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조합법은 '긴급조치' 연상
단체행동권 불허 등 노동권 억압"

등록 2002.09.17 17:51수정 2002.09.19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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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자치부가 독자적으로 마련하여 18일 입법예고하기로 한 '공무원조합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에 대하여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공무원노조, 위원장 차봉천)이 수용불가 입장을 분명히 밝히는 등 노동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 10월 국회 입법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공무원노조는 17일 오전 10시30분 서울 마포구 서교동 노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의 단독입법안 저지를 위한 총력투쟁을 선언했다
공무원노조는 17일 오전 10시30분 서울 마포구 서교동 노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의 단독입법안 저지를 위한 총력투쟁을 선언했다석희열
16일 정부가 확정하여 발표한 '공무원조합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에 따르면 논란이 되었던 공무원단체의 명칭을 공무원노조가 아닌 공무원조합으로 하고 있으며,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은 인정하되 협약체결권과 파업 태업 쟁의행위 등의 단체행동권은 허용하지 않아 사실상 노동3권을 제한하고 있다.

시행 시기에 대해서도 당장 이번 정기국회에서 입법 후 2003년부터 하자는 노동계의 주장과는 달리 3년간 유예시켜 2006년 초부터 시작하기로 하고 있으며, 노조전임자 여부도 정부는 무급휴직만을 인정하기로 해 그 동안 노사정위원회에서 쟁점이 되어왔던 사항에 대해 노동계의 요구를 모두 거부하고 있다.

이같은 정부의 입장에 대해 공무원노조는 17일 오전 서울 서교동 노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사자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일방적인 정부안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정부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즉각 총파업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한 대정부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무원노조는 정부의 공무원조합법 법률안과 관련 "아예 '공무원노동권억압법'이란 말이 더 어울릴 것"이라며 "마치 과거 유신군부 독재시절 인권탄압 조치인 긴급조치를 연상케하는 것으로 노동자의 기본권을 말살하기 위한 처벌규정을 만든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강력히 반박했다.

공무원노조는 또 기자회견문에서 "단체행동권이 없는 단체협상권이 무슨 의미가 있으며, 단체협약체결권이 없는 단체교섭은 또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단결권이 보장된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이라는 말조차 쓰지 못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정부안을 강하게 비난했다.

공무원노조는 이어 "노동3권이 헌법에 보장된 권리로서 노동자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이고, 또한 유기적으로 결합된 권리로서 일부를 제한할 경우 기본권의 본질적 측면까지 해칠 우려가 있다"면서 "정부의 이번 공무원조합법안은 사회의 민주적 발전과 인권 신장에 역행하는 퇴행적 주장"이라며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공무원노조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이번 법률안은 공무원이 노동자임을 깡그리 부정하는 것이며, 국내외적인 공무원노동기본권 보장 요구를 전적으로 기만하는 것"이라며 "결국 이것은 공무원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이나 노동조합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법안으로서 공무원들을 통제하기 위한 희대의 악법일 뿐"이라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공무원노조 노명우 수석부위원장(가운데)이 정부안에 대한 공무원노조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공무원노조 노명우 수석부위원장(가운데)이 정부안에 대한 공무원노조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석희열
공무원노조 노명우 수석부위원장은 "노동3권은 그 자체로 기본적인 인권이지, 일부가 제한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90만 공무원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보장 열망을 모아 건설된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노동조합으로서 노동3권의 완전 보장과 이를 통하여 아직도 비리정권의 하수인으로만 이용하려는 저들의 음모를 깨고 공직사회 개혁을 일구어 국민에게 참된 봉사자로 거듭 태어나기 위해 강력히 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노 부위원장은 또 "지난 15일 '제3차 전국대의원대회'에서 반노동자적인 정부의 공무원조합법안 제정 시도에 대하여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으로 저지하기로 결의했다"면서 "정부안 입법예고시 공무원노조는 즉각 전 조합원 제1차 준법투쟁에 돌입하고 각 지부별 항의를 조직하고 졸속적인 정부단독입법안 반대 90만 공무원서명운동과 대국민 서명 및 선전전에 돌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무원노조는 이를 위해 △부정부패 척결, 공직사회 개혁 △불합리한 제도개선을 통한 공직사회 민주화 △노동조건 개선을 통한 삶의 질 향상 등 3대 요구안을 내걸고 2002년 하반기 정부측에 중앙교섭을 요구하며 공무원노조인정, 직접 노ㆍ정 교섭쟁취를 통한 노동조건 개선과 공직사회 개혁을 목표로 투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무원노조는 공무원노조 설립과 관련하여 지난 8월22일부터 27일까지 여론전문기관인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의 성인남녀 1000명과 공무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여론조사 결과자료를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조사대상 국민의 60.3%는 공무원의 노조결성 허용에 대해 찬성한다고 응답한 반면, 반대는 32.8%였으며, 공무원의 경우 93.6%가 공무원노조 허용을 찬성한 것으로 나타나 찬성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 동안 노ㆍ정간 쟁점사항이었던 공무원노조 허용시기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84.2%가 6개월 이내(42.4%)와 1년 이내(41.8%)를 꼽은 반면 2년 이내(9.0%), 3년 이내(3.5%), 4년 이내(0.9%)라는 응답은 소수에 불과했다.

공무원노동기본권 허용범위와 관련하여 국민의 39.7%가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등 노동3권을 모두 줘야 한다고 응답했으며, 국민의 33.8%는 단결권과 단체교섭권까지, 국민의 22.1%는 단결권만 허용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노동2권(단결권과 단체행동권) 이상을 줘야 한다는 국민이 73.5%에 달했다.

공무원노조의 전임자 인정 및 임금지급 여부에 대해 조사 대상 국민의 44.1%가 노조전임자를 인정하고 유급제로 해야 한다고 응답했으며, 전임자를 인정하되 무급으로 해야 한다는 응답자가 35.6%, 전임자 불인정이 17.0%로 나타났다.

공무원단결체의 명칭에 대한 선호도에서는 국민의 49.2%는 공무원단체 또는 공무원조합을 들었으며, 공무원노동조합은 44.8%로 의견이 양분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공무원들은 공무원노동조합 51.7%, 공무원단체 또는 공무원조합이 43.8%로 나타나 공무원노동조합에 대한 선호도가 다소 높았다.

한편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지난 14일 한 노동정책 강연회에서 행정자치부를 비롯한 정부 일각의 견해와는 다른 입장을 밝힌 바 있어 10월로 예정된 국회 상정 이전에 정부가 법률안을 일부 수정할 지의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공무원노조는 지난 3월23일 전국의 공무원노동자 7만여 명이 조합원으로 가입한 가운데 지난날 군사정권에 의해 빼앗긴 노동3권과 노동자라는 이름을 되찾고 민주노동운동에 당당하게 노동자로서 참여하여 역사발전에 기여할 것을 선언하며 정식으로 출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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