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세력화 하면 정치도 바뀌어"

대구여성회, 주부대상 정치강연회 개최

등록 2002.11.06 10:53수정 2002.11.10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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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이승욱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에서 '아줌마'는 어떤 위력을 발휘될까. 최근 대구지역 한 여성단체가 '정치무관심'으로 대표되는 주부들을 대상으로 정치 강연회를 열어 관심을 모았다.

'대구여성회'(대표 안이정선)는 5일 동부여성문화회관 강당에서 '주부들이 바꾸는 새로운 정치'라는 주제로 강연회를 열었다.

이날 강연회에는 최근 창당을 준비하고 있는 개혁적국민정당 창당추진위 고은광순(호주제 폐지를 위한 시민의 모임 운영위원) 부위원장이 강사로 나서 여성, 특히 주부들의 정치참여에 대해 강조했다.

이날 고은 부위원장은 특히 호주제 문제에 대한 언급부터 시작했다. 그는 "21세기 한국의 여성은 아직도 왕조시대 임금에 복종하는 백성의 처지를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으며 이 대표적인 예가 호주제 문제"라고 말문을 열었다.

또 고은 부위원장의 주장은 호주제 폐지를 반대하는 유림들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이어졌다. 그는 "호주제 찬성론자들은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라는 속담을 들어 씨앗이 중요하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그래서 남자가 중요하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는 생물학적으로 남성과 여성 모두 절반의 씨앗을 가지고 있는 것과는 다른 거짓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또 "혈통, 가문, 종중 등의 단어는 남성이 씨앗을 가진 존재이고, 여성은 단지 수단으로 전락하는 사고에서 나온 것"이라며 "부계 혈통제는 생물학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특히 고은 부위원장은 "여성들이 정치세력화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약자인 여성에게 희생을 강요한다"고 전제하고 "20세기 남성중심의 사회가 타인에 대한 공격과 지배욕 등으로 점철돼 있었다면 정치적으로 청정구역인 여성들이 왜곡된 여성개념인 희생과 복종이 아닌 평화와 생명존중, 그리고 엄중함 등을 내세워 정치 또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은 부위원장은 "여성은 정치에서 '청정구역'이나 다름없다"고 전제하고 "여성이 정치세력화를 이루게 되면 가정에서 남녀평등이 이뤄질 뿐만 아니라 사회와 국가를 합리적이고 깨끗하게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낡은 정치를 끝낼 수 있도록 어떤 곳에서든 여성들이 힘을 키워야 하고 정치세력화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성 정치세력화 감지돼... 대선후보 선택, 이미지 · 외모 영향 벗어야"
[일문일답] 개혁적국민정당 창당추진위 고은광순 부위원장

대구여성회가 주최한 '주부들이 바꾸는 새로운 정치' 강연자로 초청 받은 고은광순(46)씨는 학생운동을 하다 두 번의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92년 한의원을 개업한 고은씨는 지난 98년에는 '호주제 폐지를 위한 시민의 모임'을 만들고 부모성 함께쓰기 운동과 호주제도 철폐운동에 누구보다도 열성적이다. 최근에는 개혁적국민정당에 참여하는 등 여성의 정치세력화를 꿈꾸고 있다.

다음은 고은광순씨와 나눈 일문일답 요지.

-개혁적국민정당에 참여하는 여성들은 어느 정도인가.
"부문위원회로 여성위원회가 설치돼 있고 전국여성회의라는 이름으로 기구를 구성할 예정이다. 현재 6000명의 여성이 개혁적국민정당에 참여하고 있다. 대부분이 페미니스트로 여성학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개혁적국민정당 내에서도 시각이 다양하고 여성문제에 대한 갈등이 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개혁적국민정당은 당헌안에 아예 어느 성도 60%를 넘지 않도록 만들어뒀다. 현재 선출직 집행위원 5명도 가급적 성 비율을 맞춘다는 생각이다. 현재까지는 큰 갈등 없이 잘 이뤄지고 있다."

-여성의 정치세력화가 어느 정도 진전됐다고 보나.
"성 인지적 관점이 있어야 한다. 대통령을 뽑더라도 어떤 후보가 더 여성의 문제, 예를 들자면 호주제 폐지와 같은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지를 제대로 봐야한다. 각 대선 후보들도 지금은 호주제 폐지를 쉽게 이야기하고 있다. 또 고위직 공무원 20% 할당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어느 정도 여성의 정치세력화에 대한 감지되는 것도 있지만 더욱 내실화 시켜야 하기도 한다."

-'여성당' 등 여성의 정치세력화가 가능한가.
"정치세력화와 관련 크게 확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NGO 등 각 지역에서 여성운동가 등 인적자원은 일정 정도 확보돼 있다. 어느 곳에 있든 정책연대 등을 통해 정치세력화가 가능하다고 본다. 그러면 혈연과 지연, 패거리 정치에서 자유로운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성향의 정당도 가능하다. 독일의 녹색당처럼 개인의 권력이 아닌 우리 모두의 권력이 가능해질 것이다."

-여성, 특히 주부들의 정치무관심 하거나 남편 등의 정치관에 맞춰 가는 모습도 많이 보이고 있다.
"주부들은 도덕적으로 어떤 후보가 더 좋은 후보인지, 기존 남성 중심의 정치가 당리당략 등 구태의연한 모습을 보였다면 누가 더 개혁적인지 여성의 시각으로 판단해야 한다. 지금까지 후보들의 이미지, 외모나 외부적인 평에 의존해왔던 것을 탈피해야한다. 표피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안 된다." / 이승욱


한편 대구여성회는 이날 강연회에 이어 5일 오후 경북대학교 복현회관 2층에서 고은 부위원장의 '여성과 정치'라는 제목을 강연을 시작으로 주부 및 지역 여성들을 대상으로 '여성정치학교'를 열었다.

여성정치학교는 오는 8일까지 매일 오후 4시 같은 장소에서 ▲6일 '새로운 정치문화 읽기'(김진향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 ▲7일 '어떤 대통령이어야 하나'(최상천 작가, 전 효성가톨릭대 교수) ▲8일 '지방자치제도와 여성 유권장의 역할'(양승주 경북여성개발원 수석연구원)로 강연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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