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외전화 사업자 동의없이 변경 말썽

대구 수성구 일대 전화이용자 피해 속출

등록 2002.11.18 19:26수정 2002.11.21 14:16
0
원고료로 응원
온세통신
대구 수성구 일대에서 최근 한국통신(KT) 시외전화 서비스 가입자들 본인의 동의 없이 사업자가 변경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말썽을 빚고 있다.

지난 10월 수성구에서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이아무개씨는 갑작스런 KT측 통보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의 병원에서 사용하고 있던 일부 755-XXXX번의 전화회선이 본인의 동의도 없이 타 후발 시외전화 서비스 업체로 변경됐다는 내용의 통보를 받은 것.

이씨가 직접 확인한 결과 그 동안 KT로 시외전화 서비스를 이용하던 것을 이후에는 온세통신으로 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이씨는 이후 KT로 즉시 재변경이 가능하다는 말에 무심코 지나쳤다.

하지만 이씨가 변경을 위해 정작 우편물에 기입된 '시외전화 변경등록센터'로 전화를 해도 통화중인 상태로 담당자와 연결이 어려웠다. 막상 통화가 된 경우에도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어 변경이 어렵다는 답을 듣는가 하면 관련기관들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말만 들어 분통을 터뜨려야 했다.

본인 동의 없었는데 업체 변경...문제제기에 '떠넘기기'

결국 이씨는 몇 번의 항의전화 끝에 지난 12일에야 온세통신으로 변경을 취소하고 원래 업체인 KT로 재변경할 수 있었다. 이씨는 "일단 본인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상태에서 변경된 것도 잘못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즉시 변경이 가능하다고 해놓고도 책임을 전가하기 일쑤였다"면서 항의했다.

취재 결과 한국통신은 지난 10월 5일자를 기점으로 수성구 일대에서 주민들이 사용하고 있는 754, 755, 756 국번에 대한 전자교환기의 교체 작업(벨로팅)을 했다.


현재 KT, 데이콤, 온세통신 등 시외전화 업체가 모인 정통부 산하의 한국통신사업자협회는 KT가 독점하던 시외전화 시장에 대한 후발주자들의 사업영역을 확대한다는 취지에서 벨로팅 작업시점 전후에 일정기간 동안 KT가 보유하고 있는 ▲벨로팅 대상 가입자 정보(명의인 성명, 전화번호, 주소)를 후발업체에게 제공하고 ▲ KT측은 이 기간동안 영업제한 ▲후발업체는 '전화로' 명의인과 배우자의 동의를 구하면 업체 변경가능 등의 혜택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이씨 사례의 경우는 벨로팅 기간동안 온세통신 측이 사업자 변경을 신청 받은 사례에 속한다. 하지만 이씨는 "온세통신을 통해 어떤 전화도 받은 적이 없었고, 배우자는 고사하고 병원 직원들도 사업자 변경을 요구하는 전화를 받은 적이 없었다"고 항변하고 있어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반해 온세통신 측은 "보통 전화를 받고 본인이나 배우자가 동의를 했음에도 제대로 기억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면서 "사업자 변경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기존 업체인 KT 수성지사 한 관계자는 "기존 가입자들이 본인동의 없이 사업자가 변경됐다는 항의를 오히려 우리 쪽으로 하고 있어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고 말해 본의동의가 없는 변경사례는 실제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업체간 가입자 유치 과열 경쟁이 원인인 듯

이런 가운데 이번 사태가 업체간 과열경쟁으로 인한 결과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전화 이용자가 시외전화 사업자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정해진 양식의 신청서를 작성하고, 주민등록증 등 신분증 사본이 필요하지만 벨로팅 기간만큼은 전화마케팅(TM)이 가능하도록 후발주자들에게 배려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결국 폐해를 낳고 있는 셈이다.

후발업체들은 TM 작업에 업체 직원들뿐만 아니라 아르바이트생과 하청업체까지 동원해 정확한 절차에 의한 신청보다는 실적 위주의 경쟁만 부추기고 있어, 본인의 동의 없는 변경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 대한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온세통신 영업지원팀 한 관계자는 "분명히 지도를 하고 있긴 하지만 실무 담당자들이 착오를 하는 등 실수를 범할 경우도 전혀 없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며 일부 시인했다.

특히 이런 문제가 빈번해지면서 데이콤 측은 TM 작업과정에서 오간 대화를 '녹취'하고 있지만 온세통신의 경우 TM작업을 아직 전면적으로 도입하지 않고 있어서 가입자와 업체간의 마찰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분쟁이 잦아지자 온세통신 측은 녹취를 병행하는 것을 고려해 서둘러 시험 운영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사업자 변경에는 명의인의 주민등록번호가 반드시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주민등록번호가 어떤 경로를 통해 타 업체 관계자들이 가지고 있었는지도 의문으로 남고 있다. 이씨와 같은 피해자인 송아무개 씨는 "시외전화 업체를 변경하려면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가 필요한데 본인 동의도 없이 개인정보를 이용하는 것은 더 나쁜 것 아니냐"고 따졌다.

"주민번호는 어디서?"...시외전화 시장 혼탁양상

한편, 시외전화 가입자 확보와 관련해 후발주자들의 과열경쟁 뿐만 아니라 기존 업체인 KT측에 대해서도 문제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온세통신과 데이콤 측 관계자들은 "KT측이 영업을 제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부 가입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후발주자들의 시장진입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결국 시외전화 서비스 시장에 과열경쟁이 혼탁하게 이루어지고 있어, 이들에 대한 관련 행정기관의 '제동 걸기'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구경북 오마이뉴스(dg.ohmynews.com)


AD

AD

AD

인기기사

  1. 1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 2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3. 3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4. 4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5. 5 한강 '채식주의자' 폐기 권고...경기교육청 논란되자 "학교가 판단" 한강 '채식주의자'  폐기 권고...경기교육청 논란되자 "학교가 판단"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