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엔 조선일보를 얘기하세요

안티조선, 서울역 등서 귀성객 상대 '조선일보 반대' 유인물 배포

등록 2002.09.21 11:58수정 2003.02.03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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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9일 오후 8시, 추석연휴를 하루 앞둔 서울역. 역 앞 광장에는 귀성객과 역귀성객, 이들을 배웅 혹은 마중나온 사람들이 뒤섞여 있다. 역사 입구에는 남는 귀성표를 구하기 위해 '부산', '광주' 등의 종이를 들고 무작정 서 있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a 서울역 광장에서 유인물을 배포하는 조아세 회원. 시민들은 선뜻 유인물을 받아들었다.

서울역 광장에서 유인물을 배포하는 조아세 회원. 시민들은 선뜻 유인물을 받아들었다. ⓒ 오마이뉴스 권박효원

바쁘게 지나치는 인파 사이로 신문을 나누어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조선일보없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시민들의 모임'(이하 조아세, www.joase.org) 회원들은 귀향도 미룬 채 묵묵히 '조선일보 반대' 유인물을 나누어주고 있었다. 유인물은 같은 시간 강남고속터미널에서도 뿌려지고 있었다.

이날 조아세가 준비한 유인물은 총 40만부. 대판신문 크기로 제작됐으며 <조선일보> 편파성에 대한 설문조사, 친일 및 독재 비호행각, 절독사례 등을 다뤘다. 조아세 회원들은 유인물을 들고 각각 전국 대도시 역과 터미널, 고속도로 휴게소로 흩어졌다.

조아세 회원들, 귀성객들에게 안티조선 신문 배포/ 김정훈 기자

"귀향도 좋지만 안티조선 운동 먼저"
"편파적인 보도는 하면 안 되지"


"고향에는 하루 늦게 내려가기로 했어요. 명절도 좋지만 이 일도 그만큼 중요한 일이잖아요. 가족들도 늦게 내려간다고 불평하진 않아요. 제가 그 동안 안티조선운동이 얼마나 필요한 건지 제대로 설득시켜놨거든요."

"저는 지금 고향에 내려가는 길이에요. 잠시 짬을 내서 일을 돕는 거죠. 그동안 더 열심히 참여하지 못한 게 미안했는데 오늘은 이렇게 동참할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a 고속터미널에서 유인물을 배포하는 조아세 회원. 바쁜 손길이지만 친절한 인사는 잊지 않는다.

고속터미널에서 유인물을 배포하는 조아세 회원. 바쁜 손길이지만 친절한 인사는 잊지 않는다. ⓒ 오마이뉴스 권박효원

조아세 회원들에게는 끊임없이 밀려드는 사람들에게 꾸준히 유인물을 나눠주는 일이 그다지 힘들지 않은 것 같다.


갈 길이 바쁜 시민들은 대부분 유인물을 손에 쥐고 있을 뿐 그 자리에 펼쳐들고 읽지는 않았다. 양손에 잔뜩 짐을 들고 있어 유인물을 받지 못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그러나 일부는 차를 기다리면서 대합실 의자에 앉아 유인물을 훑어보면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시민들은 "잘은 모르지만 편파적인 보도라면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 이런 비판도 필요한 것 같다"는 의견부터 "습관적으로 <조선>만 읽는다. 편파적이라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는 한 의견까지 다양한 의견을 보였다.


일부 시민은 "당신들 빨갱이 아니냐? 현 정권하고 관련된 거 아니냐"며 시비를 걸기도 했지만 조아세 회원들은 익숙하게(?) 유인물 내용을 설명해 사람들을 돌려보냈고 큰 마찰은 없었다.

안철택 조아세 운영위원은 "이번 추석 가족이나 친척이 모인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조선일보>에 대한 토론의 장이 마련되었으면 하는 생각에서 이런 행사를 마련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번 유인물은 한달 반 동안의 준비작업을 거쳐 시민들이 공감할 만한 내용을 중심으로 만들었다.

조아세는 이 날 배포하고 남은 유인물을 연휴가 끝나는 22일 귀성길에서 다시 뿌릴 예정이다. 조아세는 이전에도 8월 15일, 9월 7일에도 각각 독립기념관과 상암동 축구경기장 앞에서도 유인물을 배포한 바 있다.

"조선, 특정후보 지지 밝혔으면"
"안티조선, 공격전략 다양해지길"
귀향길 오르는 시민들, <조선>과 '안티조선'에 대한 생각들

▲ 서울역사에 늘어선 귀성객의 대열. 이날 뿌려진 안티조선 유인물은 이들과 함께 전국으로 확산된다.
ⓒ오마이뉴스 권박효원
강남 고속터미널에서 부인과 함께 대구행 버스를 기다리던 황태인(회사원)씨는 평소에도 안티조선운동에 관심이 많았다. 방식을 100% 동의하지는 못하지만 운동의 내용은 찬성하는 편이다. 황씨는 "친척들은 40년 동안 <조선일보>만 읽은 골수 팬"이라며 "평소에 아버지와 얘기를 많이 하는데 그 동안 쌓인 가치관을 한꺼번에 깨기는 어렵겠지만 조금씩 바뀌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황씨는 "우리나라 신문도 외국 언론처럼 명시적으로 지지 후보를 밝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조선>이 '친 이회창, 안티 노무현'인 것은 누가 봐도 다 아는데 겉으로만 중립이라고 말하면서 실제로는 편파축소 보도가 너무 많다"는 것이 황씨의 생각이다.

부산행 버스를 기다리는 박상윤(회사원)씨는 '지하철에서 주워서 읽는 경우 빼고는' <조선>을 보지 않는다. 대학시절부터 <조선>의 편파보도에 대해 자주 들어왔고 가끔 보는 <조선>기사에서 여전히 지역감정과 수구세력을 대변한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의 '안티조선' 운동에 대해서는 "오히려 <조선>의 입지를 강화시켜주는 것이 아니냐" 는 지적도 없지 않다. 즉 논쟁의 구도를 '<조선> 대 안티조선'의 싸움으로 만들어 <조선>독자에게 '우리 신문'에 대한 애착을 심어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박씨는 "안티조선운동이 <조선일보>로 하여금 스스로 변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전략과 전술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안티조선' 진영에 전했다.
/ 권박효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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