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 톱 다루기가 쉽지 않습니다

화목 장만하기(1)

등록 2002.11.29 17:56수정 2002.11.29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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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던 골짜기에 갑자기 요란한 엔진 톱 소리가 납니다. 간벌을 하는 것입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자라던 나무들은 사람들의 선택에 따라 한꺼번에 아름드리 잘려 나갑니다. 나무도 어느 정도 자라게 되면 적당한 공간을 떼어 두어야 서로 잘 자라게 된다고 합니다.


a 차곡차곡 쌓인 장작은 바라보기만 해도 따스해집니다

차곡차곡 쌓인 장작은 바라보기만 해도 따스해집니다 ⓒ 이형덕

빽빽하게 나무들이 들어차 낮에도 어두컴컴하던 숲이 시원스레 정리가 되었습니다. 베어진 나무들은 3-4미터 길이로 잘려져 곳곳에 쌓여 있습니다. 이번 겨울에 화목으로 쓰면 되겠다고 은근히 반색을 하고 있는데, 며칠 지나지 않아 부지런한 마을 사람들이 경운기를 끌고 와 쓸 만한 나무들은 모두 싣고 갔습니다.

아내는 내 게으름을 탓했지만, 경운기는커녕 지게 하나 없는 나로서는 구경만 할 뿐입니다. 모처럼 시간을 내어 나무를 끌어왔지만, 가파른 산길을 헤집고 나무들을 나르는 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습니다.

여름이 되어, 이제는 무성해진 덤불과 숲이 우거지니 드나들기도 불편할 뿐만 아니라 이따금 마주치는 뱀들도 무섭습니다. 나무를 말려야 한다며 뒤로 미루고, 이제는 서리를 맞아서 덤불이 한풀 죽어야 숲에 들어가야 한다고 핑계를 댄 것이 결국은 첫눈을 보고서야 산으로 들어갔습니다.

몇 달을 숲에 누워 있던 나무들은 잎사귀를 떨구고, 제법 물기를 말린 채 전보다 훨씬 가벼워졌습니다. 아들 녀석을 데리고 한나절을 움직인 끝에 제법 많은 나무토막을 끌어내릴 수 있었습니다. 영하의 날씨에도 등줄기에 더운 땀이 줄줄 흐릅니다. 그것으로 일이 끝난 거라면 얼마나 좋을까.

끌어내린 나무들을 토막을 쳐야 하는데, 집에서 쓰는 톱으로 썰었다간 겨울을 다 보낼 판입니다. 그래서 친척집에서 엔진 톱을 빌려왔는데, 이게 막상 쓰려니 시동이 안 걸립니다. 공구상에 들고 가니, 카뷰레터가 막혔다며 2만원을 내랍니다. 바늘구멍만한 노즐이 자칫 연료에 톱밥 가루라도 날아들어가면 이내 막혀 버린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장기간 사용을 안 할 때는 공회전을 시켜 연료를 다 소비하여 비워 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가파른 산길에 전기를 쓰지 않고, 톱을 쓰려고 전기톱 대신 엔진 톱을 빌려 온 것인데, 그것이 여간 잔고장이 많은 게 아닌가 봅니다. 그리고 산 속에서 엔진 톱을 사용할 때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답니다. 엔진 톱을 켠 채 산길에서 미끄러졌을 때는 여간 위험한 것이 아니니, 엔진 톱을 켠 채로 걸어 다니는 일은 없어야 하겠습니다.

엔진 톱에는 두 가지 기름이 사용되는데, 우선 톱날의 마찰열을 줄이기 위해 넣는 2사이클용 엔진오일(한 통에 4500원)이 있고, 엔진 연료용으로는 휘발유와 엔진오일을 혼합하여 넣게 됩니다. 대체로 혼합 비율은 40대 1이라고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25~30대 1의 비율로 섞어 쓰더군요. 주유소나 공구점에 가면 1500원짜리 혼합통이 있는데, 거기에 친절히 눈금표시가 되어 있습니다.


시동을 걸때는 엔진 톱을 고정시키고, 힘껏 줄을 잡아당겨 시동을 거는데 잘 안 걸리면 잠시 쉬었다가 반복합니다. 일단 시동이 걸리면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의 굉음과 매연이 발생하니 마스크라도 끼고 하시는 게 좋습니다.

나무를 자를 때는 큰 나무를 한 사람이 붙들고, 서로 발로 밟은 상태에서 받침대 위에 올려놓고 자르는 것이 안전합니다. 엔진톱을 잡은 사람은 가능하면 다른 일은 하지 말고, 나머지 사람이 나무를 옮기거나 잡아주어야 합니다. 톱을 켜고, 땅에 놓아두고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다리라도 스치게 되면 큰 부상을 입게 되니까요.

나무를 자를 때는 대체로 30센티 이내로 자르는 것이 좋습니다. 제 경우엔 20센티가 적당했습니다. 너무 길게 자르면 나중에 도끼로 팰 때, 한 번에 빠개지지 않고, 도끼날이 그곳에 박혀 애를 먹게 되니까요.

그리고 절단면을 거의 수평이 되게 잘라야 합니다. 비스듬히 잘랐다가는 나중에 세워놓고 도끼질을 할 때, 제대로 서지 않거나 도끼 날이 미끄러질 수가 있으니까요. 가능하면 우선 장만한 나무들을 모두 자르는 일을 한 번에 마치기 바랍니다. 조금씩 잘라놓고, 도끼질을 하기보다는 그 편이 시간도 줄이고 공구 다루는데도 좋습니다.

그리고 건축 폐목재를 화목으로 쓸 때는 무엇보다 철판이나 못이 박혀 있지 않나 사전에 잘 살펴야 합니다. 못이라도 걸렸다가는 엔진톱날을 다시 갈아 써야 하니까요. 장시간 사용시에는 엔진오일이 충분한가를 살펴야 하는데, 오일이 부족하면 타는 냄새와 연기가 납니다. 연료가 모자라는 경우에는 저절로 시동이 꺼져 버립니다. 집 마당까지 화목으로 쓸 나무를 쉽게 운반해올 수가 있다면 엔진 톱보다는 다루기 편리한 전기톱이 좋을 듯합니다. 공구를 처음 살 때도 이런 점을 감안하여 여건에 맞는 것을 준비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가격 면에서도 전기톱이 싸더군요.

주로 화목으로 사용하는 나무는 참나무를 제일로 치는데, 연기도 적고 열량도 많을 뿐더러 불꽃도 아름답다고 합니다. 게다가 끄으름 같은 것도 적게 생겨 굴뚝이나 노즐이 막힐 염려를 덜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 밖에 흔히 쓸 수 있는 나무로는 잣나무나 소나무처럼 송진류가 많은 종류인데 간벌이나 벌목하고 남은 것들을 쉽게 구할 수 있지요.

밤나무는 푸석거리고 잘 썩어서 열량도 적고, 잡목류는 단숨에 타 버려서 주로 불쏘시개용으로 사용하면 좋습니다. 저는 주로 솔방울과 갈비(솔잎이나 잣나무잎 마른 것)를 긁어모아 처음 불 붙일 때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화목은 가을 볕 좋을 때부터 장만하여 별 바른 곳에 비 맞지 않게 쌓아 충분히 말려두어야 합니다. 저는 겨울에 주워 오니 나무들이 벌써 속으로 얼어서 연기가 많이 나고 잘 타지를 않더군요.

끝으로 한 마디 덧붙이면 남의 산에 쓰러진 나무라도 산주인에게 사전에 양해를 구할 필요가 있으며, 슬며시 산에 들어가 멀쩡한 나무를 엔진 톱으로 잘라냈다가는 곤욕을 치르게 된다는 점을 붙여 둡니다. 집에 트럭이라도 있다면, 여기저기 간벌한 나무들은 쉽게 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화목 장만하기는 다음으로 이어집니다

덧붙이는 글 화목 장만하기는 다음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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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동면 광대울에서, 텃밭을 일구며 틈이 나면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http://sigo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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