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02년 9월 5일, 저는 만년고등학교에서 가지고 있던 모든 권리를 학생회와 학교에 반납하며, 4개월간의 짧은 학교 생활을 마감합니다....'라고 시작하는 제가 쓴 기사 <나의 자퇴선언서>에 이어 쓰는 기사입니다.
‘탈학교’라는 시도가 새삼스러운 시도는 아니라 생각합니다. 이미 1년에 자퇴생의 숫자는 9만 명에 이르고, 또 그 자퇴생들을 새로운 사회적 시도로 보는 시선도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단지, 나는 그 대열속에서, “왜 자퇴를 하는지”, 그리고 “자퇴도 당연한 선택 중에 하나일 수 있다”는 것을 말했을 뿐입니다. 나의 자퇴선언서는 그것 이상의 의미가 없었습니다.
일부 네티즌들은 내 시도를 ‘부적응자의 일탈’로 규정하며 형언할 수 없는 언어폭력을 행하기도 했는데요, 나는 이해합니다. 자신의 방법이 아니면 인정할 수 없는 한국사회를 너무나 잘 알고있기 때문입니다. 좌·우익 문제에도, 통일의 문제에도, ‘자신의 방법’이외의 방법, 즉 명문고-명문대의 자부심만으로 다른 방법을 부정하는 것을 한두 번 본 것도 아니고, 또 그런 시선이 일반화된 시선이라는 것도 너무나 잘 압니다.
물론, 내 글은 ‘편파적’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공정하게 편파적’인 글에 대해 ‘새로운 시도’로 인식할 수 없는가... 라는 것입니다. ‘편파적으로 공정한’ 것이 아닌, 나는 ‘공정하게 편파적’으로 글을 썼습니다.(적어도 내 처지에서는 말입니다) ‘자퇴선언서’에는 어느 하나 사실을 벗어난 얘기는 없으며 내 눈을 통해 들어온 정보를 그대로 사용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나는 ‘공정하게 편파적’으로 말하고자 했던 의견을 표명했을 뿐입니다.
한국사회에서 입시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그것이 학생들에게 얼마나 큰,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주는지 나는 보았고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성적이 비교될 때마다 닥치는 모멸감과 받아야 하는 멸시. 하루 14시간을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보내고도 모자라 과외며 학원으로 달려가야 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나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왜 중3이 되면서부터 학원에 새벽 2시까지 남아서 ‘교육’을 받아야 하나,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수능위주의 공부’를 하면서 기본적으로 깨우쳐야 할 인성 등의 것은 다 무시되어야 하나, 그리고 왜 성적이 나쁘면 맞아야 하나... 이런 교실에서 내가 마지막에 선택한 것이 바로 ‘자퇴’라는 방법입니다.
왜 이런 시도를 ‘미친 짓’이라며 폄하하는 것입니까 인터넷상에서 한 논객(이라고 하기도 껄끄러운)이 보여준 태도, 그리고 그에 못잖은, 욕만 안 들어갔다 뿐인 온갖 비난은 ‘타인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의 너무나 적나라한 단면을 보여주었고, 나도 때로는 그 아집에 끌려서 강압적으로 대하기도 했습니다.
자퇴선언서 이후, 이 사회에 할 말이 있습니다. 물론, 토론은 계속되어야 하고 탈학교 이외의 대안을 논의하는 시간도 끝없이 가져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나는 이 사회에 꼭 할 말이 있습니다. 자신이 규정한 방법만을 가지고, 마치 그것이 진리인 양 대하는 것은 ‘토론’이 아닌 ‘훈계’ 또는 ‘억압’에 지나지 않습니다. 마치 학교가 성전인 양, 그리고 학교에 다니지 않으면 ‘낙오자인 양’ 대하는 것, 이제는 그런 편견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습니다. 학교는 하나의 방법일 뿐, ‘사회의 절대진리’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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