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70대 위해 혈세17억 쓰다니?

목포시, 주차빌딩 부지 매입 해놓고 '딴소리'

등록 2002.07.10 21:17수정 2002.07.14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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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목포시가 차량 진·출입 문제 등 주민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주차빌딩부지를 매입한 뒤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건립사업을 다시 보류해 땅 매입과정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더구나 부지매입 전부터 공청회 개최 거부 등 주민여론을 외면한 채 추진하다가 다시 인근 부지를 더 확보해야 주차빌딩 건립이 가능하다고 입장을 선회함으로써, 결국 시 행정에 대한 주민불신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목포시가 주차빌딩 건립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인 2000년 1월. 전체 인구 25만여명 가운데 주민 절반이 살고 있는 구도심 지역의 주차난 해소를 위해서였다.

접근성 떨어져 반대여론 속 부지매입

a 목포시가 매입하기전 문제의 볼링장 부지, 3년 넘게 노는 땅으로 방치돼 왔으며 시의원 등 지역유지들이 소유자로 돼 있어 매입배경을 두고 특혜의혹까지 일었다

목포시가 매입하기전 문제의 볼링장 부지, 3년 넘게 노는 땅으로 방치돼 왔으며 시의원 등 지역유지들이 소유자로 돼 있어 매입배경을 두고 특혜의혹까지 일었다 ⓒ 정거배

지난 2000년초 목포시는 주민 대부분이 주차빌딩 건립 적지라고 여겼던 목포시 대안동 5번지 농림부 소유 농산물품질관리원 목포출장소 자리에 대해 땅값이 비싸다는 이유로 돌연 포기하고 구도심 중심상권에서 떨어진 호남동 볼링장 부지를 매입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그러자 주민들은 볼링장 자리에 주차빌딩이 들어설 경우 구도심 상권과 접근성이 떨어지고 차량 진출입로가 비좁아 주변 교통혼잡이 예상된다며 부지 매입을 반대했었다.

또 문제의 볼링장 부지는 3년 넘게 팔리지 않은 '노는 땅'이었을 뿐 아니라 소유자들이 시의원 등 지역유지들이어서 매입배경을 둘러싸고 특혜의혹까지 일었다.


특히 지난 2000년 7월 당시 시의회에 부지 매입비 17억원 등 관련예산안이 상정되자, 땅 주인들이 일부 시의원들에게 통과시켜 달라며 금품을 제공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돼, 지난해 1월에는 관련 시의원들이 소환되는 등 경찰이 수사를 벌이기까지 했었다.

시의회 '승인조건 금품수수설' 경찰수사 착수하기도


이런 이유로 시의회에서 두 차례나 부지매입 예산안이 부결되는 등 우여곡절 끝에 문제의 볼링장 부지 매입비 일부가 지난 2000년 12월 목포시의회를 통과했다. 목포시의회 임형연의원은 "의회에서 승인 해 줄 당시에도 다른 토지도 함께 물색한다는 조건을 달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목포시는 다른 부지와 비교 분석하면서 볼링장 부지에 대해 △투자비에 비해 효과 극대화 △노외 주차장 즉시 활용가능 △진출입 용이 △주차장으로 활용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 후 결국 지난해 12월 문제의 볼링장 부지 3필지 6백49평을 17억원에 매입하게 된다. 이제 주차빌딩 건립을 위해 본격적인 사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였던 목포시는 올들어 갑자기 방침을 바꿨다.

목포시는 인근 토지를 더 매입해야 주차빌딩 건립이 가능하다며, 볼링장 부지에 대해 "진입도로가 비좁고 토지 면적이 적어 주차빌딩 건립시 효율성이 저하될 것으로 예상돼 내년부터 인근부지 추가매입과 소방도로 개설공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목포시, 17억 주고 매입한 뒤 건립 연기

a 목포시가 볼링장 부지를 매입하기 전 분석한 보고서, 그러나 매입 이후 주차빌딩 건립 보류이유는 이 내용을 정면으로 뒤집었다

목포시가 볼링장 부지를 매입하기 전 분석한 보고서, 그러나 매입 이후 주차빌딩 건립 보류이유는 이 내용을 정면으로 뒤집었다 ⓒ 정거배

목포시 교통행정과 관계자는 "볼링장 부지 면적이 협소하고 형태도 부정형이어서 효율성이 낮고 인근 주민들의 소음피해 등 민원발생이 예상된다"며 주차빌딩 건립 유보이유를 설명했다.

이미 주민들이 2년 전부터 이런 문제점을 우려하며 볼링장 부지 반대이유를 지적했던 사안을 목포시가 이제서야 건립 유보이유로 내세운 것이다.

따라서 목포시는 주차빌딩이 들어서기 전까지는 승용차 기준 70여대를 수용할 수 있는 평면 주차장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5층의 주차빌딩 규모에 승용차 기준 420여대를 수용, 구도심 주차난 해소에 도움을 주겠다던 목포시의 방침이 갑자기 뒤바뀐 것이다.

시 당국이 문제의 볼링장 부지를 매입하기 전에는 일언반구도 없었던 이유를 갑자기 제기하자 주민들은 납득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수용차량 420대에서 70대로 줄어

'눈속임 행정' 관련공무원 문책 여론


더구나 2년 넘게 말썽 많은 볼링장 부지매입을 추진하면서 사전에 면밀한 검토를 하지 않았다는 비판과 함께 주민들의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매입을 강행한 배경에 강한 의혹만 남기게 됐다.

목포시 무안동 이아무개(56)씨는 "시가 볼링장 부지를 매입하기 전에는 차량 진출입이 용이 하고 투자비에 비해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고 해놓고 이제 와서 전혀 다른 얘기를 한 것은 눈속임 행정"이라고 비난했다.

또 목포시 대안동 김아무개(49)씨는 "시당국이 시민들로부터 징수한 교통범칙금으로 지역유지들의 노는 땅 팔아주는 셈 아니냐"며 "관련 공무원들에 대한 문책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설상가상으로 목포시는 최근 볼링장 부지를 유료주차장으로 운영하면서 인근 도로에 대해 주정차 금지구역으로 지정하자 주변상인들의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상인들은 "차량을 수용할 수 있는 주차빌딩은 건립하지 않으면서 이 일대를 주차금지 구역으로 지정하자 손님들의 발길이 끊기고 있다"며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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