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조간] 변태 치닫는 사회

등록 2001.11.23 22:05수정 2001.11.23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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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이 이용호 특감, 진승현 게이트 수사, 민주당 대권 경쟁 등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모처럼 외국인과 기관투자가의 집중 매수에 힘입어 종합주가지수가 연중최고치인 640선을 넘어섰다는 기사가 23일 주요 일간지의 머릿 기사를 장식했다. 종합주가지수 640선 회복은 지난해 9월 15일 이후 14개월만의 일로 투자자들을 들뜨게 했다.

1면과 정치, 사회면을 통틀어 2야의 '교원 정년 연장' 파문 역시 주요한 기사로 떠올랐다. 22일자에서 교원 정년 연장에 반대하는 내용의 사설을 내보냈던 <동아일보>는 23일자 토요쟁점토론에 교총(이군현 회장)과 참교육학부모회(윤지희 회장)의 찬반 입장을 비교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중앙일보>, <동아일보>에 이어 <한국일보>와 <대한매일>도 각각 '거야의 오만과 횡포', '학부모 반발 이유 있다'는 내용의 사설을 통해 야당 주도의 국정 운영에 우려를 표시했다.

<한겨레>는 "여야가 정쟁에 몰두 임대차, 이자제한법 등이 외면을 당하고 있어 '연중 국회는 뭐하나'라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는 기사를 머릿기사로 올렸고, <대한매일>은 "저작권협회와 출판문화협회 등 5개 단체가 불법복제의 일상화에 항의, 저술, 출판 활동의 중단 선언을 했다"는 기사로 주목을 끌었다. 이밖에 2024년부터 인구가 감소세에 들어간다는 통계청 분석기사가 각 일간지의 주요 기사로 다뤄졌다.

다음은 23일자 중앙일간지 1면 머릿기사

<조선일보> "건보공단, 체납자 기록 무단 삭제... 보험료 1000억 원 날렸다
<동아일보> "재산 해외도피 10여명 출국 금지"
<한겨레> "내팽개쳐진 서민법안"
<한국일보> "주가급등 올 최고치"
<경향신문> "주가급등 연중 최고 경신"
<대한매일> "저작권협 등 저술, 출판 중단 선언"
<세계일보> "교원정년 연장 반발 확산"



사회면에서는 검찰이 국정원의 '수지 김 사건 중단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는 기사와 정년 연장 반대를 천명한 학부모-교원단체의 대응 기사가 주요 기사로 다뤄졌다. '밥 먹고 합시다'라는 유행어로 80년대 말과 90년대 초를 풍미했던 개그맨 양종철 씨의 교통사고 사망 기사도 사회면 토막기사로 자리잡았다.

<대한매일>은 음란 '유리방'이 등장, 변태로 치닫는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기사를 사회면 탑으로 배치했다. 다음은 기사 전문.


유리로 가로막힌 밀실을 성인남녀에게 빌려주고, 그들이 온갖 변태적인 음란행위를 벌이도록 부추기는 일본식 ‘유리방’이 주택가에 인접한 동네 상가에서 성업중이어서 주민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이런 업소들은 서울 천호동·마포,경기도 일산·분당, 부산 등 전국 10여곳에서 최근 문을 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당국은 이같은 신종 변태업소를 규제할 규정이 없어 단속에 속수무책이다.

지난 21일 밤 10시쯤 경기도 일산의 번화가 지하철역 근처.‘쇼킹 유리방 등장’이라는 요란한 광고물이 내걸린 업소 내부에는 희미한 조명 아래 복도를 따라 ‘쪽방’이라 불리는 밀실이 13개가량 설치돼 있었다. 입구에는 시간당 ‘남자 0만원, 여자 0만원’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1평 남짓한 쪽방은 대형 유리로 가로막혀 두칸으로 나뉘어 있고,1인용 소파와 성인영화가 나오는 소형 TV 등이 있었다. 유리에는 공연장 매표창구보다 좀 더 큰 구멍이 뚫려있어 대화를 하거나 손을 집어넣을 수 있도록 돼 있다.

잠시 뒤 유리 건너편의 방에 30대 초반의 여자가 들어와 짤막하게 자신을 소개하고는 “‘현금박치기’이니까 지갑 안을 보여달라”면서 “상의를 벗느냐, 하의를 벗느냐에 따라 값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한동안 이상한 동작을 연출하다 ‘2차’를 권유하면서 “화대는 비디오방이나 승용차, 화장실 등 장소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이러는 중에도 업소밖에서는 돈을 내고 방을 빌리려는 남녀들이 속속 찾아오고 있었다.

문제는 이 곳을 찾는 여성들이 대부분 경기침체로 이혼하거나 가출한 주부 또는 직장여성이라는 점이다. 이들 여성은 성풍속도의 빠른 변화 탓인지, 이런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데 아무런 가책을 느끼지않는 표정이었다.

경기도 부천에 산다는 주부 김모씨(35)는 “남편과 이혼한 뒤 아들 둘과 살며 아동복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면서 “생활비 마련을 위해 일주일에 2∼3차례 정도 이곳을 찾는다”고 털어놓았다. 또 남편과 자식을 둔 직장여성 한모씨(39), 미대를 졸업한 뒤 미혼으로 문구팬시점에서 일하는 이모씨(31) 등 다른 여성들도 “하루 4시간가량 이 곳에서 시간을 보내며 2차를 자주 간다”고 귀뜸했다. 단란주점에서 일했다는 김모씨(27)는 “지겨운 술도 안 먹고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면서 “피곤하기는해도 창피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업소들이 이같이 남녀간의 ‘성거래’장소로 쓰이고 있으나 당국은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일산구청 관계자는 “그런 업소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들으며, 설령 그런 영업을 한다 해도 단속 규정이 없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밀실 사용료를 낸 여성이 방안에서 스스로 옷을 벗는 것을 어떻게 처벌하느냐”면서 “윤락행위를 하는 현장을 덮쳐야 하는데 단속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23일자 중앙일간지 사회면 머릿기사

<조선일보> "검찰, 국정원 '수지 김' 수사 압력 확인땐 처벌"
<대한매일> "수지 김 사건 중단 의혹 국정원 4명 내주 소환"
<한겨레> "정년 연장, 교육계에 풍파"
<경향신문> "정년 연장 반대 여론 확산"
<동아일보> "총각 6명중 1명 짝없어"
<한국일보> "내년 환자부담금 비율 50% 세계 최고"
<세계일보> "한약학과, 신입생 모집 강행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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