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리더십을 이야기하다

<노무현의 리더십 이야기>를 출간한 노무현 후보

등록 2002.10.11 13:02수정 2002.10.11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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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노무현 후보가 리더십에 대한 책을 펴냈다. 책의 제목은 <노무현의 리더십 이야기>. 부제는 "행정가와 CEO를 위한 8가지 리더십의 원리"라고 붙어 있다.

대선 후보 중에서 가장 리더십에 대한 집중적인 공격을 받았던 노무현 후보가 리더십에 대한 책을 펴냈다? 관심이 간다. 책의 내용을 한번 살펴보기로 하자.


1. 과연 노무현에게는 리더십이 있는가?

a 『노무현의 리더십 이야기』표지 사진

『노무현의 리더십 이야기』표지 사진 ⓒ 임형욱

많은 사람들이 노무현에 대해 의문을 갖는다.
'노무현이 과연 대통령감인가?'
'노무현에게 국정운영 능력이 있는가?'
'노무현은 리더십이 있는가?'

대개의 사람들은 과연 노무현이 그런 능력이 있는 사람인가를 알아보려 하지 않고, 아니라고 금방 결론짓곤 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그러나 <노무현의 리더십 이야기>를 통해 노무현은 그렇지 않다고 강변한다. 노무현의 리더십은 다르다는 것이다. 이 책은 노무현의 리더십은 지금까지 우리가 익히 보아왔던, 카리스마형 리더십, 제왕적 리더십, 피라미드형 리더십과는 다르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구 시대의 잣대로 노무현을 평가하려면 노무현은 읽히지 않고, 노무현의 리더십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어쩌면 지난 국민경선 때 많은 사람들이 '노사모'를 오해하였던 것과 같은 맥락 위에 놓여 있다. 민주당의 국민경선이 시작되기 전 많은 사람들의 공통적인 의문은 '과연 노무현은 당내 경선을 통과할 수 있을까?'였다. 결과는 모두가 아는 바와 같이, 노무현의 '드라마 같은 압승'으로 끝났다. 그 원동력은 바로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국민경선제'와 '노사모'에 있었다.

국민경선이 진행되는 동안 상대 후보는 줄곧 '음모론'을 제기했다. 구 시대 정치인의 시각으로는 음모론을 동원하지 않고는 도무지 노사모의 자발적인 참여와 노무현의 압도적인 승리를 이해할 수 없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은 한국 정치문화의 새로운 물결로 떠오른 '노사모'이지만, 돈봉투를 돌리지 않고는 움직이지 않는 사조직만 보아왔던 20세기의 잣대로는 이해될 수 없는 일이었다. 그것은 '노무현'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노사모'는 자발적인 '충성'을 유도하는 노무현식 리더십이 있기에 가능한 새로운 정치문화의 시작이었다.

<노무현의 리더십 이야기>가 주장하는 바는, 노무현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도 구 시대의 잣대로 새 시대의 패러다임을 재려는 오류에서 비롯되었다, 노무현의 리더십은 다르다는 것이다.


2. 노무현의 리더십은 다르다?

지난 9일 노무현 후보는 국가비전21위원회에서 주최한 '국가 비전과 전략 정책 토론회'에서 가진 연설에서 자신의 리더십을 "리눅스형 리더십"이라고 정의내린 바 있다. 자신의 리더십은 "모든 소스를 공개하고, 정보를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공개된 상태에서 모든 사람들이 참여하여 조금씩 발전시키고 함께 이루어나가는 리더십"이라는 것이다.

리눅스형 리더십이라... 리더십에 관한 한 노무현 후보는 가장 많은 공격을 받아왔고, 그러면서도 리더십에 관한 새로운 정의를 가장 많이 내린 후보이기도 하다. 그러면 노무현 후보의 공식사이트인 노하우(knohow.or.kr)를 비롯하여 노 후보 관련 사이트를 두루 다니며, 노무현 후보가 스스로 정의하거나 참모들, 혹은 그를 지지하는 네티즌들이 정의내린 노무현 후보의 리더십에 대해 잠깐 살펴보기로 하자.

우선 가장 먼저 눈에 띠는 단어는 "겸손한 리더십"과 "민주적 리더십"이다. 작년 연말 <노무현이 만난 링컨>을 출간할 무렵부터 사용되어온 노무현의 리더십에 대한 정의들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네트워크형 리더십", "디지털 리더십"이라는 용어가 많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네티즌들을 비롯한 20-30대를 겨냥한 정의가 아닌가 해석된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 노무현 후보 스스로가 정의내린 리더십 스타일은 "리눅스형 리더십"이다.

늘 독재자형의 제왕적 리더십, 카리스마형 리더십에 익숙해왔고, 한 사람이 전권을 가지고 휘두르는 피라미드형 리더십에 길들여져왔던 우리들에게는 "친구 같은 리더십" "눈높이 리더십" 같은 노무현식 리더십의 정의는 다소 생소하다. 심지어 보기에 따라서는 리더십처럼 보이지 않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정의들이 왠지 리더십에 대한 신선한 느낌과 어느 정도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사실이다. 확실한 것은 노무현의 리더십 스타일은 기존의 리더십 스타일과 확실히 다르기는 다르다는 점이다.

3. 해양수산부가 경험한 노무현의 리더십

<노무현의 리더십 이야기>에서 노무현 후보가 주로 사례들을 언급한 기간인 노무현 해양수산부 장관의 재임기간은 불과 8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이다. 이렇게 짧은 기간에 장관 노무현이 무슨 대단한 일을 할 수 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러나 <노무현의 리더십 이야기>에 부록으로 인용된 해양수산부 관계자의 말은 이렇다.

"노무현 장관의 취임소식을 들었을 때 많은 직원들은 '힘센 장관이 오는구나'라고 했다. 그가 떠나던 날 직원들은 개각 발표를 보며 "어, '우리 장관'이 바뀌네"라고 했다. 그리고 이임사가 끝난 후에도 그를 향한 박수는 오랫동안 끊이지 않았다.

'힘센 장관'과 '우리 장관'의 차이는 무엇일까. '우리 장관'은 비록 화려한 표현은 아니지만 그를 조직의 일원으로서 대하는 친근함이 배어 있고, 그래서 가족을 멀리 보내듯 그의 이임을 아쉬워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고 하겠다. '조직 위의 장관'과 '조직 속의 장관', 그를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가 장관을 부르는 접두어 속에 고스란히 묻어 나온 것이다."
- 박광열(해양수산부 서기관), 2001년 4월, 노사모 홈페이지에서


재미있는 것은 8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노무현의 리더십을 경험하였던 해양수산부에서는 대체로 노무현을 "해양수산부가 경험하였던 최고의 리더십"이라고 평가한다는 점이다. 많은 해양수산부 직원들은 노무현 이전과 노무현 이후의 해양수산부는 확연하게 달라졌다는 점에 동의하는 것으로 보인다.

언젠가 조선일보에서 노무현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해 비판적인 기사를 실었을 때 해양수산부 직원들이 조선일보 독자투고란이나 인터넷 게시판에 적극적으로 노 장관을 옹호하는 글을 올렸던 사실들이 이것을 일정 정도 증명해주고 있다.

아무튼 <노무현의 리더십 이야기>라는 조금은 밋밋한 제목이 붙은 이 책은 서구에서 도입되기 시작하여 경영학에서는 이제 최고의 경영기법으로 평가되는 '지식경영'이 어떻게 노무현을 통해 해양수산부에 적용되었으며 그것이 어떻게 해양수산부를 바꾸어 놓았는지를 저자 스스로의 입을 통해 상세하게 밝혀놓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노무현은 리더십이 있는가?'라고 의문을 갖기보다는 오히려 '노무현의 리더십은 다르구나!'라는 것에 고개가 끄덕여지게 된다.

4. 왜 <노무현의 리더십 이야기>인가?

노무현은 대통령이 되겠다고 대통령 후보로 나선 정치인이다. 그렇다면 과연 노무현은 어떻게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려고 하는지, 그가 국정운영 능력이 있는 사람인지 점검해보아야 할 일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노무현은 입법, 사법, 행정부를 두루 거쳤지만, 표면적으로 드러난 공직의 경험은 두 번의 국회의원직과 8개월의 해양수산부 장관직이 거의 전부인 정치인이다. 그렇다면 노무현의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이, 많은 정치인들이 그렇듯이 경력쌓기용으로 그냥 지나가는 자리였는지, 아니면 노무현 스스로 이야기하듯, 그리고 많은 해양수산부 직원들이 동의하듯 "인정받는 장관"이었는지 점검해보아야 할 일이다.

이 책이 일정 부분 거기에 대한 의문을 푸는 데 열쇠를 제공하고 있다.

<노무현의 리더십 이야기>는 노무현이 스스로 밝히는 해양수산부 시절에 대한 노무현의 리더십과 지식경영에 대한 보고서이다. 놀라울 정도의 꼼꼼한 그의 기억력과 기록을 바탕으로, 그리고 그를 보좌하였던 비서진들의 도움을 바탕으로 씌어진 이 책에는 그가 국정운영의 현장에서 고민하고 실천하였던 '노무현 리더십'의 모든 것과 그가 가슴에 품고 있는 국가운영의 비전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그러므로 노무현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를 하자면 당연히 <노무현의 리더십 이야기>를 읽고난 이후에 평가를 내릴 일이다.

<노무현의 리더십 이야기>는 노무현의 글뿐만 아니라 해양수산부 직원이 본 장관 노무현에 대한 평가, 그리고 경영학자이자 경영컨설팅전문회사의 대표인 김용구 박사의 분석, 그리고 시사평론가 유시민 씨가 3김 이후의 정치적 리더십에 대한 시대적인 요청을 분석한 글 등이 부록으로 수록되어 노무현의 리더십에 대한 타자의 평가도 곁들이고 있다.

잠깐 발췌하여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나는 이 책을 가급적 기업 CEO들이 읽기를 원한다. 그리고 이들이 국가 행정과 정치의 영역에서도 기업경영에서 이야기하는 살아있는 생명체로서 희망과 비전을 지닌 리더십의 원리가 실현될 수 있음을 확인하기를 바란다.

<노무현의 리더십 이야기>는 저자가 국가경영의 한 분야를 실천하는 가운데 보여준 현장중심, 토론과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 목적 수립과 장기적인 시각에 의한 상생(相生)의 실천프로그램, 그리고 열정과 애정에 기반한 신뢰를 보여주고 있는 점에서 잭 웰치 리더십의 일정 단계를 압축해서 국가행정에 보여 준 일면이 있다. 어떤 점에서는 미래산업의 정문술 회장이 보여주었던 신뢰 경영, 공·사 구분 등의 원칙 경영과도 상통된다."
- 김용구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 연구교수)

"'노무현 바람'은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대중의 열망을 반영한다. 노무현은 독자적 비전과 정책적 패러다임을 완전하게 체계화하지는 못했지만 그 가능성을 보유한 새로운 리더로 떠올랐다. '노무현 바람'의 진원지와 지지층의 특성을 뜯어보면 한국 사회에 일찍이 없었던 신주류(新主流)가 등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신주류'는 '구주류'와 기존의 정치적 리더들이 만들어 놓은 지역주의 정치구도와 특권적 권력문화, 제왕적 리더십을 거부하고 불신한다. '노무현 바람'은 기존 지도력에 대한 '신뢰의 위기'가 만들어낸 정치 현상이다."
- 유시민 (시사평론가)

"얼마 전, 노무현 후보의 리더십 컬러를 인터넷으로 조사하였다. 청년들은 빨간색 서번트 리더와 남색 비전 리더, 장년들은 노란색 브랜드 리더와 초록색 파워 리더로 꼽았다. 그의 리더십이 그만큼 탄력적이라는 얘기이다. 독자들은 이 책에서 탄력 있는 리더십 컬러를 갖고 있는 노무현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가 강조하는 주인 의식, 언행 일치, 전략적 사고, 발상 전환, 긍정적 자세 등에서 한국 리더십의 미래상을 보게 된다."
- 신완선 (성균관대학교 시스템경영공학부 교수, <컬러리더십> 저자)


편집이나 디자인에서 정치인의 책이라기보다는 실용적인 경제경영서 같은 느낌을 주는 노무현 후보의 신간 <노무현의 리더십 이야기>의 띠지에는 이런 문구가 대문짝만하게 박혀 있다.

"국가경영CEO, 노무현!"

과연 노무현이 한 국가를 경영할 만한 국가경영CEO인지 아닌지는 <노무현의 리더십 이야기>를 읽은 독자가 직접 판단할 일이다.

그리고 그 판단의 결과는 12월 19일, 국민들의 신성한 한 표가 확실하게 말해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행복한책읽기(www.happyreading.net)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행복한책읽기(www.happyreading.net)에도 실렸습니다.

노무현의 리더십 이야기 - 개정판, 행정가와 CEO를 위한 리더십의 8가지 원리

노무현 지음,
행복한책읽기,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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