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대학생 대규모 반미 규탄집회

중학생 살인사건 진상규명과 형사재판권 이양 촉구

등록 2002.10.03 01:34수정 2002.10.04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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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총련, 전국학생연대회의, 전학협, 민노당 학생위원회(준), 다함께, 전여대협, 전국대학신문기자연합, 전학대협, 학생행동연대,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 한국기독청년학생연합회 소속 대학생 5천여명은 2일 오후 서울 부산 광주 등 전국에서 대규모 반미 규탄집회를 열고 미군 장갑차 중학생 살인사건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및 부시의 공개사과를 촉구했다.

2일 오후 서울  등 전국에서 5천여명의 대학생들이 참가한 가운데 대규모 반미집회가 열렸다.
2일 오후 서울 등 전국에서 5천여명의 대학생들이 참가한 가운데 대규모 반미집회가 열렸다.석희열
오후 4시 50분 서울 종묘공원에서 3천여명의 대학생이 참가한 가운데 진행된 서울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주한미군 철수 주장과 함께 미국의 일방적 이라크 전쟁기도와 김대중정부의 미국 전쟁지원을 반대하고 부시의 대북 적대정책과 신자유주의 세계 패권정책에 대해서 강력하게 규탄했다.

윤경회 한총련 의장권한대행은 대회사에서 "오늘의 이 싸움은 우리의 자주권을 되찾기 위한 싸움이며 동시에 그 동안 주한미군 범죄에 대해 가장 많이 분노하고 실천적으로 투쟁해온 한국청년학생들과의 싸움"이라고 규정하고 "오늘 이 궐기는 하반기 총궐기의 한 길에서 민족 자주권을 되찾기 위한 투쟁의 계기이며 그것의 시작을 선포하는 자리"라고 밝혔다.

윤경회 권한대행은 "약탈과 강도의 국가인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전쟁을 많이 하고 있는 나라라는 것을 우리 청년학생들은 똑똑히 알고 있다"며 "꿈도 많고 하고싶은 일도 많았을 우리의 동생들을 죽음으로 내몬 주한미군은 지난 57년간 우리민족에게 가해진 약탈과 침략의 역사에서 유일한 장본인"이라고 규탄했다.

본대회에 앞서 학생들은 종묘공원 앞에서 피켓을 들고 대국민 선전전을 펼쳤다.
본대회에 앞서 학생들은 종묘공원 앞에서 피켓을 들고 대국민 선전전을 펼쳤다.석희열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또 규탄발언을 통해 "한반도에서 민간인을 살해한 미국은 이라크에 대한 전쟁준비 등 세계의 민중들을 학살할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규탄하고 "깡패국가 미국을 반대하기 위해 전국의 대학생들이 정파와 정견의 차이를 넘어 오늘 반미 규탄집회에 모였다"며 김대중정부의 미국 전쟁지원 정책에 강력히 맞설 것을 주장했다.

이들은 부시 미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에서 "효순이 미선이 두 중학생 살인사건의 근본적 해결은 굴욕적인 한미관계의 청산에 있음을 인식하고 미군의 살인 범죄를 근본적으로 종식하기 위해서는 전 국민이 나서야 함을 깨달아가고 있다"면서 "더 이상 남한 민중들은 미군 문제와 반미 문제의 객체가 아니다"라고 미국을 강도높게 비난했다.

미국 성조기를 밟으며 거리행진에 나서고 있는 학생들.
미국 성조기를 밟으며 거리행진에 나서고 있는 학생들.석희열
이들은 또 "살인미군이 한국법정에서 처벌되기 전에는, 그리고 미국의 살인적 신자유주의 군사 패권정책이 중단되지 않는 한 전 민중과 함께하는 대학생들의 투쟁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의로운 한국 민중들은 이 땅의 위정자들이 미군에게 부여했던 특권을 머지 않은 장래에 기필코 전면적으로 환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국학생연대회의 의장 구정모 서울대총학생회장은 투쟁결의문을 통해 "미국의 살육적인 신자유주의 군사패권은 한반도에서만의 일이 아니며 지금 이라크를 상대로 전면전을 벌일 준비를 완료한 상태"라며 "소위 '이라크결의안'을 UN에 제출하고서 오는 7일까지 이라크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또다시 중동에 전쟁의 흙먼지를 일으킬 것임을 공언하고 있다"고 미국의 군사패권주의를 비난했다.

그는 이어 "두 어린 학생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해서 변변한 입장 하나 가지지 못하는, 철저하게 미국 중심의 세계체제 아래 종속된 무능하고 한심한 이 땅의 정권과 정치꾼들에게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며 "이제 청년학생의 이름으로 투쟁의 전선에 나서 전 민중의 권리를 지켜내기 위한 보편적인 투쟁으로 미국의 군사패권주의를 분쇄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지난 6월 친구의 생일잔치에 가다 미군 장갑차에 치어 숨진 미선이 효순이 두 중학생의 살인사건을 재현하는 퍼포먼스가 펼쳐져 주위가 숙연해지기도 했다.

경찰이 강제로 검은천으로 둘러싸인 관을 끌어내려 부수고 있다.
경찰이 강제로 검은천으로 둘러싸인 관을 끌어내려 부수고 있다.석희열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오후 6시 종묘공원에서 집회를 마친 뒤 명동까지 1시간 동안 거리행진을 벌였다. 6시 5분경 주한미군의 죽음을 상징하는 검은 천으로 둘러싸인 관을 실은 차가 이동을 시작하자 경찰이 일제히 달려들어 빼앗는 과정에서 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명동 한양증권 건물 앞에서 정리집회를 마친 이들은 미 대사관 앞과 이촌동 미군부대 앞 등을 지하철로 오가며 게릴라식 시위를 계속했으며, 또 종로와 동대문운동장 앞 8차선 도로를 완전 점거한 채 시가행진을 벌이는 바람에 이 일대 교통이 한때 완전 마비되기도 했다.

거리행진 도중 경찰과 대치하여 구호를 외치고 있는 학생들.
거리행진 도중 경찰과 대치하여 구호를 외치고 있는 학생들.석희열
이들은 "한미행정협정 개정하여 살인미군을 우리 법정에", "범죄기지 살인기지 미군기지 반환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밤 늦게까지 도심시위를 벌였다.

한편 미군 장갑차에 의한 한국 민간인 살인사건에 대한 전국 대학생들의 분노를 분명하게 드러내고 이 사건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기획된 이날 집회에는 그 동안 정파간의 이해의 차이로 함께 하지 못했던 전학협, 전국학생연대회의, 한총련 등이 모두 참가하여 이후 대선정국에서 후보 단일화 등 연대의 길을 모색하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효순이 미선이 영정을 들고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여중고생들.
효순이 미선이 영정을 들고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여중고생들.석희열
이와 관련 전국연대회의 의장 구정모 서울대총학생회장은 "대선투쟁에서 청년학생들의 힘이 하나로 모아져야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라며 "범민중 진영의 단일 후보 추대를 위해 각 단위에서 선본을 통한 내부경선에 적극 참여하여 단일화 흐름를 만들어 내기 위한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고 밝혀 전학협과 한총련 등 각 정파간의 연대 가능성을 내비쳤다.

윤경회 한총련 의장권한대행(홍익대총학생회장)도 연대 가능성에 대해 "그럴 생각이다"면서 "청년학생들의 대선방침과 관련하여 이 달 중순경 청년학생공동대선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히고 "반미 등 공통분모가 많아 하반기 청년학생들의 총단결을 통해 자연스럽게 대선투쟁에서 연대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범민주 진영의 후보 단일화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음을 강하게 시사했다.

이날 시위에서 학생과 경찰의 격렬한 몸싸움으로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날 시위에서 학생과 경찰의 격렬한 몸싸움으로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다.석희열


이들은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며 밤늦게까지 도심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며 밤늦게까지 도심시위를 벌였다.석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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