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붙이는 글 | 우근민 제주도지사의 성추행 사건에 대한 여성단체 공동기자회견
오늘 우리는 매우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여성들이 어떤 지위에 있던 간에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언제 어디서든, 상대가 누구이든 성폭력의 위험이 우리를 포위하고 있음을 절감해야 하는 현실이 분노를 넘어 참담한 심정에 이르게 합니다.
지금 우리가 공개하는 이 사건이 매우 충격적인 것이기에 공개를 결정하기까지 피해자는 물론, 여성 단체에게도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더 이상 우리의 자매, 딸들에게 일어나는 성폭력을 방치할 수 없다는 절박함과 이 사회에 만연한 성폭력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오늘 오전, 모 여성단체 제주시지부장인 ○○○씨는 우근민 도지사를 성추행 혐의로 여성부에 신고하였습니다.
지난 1월 25일, 제주도 보건복지여성국장과 여성정책과장을 통해서 도지사 면담을 수 차례 요청 받은 피해자는 당일 오후 3시경 도청에 도착하여 도지사를 면담하게 되었습니다.
오후 3시 30분경, 피해자는 도지사 집무실에 들어갔으며 여성단체 및 여성정책에 대해 대화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도지사는 갑자기 피해자의 블라우스 두 번째 단추를 풀고 가슴을 만지는 성추행을 저질렀습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피해자가 깜짝 놀라 지사의 손을 때렸으나 지사는 계속 포옹을 하려 하여 피해자는 지사의 양손을 눌렀습니다.
당시 피해자는 장소가 업무중인 도지사 집무실이고, 상대가 제주도의 최고 권력자인 도지사라는 점, 만약 소리를 지른다고 해도 오히려 소란을 피우는 것으로 역공 당할 것으로 생각되어 제대로 저항할 수 없었습니다.
놀라움과 분노에 쌓인 피해자는 도지사 면담을 주선한 이경희 여성정책과장을 만나 이 사실을 공개하였으나 여성정책과장은 '미친개에게 물렸다고 생각해라', '무덤까지 갖고 가야 한다' 등의 말로 피해자에게 문제시하지 말 것을 종용하였습니다.
피해자는 도지사의 사과를 요구하기 위해 면담 요청을 하여 2월 5일 면담이 이루어졌으나 도지사는 '여동생이 없어서 동생처럼 생각해서 그런 거다' 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말로는 '미안하다'고 했으나 진심으로 사과하지 않고 무마하려는 태도를 보이며 또 다시 포옹을 하려 하였습니다.
도지사가 전혀 반성의 빛을 보이지 않자 피해자는 2월 14일 (사)제주여민회 여성상담소로 상담을 의뢰하여 도지사의 성추행에 대해 정식 대응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우리는 업무시간에 도지사 집무실에서 현직 여성단체장을 성추행했다는 사실에 놀라움과 분노를 감출 수 없습니다. 그것은 제주도의 얼굴이며, 민선 자치단체장으로서 존경과 신뢰를 받아왔던 우근민 도지사의 평소 여성에 대한 시각이 어떠한 것인가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여성의 권익을 위해 앞장서야 할, 여성정책의 실무를 총괄하는 여성정책과장이 사실을 알고서도 이를 은폐하고자 했다는 것에 분노합니다.
대부분의 성폭력 사건은 무엇보다 '소리내어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것이고, 바로 이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로막는 많은 사회적 제약 때문에 성폭력 근절이 더욱 어려운 것입니다.
우리는 이번 사건이 피해자에게 심대한 충격을 주었다는 것과 함께 제주 여성 전체를 무시하고 성적대상화 한 것은 물론 여성단체 전체에 대해 성추행한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제주도민의 명예를 더럽히는 문제이며, 한국사회 고위 공직자의 성 윤리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우리는 제주도내의 여성단체,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전국의 여성단체,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하여 우근민 도지사의 공개사과와 퇴진을 위해 투쟁할 것이며, 전국의 자치단체장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의 성 윤리에 대한 명확한 지침을 마련하도록 할 것입니다.
다른 한편으로 이번 사건의 가해자인 우근민 도지사는 물론, 다른 고위 공직자의 성적 폭력과 관련된 제보를 접수받는 창구를 개설하여 이번 기회에 공직사회의 성폭력을 근절하는 계기로 삼고자 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성폭력을 드러낸다는 것이 두려운 일이고, 특히나 현직 도지사의 성추행을 공개하는 것에 대한 많은 두려움과 갈등을 겪었을 것임에도 용기를 내어 공개를 한 피해자에게 존경과 경의를 표합니다. 우리는 이 사건이 단지 피해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여성의 문제임을 인지하고 성폭력 없는 세상, 우리 딸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우리의 요구
1. 우근민 제주도지사는 피해자와 여성단체장, 제주 여성에게 공개 사과하라!
2. 우근민 제주도지사는 제주도민의 명예를 더럽힌 것에 대해 공개 사과하라!
3. 성추행범을 도지사로 인정할 수 없다. 즉각 사퇴하라!
2002년 2월 22일
(사) 제주여민회 (여성상담소, 가정법률상담소, 가정폭력상담소, 여성1366센터)
/ 대한미용사회제주시지부 / 한국여성단체연합
우근민 제주도지사 성추행 사건 개요
1월 24일
도 여성정책과장 피해자에게 전화가 와서 도지사를 면담했으면 좋겠다고 요청.
1월 25일
오후 3:05
피해자 도지사 집무실 도착
오후 3:30
도지사 면담.
여성단체 및 여성정책에 대한 대화 도중, 도지사, 윗도리 속의 블라우스 두 번째 단추를 풀고 오른쪽 손으로 피해자의 왼쪽 가슴을 만지는 성추행을 저지름.
피해자가 당황하여 도지사의 손을 때림.
도지사, '네가 좋은거야'라며 포옹을 하려 함.
도지사가 다시 전과 같은 행동을 하려하자 피해자가 도지사의 양손을 누름.
피해자가 일어서서 자리를 뜨려는 순간, 도지사가 뒤로 와서 피해자를 끌어 안아 피해자는 도지사의 손을 잡고, '지사님, 손 내리십시오'라고 말함.
1월 26일
오후 9:00
피해자, 도 여성정책과장에게 전화하여 만날 것을 요청.
오후 9:30
커피솦에서 피해자, 여성정책과장 만남.
피해자, 과장에게 도지사 면담 중 일어난 성추행을 이야기 함.
과장, '어이 없다', '미치지 않았나' 등의 발언 후 '○○○가 미친개에게 물렸다고 생각하고 잊어 버려라', '○○○하고 나만 알고 무덤까지 가지고 가야한다'며 은폐할 것을 종용.
2월 5일
피해자, 도지사의 사과를 요구하기 위해 면담 신청하여 면담 이루어짐
오후 4:00
피해자, 1월 25일 면담 과정에서 일어난 성추행을 얘기함.
도지사, '여동생이 없어서', '동생처럼 생각해서', '그래 미안하다, 미안해. 됐나?', '늙은 오빠가 그러는 건 나쁜거 아니야' 등의 반응으로 웃으며 넘기려 함.
또한, 다시 포옹을 하려고 하여, 피해자가 '이러지 마십시오'라고 함.
2월 5일
도지사 면담 직후 피해자, 여성정책과로 가서 과장과 함께 민원실에서 대화
여성정책과장, '가슴에 묻어두라', '보도되면 둘 다 망신이다'라고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