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부지 환경성조사 실시하라"

시민환경단체, 자운대 군 골프장 부지 관련 성명

등록 2002.09.16 15:33수정 2002.09.17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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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골프장 예정부지내 자연습지와 금병산(정면)

골프장 예정부지내 자연습지와 금병산(정면) ⓒ 심규상

육군본부가 추진중인 자운대(대전시 유성구) 군 골프장 예정부지 내에서 자연습지가 발견되고 멸종위기 식물인 고란초의 자생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오마이뉴스> 보도와 관련 지역시민환경단체가 관계기관의 정밀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지역 시민환경단체로 구성된 '자운대 골프장 건립 백지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16일 성명을 통해 "골프장 예정부지가 대규모 자연습지 지역이며 고란초 자생지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밝혀졌다"며 "이는 예정부지가 쓸모 없는 폐경지(나대지)라는 육본의 주장이 거짓이며 이 일대가 보전가치가 우수한 생태지역임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이 단체는 금강환경관리청을 상대로 '공대위가 참여하는 조사반을 구성, 습지생태계 및 고란초 서식여부 등을 밝힐 종합 환경성 조사를 벌일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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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자운대 군사시설 지구를 흐르는 탄동천

자운대 군사시설 지구를 흐르는 탄동천 ⓒ 심규상

이 단체는 이어 대전시와 대전시의회를 향해 시민환경단체의 정밀조사 요구에 동참해줄 것을 요구한 뒤 '육군본부는 하루 빨리 골프장 건립계획을 백지화하라'고 요구했다.

대전환경운동연합 이세걸 간사는 "골프장 예정부지 내에 대규모 자연습지가 존재함이 밝혀짐에 따라 육군본부가 사업 추진의 타당성으로 내세웠던 사전환경성 조사 결과가 진실성을 상실하게 됐다"며 "명분 없는 골프장 건립을 저지하기 위해 총력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군시설 들어서기 전엔 문화환경 '보고(寶庫)'
자운대 골프장자리, 어떤 곳인가

▲ 자운대골프장 예정부지 옆 군 골프연습장 표지
군 골프장 예정부지로 몸살을 앓고 있는 대전 유성구 자운대 일대에 3군대학, 국군기무사령부 등 군 관련 시설이 대규모로 들어서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80년 초 부터이다. 이전까지 이곳에는 자운리, 추목리, 신봉리 등 여러 자연마을을 중심으로 산림, 주거, 농경지 구분이 뚜렷했던 곳이다.

1988년 군 시설이 들어서기 직전까지 115가구에 1천여명이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었다. 오랜 역사를 말해주듯 선사시대유적지를 비롯 다양한 유물 유적이 아직까지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지역을 감싸고 있는 산은 금병산(金屛山,364m). 대전시와 충남도 경계에 있는 이 산은 가을이 되면 형형색색 단풍으로 곱게 물들어 그 모습이 병풍을 펴놓은 것 같다 해서 지어진 이름이라 한다.

하지만 군 시설이 본격적으로 들어선 지 10여년 만에 지금은 실체가 없는 전설의 땅이 되어가고 있다. 우선 1천여명에 이르던 마을 사람들은 삶의 터전이 군용지로 헐값에 강제 수용되면서 전국 각지로 흩어졌다. 용수로 쓰이던 추목 소류지는 저수지 기능을 잃어 버렸다. 가래나무가 많았던 '가래울'도, 가늘고 긴 골짜기였던 '가는 골'도 권율장군이 왜군을 전멸시킨 승첩지로 알려진 '오봉춧골'도 모두 사라져 버렸다.


매년 정월 대보름마다 장승제를 지내던 도로 변에 있었던 한 쌍의 선돌 (3m)도 군 시설이 들어오면서 밀반출 됐다. 피부병 환자가 목욕을 하면 효험이 있다고 알려진 '물 맞은골'도 군사구역이 돼 들어갈 수 없는 선망이 땅이 되었다.

하지만 그나마 군용지로 수용된 후 개발되지 않은 땅은 20여년간 자연녹지지역으로 보호되면서 자연립과 인공림이 혼재된 다양한 수종의 울창한 산림이 우거져 있다.

다양한 조류, 곤충류, 포유류, 양서류 등이 밀집서식하고 있고 금병산을 서식지로 한 노루, 고라니, 멧돼지도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지역민들은 이마저도 '한 쌍의 선돌'처럼 전설이 될 날이 멀지 않았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수 만여평의 자연녹지와 자연습지가 군 골프장 예정부지로 지정돼 개발을 앞두고 있는 데다 군사시설 밀집지구인 자운대를 거쳐 흘러나오는 탄동천은 날이 갈수록 수생동식물의 서식밀도와 다양성이 떨어지고 있다. / 심규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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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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