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에 휩쓸려 순직한 고 김진우 씨의 영정. 그 앞으로 그가 받았던 '임용장'이 놓여있다.오마이뉴스 이승욱
태풍 루사(Rusa)의 영향으로 재해가 발생할 당시 경북 영천시 대창면사무소에 근무하던 30대의 젊은 공무원이 순직한 것으로 알려져 지역 공무원 사회가 슬픔에 빠져 있다.
특히 순직 공무원이 평소 주위 사람들로부터 평판이 좋은데다, 4대 독자로 병든 어머니를 보살피는 등 '효자'로 알려진 인물이라, 그의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욱 크게 다가오고 있다.
지난 31일 오후 2시30분쯤, 대창면사무소 직원 20여명은 점점 더 내륙으로 상륙하고 있던 태풍 루사로 인한 관할 지역의 피해 정도를 확인하기 위해 면사무소를 나섰다.
고 김진우(32. 세무직 8급)씨 역시 다른 동료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관리하고 있던 대창면 진천리와 온천리 일대의 태풍 피해를 점검하기 위해 승용차를 이용해 면사무소를 출발했다.
하지만 면사무소를 출발한 진우씨는 곧 '행방불명자'가 되고 만다. 면사무소 직원들뿐만 아니라 마을주민과 진우씨의 가족들까지 그의 행방을 찾았지만 그의 자취를 찾을 수는 없었다.
태풍피해 점검 위해 길 나섰다, 행방불명... 결국 주검으로
결국 이틀 후인 지난 2일 오후 4시 30분쯤, 살아 돌아오길 기다리던 주위 사람들의 바람을 저버리고 진우씨는 대창면 직천리 불암저수지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대창면사무소 관계자는 "직천리 일대에서 태풍으로 인한 사고를 대비하기 위해 차에서 내려 이곳저곳을 점검하다 발을 헛디뎌 불어난 강물에 휩쓸린 것 같다"고 추정했다.
지난 3일 오후 8시 진우씨의 시신이 안치된 영천 영남대의료원을 찾았다. 병원내 영안실에는 아들의 영정을 앞에 두고 주저앉아 있는 고인의 아버지 김정환(73. 대구시 동구 방촌동)씨가 문상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김씨는 평소 '똑 부러지고, 사명감이 철저했던' 아들 진우씨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얼마나 주도면밀하고 정확한 성격이던지, 일 처리 하나만큼 똑 부러지게 했다고. 내 아들이라서 말이 아니라 그 놈은 사명감 하나 가지고 일했어. 또 자신의 생각에 이건 아니다 싶으면 용납을 안 했어. 불의는 못 참는다 이거야." 여느 아버지처럼 김씨도 '아들자랑'으로 슬픔을 감추려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내 아버지 김씨는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