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와의 대화'인가 '지면테러'인가

<13인위원회의 신문읽기 42>

등록 2002.11.08 16:19수정 2002.11.09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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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조아세'에 대한 소송에 뒤이어 비판 기사를 게재한 조선일보 <독자와의 대화> (02.10.26 발행)

'조아세'에 대한 소송에 뒤이어 비판 기사를 게재한 조선일보 <독자와의 대화> (02.10.26 발행)

지난달 26일자로 발행된 조선일보 사외보 <독자와의 대화>는 온통 '조선일보 없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한 시민모임(조아세)'을 비난하는 글로 가득차 있다.

'신문 훔치고 안티전단 끼우고...악의적 비난으로 얼굴없는 테러'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조선일보는 조목조목 조아세 활동을 비난하고 있다. 바로 옆에는 '조아세에 질려버린 독자 000'라는 인터뷰가 실려 있고 "무식해서 조선일보 본다니 정말 할 말이 없습니다"라는 중간제목이 달려 있다.

'훔치고', '악의적 비난', '얼굴없는 테러' 등 제목부터 섬찟한 이 조선일보 사외보는 제목만큼이나 내용도 문제가 많다.

일단 이 이 사외보는 사실관계를 따져볼 때 많은 부분이 잘못 되어 있다.

우선 조아세가 "조선일보를 훔쳤다"는 부분부터 살펴보자. 일단 독자들은 조아세가 조선일보를 어떻게 훔쳤다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만일 '훔쳤다'는 게 사실이라면 조아세가 조선일보 지국에 들어가서 유가지를 훔치거나 배달된 신문을 '가로챘다'는 것인가. 그도 아니면 인쇄소에서 조선일보를 '탈취했다는 것'인가.

조아세 관계자에 따르면 조선일보가 뿌리는 무가지가 여기저기 놓여 있었고 그것을 가져왔다고 한다. 조선일보가 뿌린 무가지를 가져가는 것이 '훔친 것'에 해당한다면 조선일보 무가지를 받아보는 사람은 다 '도둑질'을 한다는 것이 되고, 무가지를 발행하는 행위는 곧 도둑질과 연결되는 것이 아닌가.

다음으로 조아세를 '각종 언론운동단체와 특정정치인 후원모임 등 일부 안티조선단체 회원들이 행동으로 조선일보에게 반대하기 위해 만든 전위조직'으로 규정한 부분도 문제다. 이는 '전위'의 개념조차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무지'의 소치이거나 다른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혹시 사외보에 문제의 글을 쓴 사람은 '전위'가 유인물을 살포하고 전단을 뿌리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면 왜 글쓴이는 '전위'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 것일까.


우리 사회에서 전위조직 운운하는 단어는 '좌익'과 이어진다. 조아세는 그야말로 평범한 신문독자들의 모임이다. 보통 시민들의 모임에 '전위'라는 명칭을 갖다 붙인 것은 조선일보 반대운동에 '좌경화'의 탈을 씌워 이데올로기 논쟁을 유발, 조선일보의 문제점에 물타기 하려는 의도가 아닐까.

또 조아세가 유인물 100만부를 뿌렸다고 전제하고 '도대체 이 자금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의심스럽다'고 쓴 부분도 문제다. 조아세 회원들은 자비를 털어 활동자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긴 조선일보식 사고 속에서 이런 일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일테지만 현실인 것을 어쩌겠는가. 글쓴이는 알아야 한다. 우리 사회에는 자신의 이해와 관계없이 자신의 시간과 돈을 들여가며 무엇인가를 바로세우기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그러나 사외보 글쓴이는 그래도 한가닥 양심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외보는 "이들은 일제하에서 가장 많은 압수와 정간을 당한 조선일보를 '총독부의 사생아'라고 표현하는 등 '온통 친일만 한 신문'으로 매도했다"고 표현했다. 우리는 이 문장중 '온통'이라는 단어에 주목한다. 행간의 숨은 뜻과 글쓴이의 생각을 역추적해보면 '온통'은 '부분적인 어떤 것'을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친일행적 부분에서 조선일보는 그다지 떳떳하지 못한 모양이다.

a 최민희(민연련 사무총장)

최민희(민연련 사무총장) ⓒ 희망네트워크

조선일보 지면에서 자주 쓰이는 왜곡방법이 '독자와의 대화'에 그대로 쓰이고 있는 것을 보면서 '역시 조선일보'라는 생각에 씁쓸해지는 것은 비단 필자의 마음만은 아니리라 생각한다.

오늘(11월 8일) 조선일보반대 시민연대와 조아세는 조선일보를 역고발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모든 역량을 집결해 조선일보의 잘못된 논조와 싸우겠다는 결의를 밝혔다. 이들은 오는 11월 17일 낮 12시에 서울역 앞에서 '평화의 적, 공공의 적 조선일보 규탄집회'를 열 계획이라고 한다.

안티조선진영의 말처럼 이 집회가 "조선일보에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독자들에게는 "조선일보를 극복할 의지를 갖게 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 2002년 대선을 앞둔 시기, 신문의 편파·불공정·왜곡보도에 대한 감시운동을 위해 각계 전문가들이 자발적으로 나서고 있다. 민주화운동의 대표세대인 3,40대가 주축이 되어 결성한'희망네트워크'(www.hopenet.or.kr)의 <13인위원회의 신문읽기>는 매주 화, 목, 토 격일간격의 모니터링 칼럼을 이어가고 있다.

<13인위원회의 신문읽기>에는 최민희씨를 비롯해 김택수 변호사, 이용성 한서대 교수, 김창수 민족회의 정책실장, 김근식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권오성 목사,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의 저자 홍세화씨, 권오성 목사, 소설가 정도상씨,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방인철 전 중앙일보 문화부장, 권오성 수도교회 목사, 대학생 오승훈씨, 문학평론가 김명인씨 등 각계 전문가가 함께 하고 있다.

독자로서 필진에 참여하고자하는 분들은 희망네트워크 홈페이지(www.hopenet.or.kr)「독자참여」란이나 dreamje@freechal.com을 이용.- 편집자주

덧붙이는 글 2002년 대선을 앞둔 시기, 신문의 편파·불공정·왜곡보도에 대한 감시운동을 위해 각계 전문가들이 자발적으로 나서고 있다. 민주화운동의 대표세대인 3,40대가 주축이 되어 결성한'희망네트워크'(www.hopenet.or.kr)의 <13인위원회의 신문읽기>는 매주 화, 목, 토 격일간격의 모니터링 칼럼을 이어가고 있다.

<13인위원회의 신문읽기>에는 최민희씨를 비롯해 김택수 변호사, 이용성 한서대 교수, 김창수 민족회의 정책실장, 김근식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권오성 목사,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의 저자 홍세화씨, 권오성 목사, 소설가 정도상씨,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방인철 전 중앙일보 문화부장, 권오성 수도교회 목사, 대학생 오승훈씨, 문학평론가 김명인씨 등 각계 전문가가 함께 하고 있다.

독자로서 필진에 참여하고자하는 분들은 희망네트워크 홈페이지(www.hopenet.or.kr)「독자참여」란이나 dreamje@freechal.com을 이용.-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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