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수의 정치 한다더니
민주당이 힘의 정치를 하고 있다"

쇄신연대 반발 속 당무회의 종결, 7일 표결 방침

등록 2002.01.04 10:29수정 2002.01.3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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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쇄신논의 종결·7일 표결 방침

지도체제, 전대시기 등 당 쇄신안을 두고 논란을 거듭하고 있는 민주당 당무회의가 4일 오전에 이어 점심식사 직후 속개됐으나 쇄신연대 소속 의원들이 전원 불참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산회했다. 다음 당무회의는 7일 오전 8시30분에 다시 열기로 했다.

▲ 4일 민주당 당무회의에 참석한 이인제 고문에게 송석찬 의원이 밀담을 건네고 있다. ⓒ 오마이뉴스 최경준
한광옥 대표는 회의를 마치면서 "이 상태로 토론하면 지난달 31일 간담회의 재판(再版)이 될 것 같다"며 "이렇게 반복되는 것은 의미가 없으니 오는 7일 당무회의를 열어 (표결로) 매듭짓자"고 제안했고, 남아 있던 40여 명의 당무위원이 박수로 한 대표의 제안을 통과시켰다.

한 대표는 회의를 속개하기로 했던 오후 1시30분에서 상당한 시간이 지났는데도 쇄신연대 소속 의원들이 참석하지 않자 기자에게 "월요일로도 넘길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며 "만일 월요일에 쇄신연대 소속 의원들이 나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표결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쇄신 논의의 조기매듭을 강력 시사했다.

이인제 상임고문은 회의가 끝난 뒤 "의장이 주말에 절충작업을 벌여 합의가 되면 좋겠다"면서도 "특대위안을 약간 수정해서 합의하는 것이 다수의 흐름인데 반대파 사람들은 너무 파격적이어서 다수의 동의를 못 얻고 있다"고 쇄신연대의 주장을 일축했다.

다음은 이인제 고문의 일문일답이다.

- 어떻게 결론이 났나.
"모든 토론을 종결하고 월요일(7일)에 표결로써 결론을 내리자고 의장이 선언했다. 이에 당무위원 모두 박수로 통과시켰다."


- 왜 월요일로 넘겼나.
"의장(한 대표)이 내일과 모레 사이에 절충작업을 벌여 합의가 되면 좋고…. 반대편(쇄신연대)에서 참석 안 했는데 표결로 들어가기가 그렇지 않나. 당을 위해서 어떤 것이 최선이냐를 고민한다면 (합의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 쇄신연대가 오후 회의에 불참한 것을 어떻게 생각하나.
"바람직하지 못하다. 양대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하는데 (쇄신연대도) 대국적 견지에서 이해해야 할 것이다."


- 쇄신연대 주장을 이해하는가.
"다수의 흐름이 그렇지 못하다. 특대위안을 약간 수정해서 합의하는 것이 다수의 흐름인데 반대편 사람들은 너무 파격적이어서 다수의 동의를 못 얻고 있다."

- 대선후보 선출 전당대회 개최시기에 대해서는 절충할 여지가 있나.
"그것은 선택의 문제이고 전략의 문제다. 어떤 전략이냐에 따라 대선 승패를 좌우한다. 나는 한 대표가 제안한 4월 20일 개최를 지지한다."

- 한화갑 고문과 마지막 타협할 가능성이 있나.
"그럴 계획 없다."

조세형 특대위 위원장은 이날 당무회의에서 "드디어 표결이 진행돼 가는 것 같다"면서 표결을 전제로 절충안을 제시하면서도 "당무위원의 일부가 개인 사정이 아니라 어떤 의지에서 불참한 가운데 표결이 이루어지면 후유증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조 위원장이 제안한 절충안은 △당권·대권 동시출마 금지 허용 △후보 경선 때 인터넷 투표는 법적 기술적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을 전제로 5% 이내 도입 △선호투표제 부활 △당 대표 권한 강화 △원내총무와 정책위의장 당연직 최고위원화 △전당대회 개최시기 문제는 선택의 문제로 합의안되면 표결로 결정 등이다.

조 위원장은 또 김근태 고문을 겨냥해 "일부 고문은 전면적 국민경선제를 주장하셨는데 기술적,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며 "현 단계에서 채택하기 어려우니 양보해 달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이낙연 대변인은 "이번 주말을 계기로 조세형 위원장이 제시한 수정안을 가지고 막후대화가 있을 것"이라며 "지난 번(12월 31일) 당무위원에서는 박상천 고문의 안이 다수였지만 이번 조세형 위원장의 안은 특대위안의 원칙에 충실하고 쇄신연대의 요구를 반영한 안"이라고 설명했다.


"소수 발언은 게릴라전법으로 회의 지연시키기 위한 작전" 발언 파문

민주당 당무회의는 김근태·정동영 고문을 제외한 나머지 대선주자들이 참석한 채 4일 오전 8시30분에 시작됐다. 전체 98명 가운데 63명의 당무위원들이 참석했으며, 김근태·정동영 고문은 당무회의에 앞서 열린 쇄신연대의 결정에 따라 참석하지 않았다.

▲ 4일 열린 민주당 당무회의에서 쇄신연대 소속인 장영달 의원에 이어 신기남 의원도 중간에 불쾌한 표정으로 회의장을 나왔다. ⓒ 오마이뉴스 최경준
비공개로 당무회의가 진행되고 있던 오전 9시45분 한화갑 고문이 회의장 밖으로 나와 한때 '뭔가 틀어진 것 아니냐'는 추측이 있었으나, 한 고문은 기자들에게 "퇴장하는 게 아니"라며 "그렇게 쓰지 말라"고 주문했다. 한 고문은 11시 30분 현재까지 회의장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당무회의 참석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각 당무위원들의 발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체적으로 '오늘 결론을 내리자'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당무위원은 "각자의 의견이 모두 개진되면 한광옥 대표가 표결이든 뭐든 정리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오전 10시45분께 쇄신연대 총간사를 맡고 있는 장영달 의원이 화난 표정으로 회의장 밖으로 나왔다. 장 의원은 혼잣말로 "버르장머리 없는…"이라며 불쾌함을 감추지 못했다.

- 왜 그렇게 화가 났나.
"한 당무위원이 모처럼 발언을 하면서 (쇄신연대를 겨냥해) '소수의 발언은 게릴라 전법으로 회의를 지연시키기 위한 작전'이라고 하더라. 그런 분위기가 용인되는 회의는 무의미하다. 그래서 '그 발언을 취소하고 윤리위에 제소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 한 대표가 가만히 있었나.
"대표가 가만히 있더라. 그 발언이 끝나자 발언권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더라."

장 의원은 "본질에는 관심 없고 쇄신연대를 게릴라 작전이라고 발언하는데도, (대표가) 정리를 안하고 넘어가면 더 이상 논의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며 "평소에 잘 나오지 않는 사람이 꼭 그런 이야기를 한다"고 꼬집었다.

다음은 김진호 당무위원과 장영달 의원 간의 발언 요지다.

김진호 핵심 의제는 대선후보 선출 시기나 중복출마 허용 여부다. 군 작전에 보면 비정규전이 있다. 소위 게릴라전인데, 기본적인 전술은 소수가 다수를 상대해야 하기에 기습과 기만이다. 소수 의견을 말하는 것을 보면 핵심과제 논의는 접근도 못하게 하면서, 다른 의제로 지연시키고 있다.
이 회의가 갖는 중요한 성격으로 진행될 수 없다. 계보정치가 갖는 폐해나 지도체제가 갖는 성격에 대한 논의가 아니라 다른 곳으로 가고 있다. 지연 또는 혼란시키는 의도가 있을 때 이렇게 모여봐야 소용이 없다. 맨날 변죽만 울리는 회의가 돼서는 언제 끝날지 모른다.

장영달 김진호 당무위원의 발언이 대단히 유감스럽다. 당무위원으로서 자격이 없는 발언이다. 그 발언이 취소되고 윤리위원회에서 다뤄져야 한다. 심각한 문제다. 게릴라라니…. 퇴장하겠다.


오전 10시57분 "당내에 계시는 당무위원들은 4층 회의장으로 입장해주기 바란다"는 이례적인 안내방송이 나와 한때 '표결에 들어가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직후 회의장에서 나온 정균환 의원은 "그냥 다들 모여서 얘기하자는 취지로 안내방송을 한 것"이라며 큰 의미를 두지 말라고 전했다.

한편, 오전 11시50분께 신기남 의원도 회의장을 나갔고, 당무위원들은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고 있다.

▲ 4일 오전 민주당 당무회의에 앞서 국회에서 열린 쇄신연대 모임. ⓒ 오마이뉴스 최경준

김근태 고문, '직격탄'을 날리다

"표결은 힘의 정치다. 힘의 정치에 반하는 민주투사라고 불러달라."

민주당의 최종 쇄신안을 논의하게 될 4일 오전 당무회의에 앞서 열린 쇄신연대 모임에 참석한 김근태 상임고문이 기자들을 향해 던진 말이다. 이에 앞서 김 고문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한나라당이 수의 정치를 한다고 뭐라고 하더니, 민주당이 힘의 정치를 하고 있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정대철·정동영 상임고문을 비롯해, 조순형·설훈·김태홍·이재정 의원 등 쇄신연대 소속 의원 17명은 이날 오전 7시30분 국회에서 '대책 모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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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신연대는 당무회의 참석 여부를 놓고 논란을 벌인 끝에 장영달·신기남·조성준 의원을 대표로 참석시켜 △연말(12월 31일) 당무회의의 왜곡 및 부당성 지적 △정치일정 등 상임고문단에서 더 절충 △표결이 아닌 합의처리 등을 주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쇄신연대는 이러한 주장이 반영되지 않은 채 당무회의에서 표결을 강행할 경우 집단 퇴장할 방침이다.

지난 연말과 연초에 베트남을 방문하고 돌아온 신기남 의원은 "우리가 없는 사이에 특대위 안보다 못한 안을 누가 만든 것이냐"며 "특대위는 쇄신연대 안에 대해서는 극구 반대 논리를 펴더니 그 쪽에서 하는 얘기는 가만히 있었다는 것이 이상하다"고 역설했다.

당무회의 참석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는데 이재정 의원은 "한 사안씩 표결하다보면 우리가 말려들어 빠져 나올 수 없을 것"이라며 전원 불참을 주장한 반면, 정동영 고문은 "당당하게 참석해서 우리의 입장을 밝히고, 표결하겠다고 선언하면 나오자"고 말했다. 결국 이날 쇄신연대는 대표를 파견하자는 설훈 의원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오전에 열리고 있는 민주당 당무회의에는 3명의 쇄신연대 대표 외에는 정동영·정대철 고문 등 일부 쇄신파 의원들이 불참한 상태다.

한편, 당무회의에 참석한 박상천 상임고문은 '표결에 반대하지 않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지"라고 분명히 답했으며, 김영배 고문도 이에 동의했다. 또한 당무회의에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던 한화갑 상임고문은 비교적 밝은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다.

당무회의는 초반부터 "한 박자 쉬고 좀 더 절충하자"는 쪽과 "이제는 결단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쪽이 팽팽히 맞서 논란을 벌이고 있다. 한화갑 고문 측근인 조성준 의원은 "협상대표단을 만들어 조금 더 절충하자"고 말했고, 노무현 고문은 "오늘 오전이라고 한 번 더 대화를 하고, 협상 대표를 뽑아서 협상을 하자"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이인제 고문 측근인 원유철 의원은 "결단 시기를 늦추면 당내 갈등이 심화된다"며 "한광옥 대표가 이제까지는 인내의 리더십을 보여줬지만 이제는 결단의 리더십을 보여야 할 때"라고 결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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