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저를 폭행하라 하십시오"

<에바다 폭력사태> 종식을 위한 한 인권운동가의 호소

등록 2002.03.16 10:33수정 2002.03.18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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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저를 폭행하라 하십시오.

저는 사회복지법인 에바다복지회 이사 박래군입니다. 인권운동사랑방에서 오래도록 인권운동가로 복무하고 있으며, '에바다 정상화를 위한 연대회의' 집행책임자이기도 합니다.

저는 호소합니다. 이제 에바다에서 폭력은 무슨 일이 있어도 중단되어야 합니다.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고, 학생이 학생을 폭행하고, 재학생이 졸업생을 폭행하고, 직원이 학생이자 농아원생을 폭행하는 끔찍한 폭력은 이제 중단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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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바다 학생이나 농아원생을 패고 싶거든 차라리 저를 두들겨 패십시오. 저는 맷집이 좋고, 여러분들이 알고 있듯이 20여년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과 인권운동을 하는 중에 경찰에게 교도관 등등에게 너무도 많이 두들겨 맞았습니다.

최근 몇 년간만 겨우 그 폭력을 면하고 살았습니다. 그러고도 운동판을 떠나지 않고 잘 살고 있으니, 저는 맷집이 좋습니다. 이제 더 이상 선생님을 패지 말고, 저를 패십시오.

저는 에바다복지회의 이사입니다. 지난 8월 합법적으로 이사가 되고도 에바다, 그 농아원과 학교 안에 들어가 보지 못한 무능한 이사입니다. 쇠사슬로 칭칭 감긴 농아원과 학교 정문 앞에서 농아원생들과 외부세력이 합세하여 봉쇄하고 있는 정문 앞에서, 다른 이사님들과 쓸쓸히, 때로는 분노를 머금고 발길을 돌리기 여러 번이었습니다. 이사의 한 사람으로서 그들을 만나지도 못하면서 이 자리를 지키는 것을 몹시도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폭력으로 해결될 일은 없습니다. 지금껏 살아온 그대로 폭력 앞에 무릎 꿇을 수는 없습니다. 폭력으로 불법이 합법이 될 수 없습니다.

2월 28일 학교 앞에서 권오일 교사와 남정수 이사회 사무국장이 폭행을 당했습니다. 권오일 교사는 그 폭행으로 전치 6주의 부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중입니다.


그런데, 그 폭력사태가 며칠이 지났다고 이제는 '해아래집'에 한밤중에 쳐들어와 문을 부수고, 집기를 부수고, 여교사와 에바다학교 졸업생을 폭행하는 것입니까. 누구입니까? 이들을 시킨 자는 누구입니까? 말 못하는 저들을 밤 12시에 해아래집, 예전부터 비리재단 척결 농성투쟁의 거점으로 삼아 살아온 그 집에 누가 쳐들어오게 하였습니까?

오늘이면 다시 몇몇의 에바다 학교 학생들이 수업을 받으러 올 그 배움터이기도 한 해아래집을 쑥대밭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리하여 이제는 교사만이 아니라, 재학생이 졸업생을 집중 구타하고, 경찰이 오자마자 유유히 어둠 속으로 사라지도록 누가 지시하였습니까?

1996년 11월 27일 에바다 사태가 발생한 이후로 저는 에바다와 깊디깊은 인연을 맺어왔습니다. 그리고, 1998년 7월에는 30여 시민사회단체들과 더불어 에바다 사태를 빨리 정상화하여 비리와 인권유린의 오명으로 얼룩진 에바다가 아니라 우리 나라 방방곡곡에 가장 모범적인 장애인 시설로 거듭나게 만들겠다는 다짐으로 '에바다 정상화를 위한 연대회의'를 구성하여 지금껏 운영해 오고 있습니다.

에바다 정상화를 위한 투쟁 가운데서 저는 이 투쟁이 에바다만의 투쟁이 아님을 알았습니다. 구재단측, 최실자·최성창 일가가 나쁘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정말로 악랄한 것은 말못하고, 듣지 못하는 청각장애아, 농아원생들을 철저히 통제된 정보로 세뇌시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제 그들 농아원생들은 최씨 일가들이 몇 년 동안 계속 주입해온 일방적인 정보로 인해 에바다 비리 척결을 위한 투쟁에 나섰던 교사들을 나쁜 선생님으로 알고 있으며, 어떤 폭력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폭력에 길들여졌습니다.

농아원생들에게 제대로 된 복지 서비스와 장애인 재활 서비스는 제공할 생각도 하지 않은 채, 그들이 한참 공부할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공부하도록 독려하지 않고 결국 최씨 일가들은 자신들의 농아원을 거점으로 기득권을 사수하기 위해 농아원생들을 폭력행위로 내몰고 있습니다.

농아원생들이 자신들의 신념에 의해, 자신들의 분노에 의해, 자신들의 판단에 의해 스승을 폭행하고, 이사들을 폭행하고, 이제는 해아래집을 한밤중에 급습하기까지 하는 것으로 생각합니까? 물론 그 중에 몇몇은 철저하게 그런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 말밖에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확신하건대 지금 그들을 사주하고 있는 세력들이 격리되고 우리 이사들과 대화를 갖는다면, 그리하여 가슴을 열고 대화를 한다면 단 며칠 사이에 그들의 인식을 바꿔 놓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일단 문제가 된 사람들, 그래서 법원에서 출입금지 가처분 결정까지 내린 그들을 격리해만 주십시오. 그리고 우리가 농아원생들과 만나게 하여 주십시오. 진실은 통하게 되어 있습니다. 결국 농아원생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철저하게 이용당하고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에바다 정상화를 위한 투쟁에 저는 늘 중심에 서 있었습니다. 민주적인 토론 과정을 통해 연대회의와 이사회의 방침이 정해졌지만, 지금껏 연대회의와 이사회의 방침을 결정하고, 실행하는 데에는 제가 중심적인 책임을 떠맡아왔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일로 다른 이사들이나 다른 사람들을 지목하는 어리석은 짓은 그만두고, 이제 내게로 오라 하십시오.

불쌍한 여교사를, 60이 넘은 교장 선생님을, 6년여 동안 학교에서 제대로 맘놓고 제자들에게 공부 한번 가르치지 못한 교사들에게 폭행하지 말고 저를 짓밟으라 하십시오. 지금껏 에바다 사태를 해결하지 못한 제게 더 큰 책임이 있습니다. 시민사회단체들의 힘으로도 사태를 풀지 못한 저의 무능함과 저의 비겁함을 맘껏 짓밟아주십시오.

특히 평택 경찰 여러분, 당부드립니다. 경찰 여러분이 지금까지 최소한 3개월 동안 불법으로 시설을 점거하고 있는 외부세력의 퇴거도 하지 못한 사이에 법원의 가처분 결정도 무시한 그 사이에 폭력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사장과 시설장들이 한결 같이 퇴거를 요청하였지만, 아직껏 중립 운운하며 합법적으로 업무를 봐야 할 이사들이 시설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고 있는 사이에 배후세력은 더욱 악랄하게 농아원생들을 폭력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이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을 느껴야 할 평택의 경찰 여러분, 이제 그 배후세력이 정말 문제의 핵심이며 이사인 저를 폭행하라고 제대로 목표를 가르쳐 주십시오. 저는 언제든지 그들을 맞을 준비가 되어 있으며, 저는 언제든지 그들에게 매맞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제가 맞음으로 교사들에게 돌아가는 폭행이 사라질 수 있다면, 저는 기쁘게 그들에게 맞겠습니다.

그리고, 언제까지 이렇게 폭력이 난무해도, 이제는 농아들이 공동 거주하는 집에까지 쳐들어가 폭력을 휘둘러도 방치할 것입니까? 평택시청은 또 이번에도 대화만을 강조할 것입니까? 평택시청은 야밤에 잠자는 청각장애인을 폭행하는 것을 보고도 이사들이 시설에 들어가지도 못하는 판에 대화로 풀라는 공자님 말씀만 읊으실 것입니까? 경기도 교육청은 에바다 학교의 수업이 엉망으로 진행되건, 교장을 비롯한 교사들 절반이 학교에 출입도 못하는 상황에서도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손놓고 있을 것입니까?

마음대로 하십시오. 이제 저를 비롯한 이사들이 가겠습니다. 우리가 시설에 막무가내로 들어가려는 것이 아니라, 매맞으러 가겠습니다. 매맞으면서 그들에게 호소하겠습니다. 제발 이제 폭력은 그만 두라, 폭력은 에바다를 해체하려는 기관들에게 명분만 줄뿐이다. 우리는 에바다를 살리려는 것이지, 에바다에서 너희들을 몰아내려는 것이 아님을 맞으면서 호소할 것입니다.

우리의 투쟁은 정당하기에 저는 폭력에 무릎을 꿇을 수 없습니다. 여러분, 도와주십시오. 평택경찰서에 항의해 주십시오. 평택시청에 항의하십시오. 법대로 집행해서 농아원생들으로 폭력으로 내모는 배후세력을 그들과 격리시켜 줄 것을 호소해 주십시오.

지금 에바다는 용기있는 양심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에바다가 폭력의 무법지대를 벗어나 진정으로 사랑과 평화로움으로 청각장애아들이 자신들의 꿈을 키워가는 소중한 보금자리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그곳에서 벌어지는 폭력부터 거두어야 합니다. 그곳에서 폭력의 어두운 그림자가 사라지도록 여러분 힘을 주십시오.

덧붙이는 글 | 오늘 0시 20분, 경기도 평택시 진위면에 위치한 해아래집(에바다 농성 사태를 주도했던 청각장애자들과 교사들이 공동으로 거주하는 집)에 에바다 농아원생들 10여명이 급습했습니다. 이 일로 이성존, 이경훈 두 사람이 다쳤고, 이를 말리던 신영실 교사가 폭행당했습니다. 

PD 수첩 인터뷰에서 농아원측에 불리한 증언을 했던 두 사람을 집중적으로 폭행한 것입니다. 폭행을 행한 이들은 지난 2월 28일 권오일 교사 등을 폭행했던 이들입니다. 끊이지 않는 폭력 사태, 무법천지의 에바다에서 이제는 야밤에 집까지 쳐들어와 폭행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경찰은 이번에도 속수무책일 겁니다. 어떻게 해야 에바다에서 폭력을 사라지게 할 수 있을런지요. 어떻게 해야 농아원생들이 폭력의 마수로부터 풀려날 수 있을런지요. 답답한 심경에, 그리고 울분에 호소문을 작성해 보았습니다.

덧붙이는 글 오늘 0시 20분, 경기도 평택시 진위면에 위치한 해아래집(에바다 농성 사태를 주도했던 청각장애자들과 교사들이 공동으로 거주하는 집)에 에바다 농아원생들 10여명이 급습했습니다. 이 일로 이성존, 이경훈 두 사람이 다쳤고, 이를 말리던 신영실 교사가 폭행당했습니다. 

PD 수첩 인터뷰에서 농아원측에 불리한 증언을 했던 두 사람을 집중적으로 폭행한 것입니다. 폭행을 행한 이들은 지난 2월 28일 권오일 교사 등을 폭행했던 이들입니다. 끊이지 않는 폭력 사태, 무법천지의 에바다에서 이제는 야밤에 집까지 쳐들어와 폭행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경찰은 이번에도 속수무책일 겁니다. 어떻게 해야 에바다에서 폭력을 사라지게 할 수 있을런지요. 어떻게 해야 농아원생들이 폭력의 마수로부터 풀려날 수 있을런지요. 답답한 심경에, 그리고 울분에 호소문을 작성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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