도 그들이 손을 씻었을 때, 장차 불이익이 없도록 조처하여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질의 5] 국가보안법 논의에 대한 국민들의 청원은 한해 두 해의 일이 아니며 요즘 일각에서 국가보안법에 대한 국회안건 상정이 될 것이라는 추측이 일고 있습니다. 입법권을 행사하는 국회의원의 소명을 가지고 계신 귀 의원님은 국가보안법에 관해 현 국회에서 논의를 할 의향을 가지고 계시는지요?
① 있다. ② 없다. ③ 기타의견

박 : ① 현 : ①

질의 6] 국가 보안법 에 대한 귀 의원님의 의견을 어떠하십니까?
① 폐지 ② 절대 불가
③ 인권적 차원에서나 현 남북간의 화합적분위기를 보았을 때 폐지되어야 하겠지만 아직은 남북이 대치상황임으로 시기 상조라 보아진다.
④ 부분개정-
2조(반국가단체) : 수정( ) 폐지( )
7조(고무찬양) : 수정( ) 폐지( )
10조(불고지죄) : 수정( ) 폐지( )
18조(참고인 구인·유치) : 수정( ) 폐지( )
19조(구속기간 연장) : 수정( ) 폐지( )
21조(상금) : 수정( ) 폐지( )
⑤ 기타

박 : - 질의 3)에 대한 본의원의 답변을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현 : - 국가보안법에 대해 국민적 합의를 갖기 위해 충분히 논의할 필요가 있으나 본 의원은 국가보안법이 자유민주체제를 보전하는데 도움이 되는 법으로서 가능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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