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를 굽는다. 전체적으로 잘 익으면서도 겉이 타지 않게 할려면 자주 보살펴 주어야 한다. 밤을 구울때는 껍질을 따 주지 않으면 눈깔 뺀다고 한다.전희식
겨우 정신을 수습하면서도 내가 안도의 숨을 내쉰 것은 내가 만약 장작을 아궁이 가득 모아놔 버렸으면 그 고양이는 불에 타 죽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때 문득 이 도둑고양이는 우리 텃밭 구석에 자주 출몰하던 새끼고양이라는 생각에 새끼들이 세 마리가 몰려다니던 기억이 났던 것입니다. 그래서 아궁이에서 멀찍이 떨어져나와서 잠시 기다렸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연거푸 두 마리의 새끼 고양이가 불살개 불을 밟아 꺼뜨리면서 뛰쳐나왔습니다. 벌써 어미고양이에게서 분가를 했나 봅니다. 새벽공기가 너무 차니까 아궁이 속에 들어 간 게 분명합니다. 아궁이에 문을 해 달아야겠습니다.
아궁이 앞에는 라면박스나 헌 옷가지를 놔둬야겠다 싶은데 오늘 불에 타 죽을 뻔했던 고양이들이 다시 나타날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그 동안 마당 구석에 도둑고양이들 먹으라고 생선 가시나 음식물 남을 걸 접시에 놔두곤 했는데 이들이 아궁이에서 잘 줄을 몰랐습니다.
도둑고양이라고 부르기보다 집 없는 고양이라고 불러야겠습니다. 집 없는 고양이라는 말도 맞지 않겠습니다. 집고양이가 도리어 갇혀 사는 고양이라고 불려야 되는 거 아닌가 싶네요. 어쨌든 이 고양이들이 다시 찾아와 아궁이 앞에서 따뜻하게 잤으면 합니다.
감자를 꺼내기도 전에 새들이가 일어나 아궁이로 왔습니다. 그래서 오늘 아침 식사는 부엌에서 쭈그리고 앉아 부잣집 하인네처럼 그렇게 했습니다. 서로 주둥이를 손가락질해가며 놀려 먹었더니 배가 더 부릅니다.
덧붙이는 글 | 갈비 - 마른 소나무 잎.
불살개 - 불 쏘시개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농(農)을 중심으로 연결과 회복의 삶을 꾸립니다. 생태영성의 길로 나아갑니다. '마음치유농장'을 일굽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