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아직은 '디비지지' 않았다
20-30대와 50-60대의 '세대대결'

[여기는 부산] '거리의 분석가' 40여명에게 판세 물었더니

등록 2002.12.06 14:32수정 2002.12.06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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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취재팀: 이병한 권우성 오연호 기자
서울취재팀: 이한기 기자


a 5일 저녁 부산 덕천로터리에서 열린 노무현 후보의 유세.

5일 저녁 부산 덕천로터리에서 열린 노무현 후보의 유세. ⓒ 오마이뉴스 권우성


부산은 아직 '디비지지'(뒤집어지지) 않았다.

디비진다는 것의 기준을 '확실히 50% 이상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으로 한다면 노무현 바람에 디비진 것은 30대 뿐이었다.

20대와 40대는 바람을 탓지만 아직 어느쪽으로 휩쓸리지는 않았다. 50대 이상은 노무현 바람이 도저히 뚫기 힘든 철벽이었다.

관건은 50대였다. 노무현 후보가 향후 1주일여간에 이들의 마음을 바꿔놓을 수 있을지, 이회창 후보가 앞으로도 계속 이들의 지지를 유지할 수 있을지가 부산이 정말 디비질 것인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50대는 20대의 부모세대이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만나본 20대들은 30대에 비해 노무현 바람이 약했다. 그들은 부모세대인 50대의 영향권으로부터 아직 '독립'하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오마이뉴스> 부산취재팀은 5일 닷새만에 다시 부산을 찾은 노무현 후보의 유세현장 주변과 서면 등 도심에서 부산 보통사람들이 분석한 부산중반판세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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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가 전한 양당 부산시지부의 분석

5일 오후 3시 부산지하철 안. 서면을 향해 6-7구간을 달렸지만 대선 이야기를 꺼내는 시민은 없었다. 오직 한 30대 중반 남성이 펼쳐든 지역 석간 <부산일보>만이 5면에 '대선 중간판세'를 말하고 있었다.


이 신문은 "한나라당 부산선대위는 5일 오전 일선지구당 위원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중반전 판세분석을 겸한 전략회의를 가졌다"면서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초반에 상승세를 타는 듯 했지만 최근 들어선 정체상태에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고 전했다.

또 "민주당 부산선대위는 노 후보의 부산 집중공략 이후 꾸준한 지지율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특히 TV토론을 전후로 나이별로 40대 남성, 지역별로 해운대-강서-사상구 등지에서 눈에 띄게 지지율이 오르고 있으나 여성 지지율에서는 여전히 이 후보에 압도당하고 있다"는 분석을 전했다.

<오마이뉴스> 부산취재팀은 서면역 로타리 근처에서 낮 3시-4시, 밤 9시-11시 사이에 '거리의 대선분석가' 30여명을 만났다. 또 노무현 후보 유세지 주변을 중심으로 택시운전기사, 상인 등 10여명을 만나봤다. 부산이 이번 대선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어서인지 대부분 흔쾌히 판세분석에 응했다.

@ADTOP2@
a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가 5일 오전 경기도 안산에서 열린 거리유세에서 한 여자 어린아이를 안고 볼에 뽀뽀를 해주고 있다.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가 5일 오전 경기도 안산에서 열린 거리유세에서 한 여자 어린아이를 안고 볼에 뽀뽀를 해주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30대가 노무현쪽으로 디비진 이유

서면 로타리에서 만난 32세의 공무원 김길중씨는 "내 친구들은 5:5"라면서 "노무현 지지자가 느는 추세"라고 말했다". 김씨는 노무현 후보 지지자가 '예전의 부산'에 비해 늘어난 이유를 몇가지로 분석했다.

첫째로 김씨는 "노 후보는 개혁적인 성향을 확실히 갖고 있는 반면 한나라당은 보수적인 색채가 너무 강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둘째로 단일화 효과를 언급했다. 그는 "단일화 과정에서 많이 움직였다, 정몽준 지지자도 노무현으로 돌아서고, 특히 노무현 후보의 뚝심에 점차 마음을 주게 된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셋째로 김씨는 "30대는 부모들로부터 완전히 '탈출'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50, 60대인 부모들은 여전히 한나라당 지지자가 많지만 30대는 20대와는 달리 부모의 의견을 더이상 따라가지 않고 스스로 판단해 결정하기 때문에 '옛날의 부산정서'의 영향을 덜 받는다"고 말했다.

넷째로 "최근의 '반미감정' 확산 등이 30대의 노무현 지지바람을 더욱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씨와 얘기를 나누는 밤9시경에도 약2천여명의 대학생-시민이 서면로타리 도로를 통해 여중생 사망을 추모하는 촛불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노래방 서비스 30대 여성들은 4:4:2

서면 로타리 근처의 한 노래방에서 나온 30대 여성을 만났다. '1시간 서비스에 2만원'을 받고 밤 8시부터 새벽 5시까지 근무를 한다는 35세의 조아무개씨는 "우리 가게에는 외로운 손님들과 노래벗하는 아가씨들이 10명 있는데 서른 한 살이 가장 어리고 다들 30대 중후반"이라면서 "그중 4명은 회창씨, 또 4명은 노무현 아저씨를 지지하고 나머지 2명은 기권"이라고 말했다.

조씨는 "노래방에 오는 젊은손님들을 보면 아직은 노무현-이회창 지지자가 반반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씨는 "나는 이회창을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를 묻자 "원래는 정몽준씨를 찍을려고 했는데 안나와서 그렇다"는 것이다. '정몽준과 노무현이 후보단일화를 했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2주일째 진전이 없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노-정 공조가 더딘 것이 노무현 후보의 표를 깎아먹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사례였다.

디비지는 30대 속의 안디비지는 사람들

30대에 노무현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이 후보를 압도하지 못하는 것은 노래방의 조씨처럼 1) 노-정 공조가 더딘 이유도 있지만 2) 민주당에 대한 오래된 반감 3) 노무현은 급진세력이라는 인식 등이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35세된 한 직장인도 "내 또래의 우리 회사 사람들은 5:5로 막상막하"라고 전하면서도 "나는 이회창을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는 인물이 아니라 당때문이었다.

"솔직히 말해 이회창씨 인물을 보면 노무현씨보다 나은 것이 별로 없다. 당보고 찍는 것이다. 민주당은 집권하면서 썩을대로 썩었으니까 안되고...."

서면 지하철역 안에서 만난 김아무개씨는 "우리 30대에서는 7:3으로 노무현이가 앞선다"라고 가장 큰 폭으로 노무현 바람을 전했다.

그러나 그는 "나는 이회창을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는 노무현의 '부자에 대한 정책'이 맘에 안들기 때문이라고 했다. "부자들에게 이런 저런 것을 통해 통제하려고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면서 "돈 많이 번 사람은 그만큼 노력했으니까 너무 간섭하면 안되는데"라고 말했다.

그러나 취재진이 만나본 30대들은 노 후보가 5:5 이상이라고 분석하는 점에서는 한결같았다. 30대에서는 뒤비지고 있었다.

a 5일 부산 홈플러스 매장을 방문한 노무현 후보가 고등어 판매장에서 직접 마이크를 잡고 '싱싱한 노무현이 왔어요'라며 익살을 부리고 있다.

5일 부산 홈플러스 매장을 방문한 노무현 후보가 고등어 판매장에서 직접 마이크를 잡고 '싱싱한 노무현이 왔어요'라며 익살을 부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같은 40대라도 45세 전후로 갈라져"

회사원 김아무개씨는 밤 11시경 서면 로타리 근처에서 한참 핸드폰을 걸고 있었다. 술을 한 잔 걸친 것같은 그는 부친상을 당한 친구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통화를 마친 그는 "나는 마흔둘인데 45세 전후가 확연히 갈린다"고 말했다.

"45세 이상은 이회창이 많고 그 이하는 노무현이 많다. 내 친구들은 5:2:3이다. 5가 노무현이고 2가 이회창이고 3은 부동표다."

노무현 표를 상당히 높게 예상하고 있었다. '혹시 친구들이 옛날에 학생운동하던 사람들 아니냐'고 물었더니 "나도, 친구들도 그런 사람들이 아니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럼 왜 노무현을 지지하느냐'고 했더니 "좀 더 개혁적이지 않은가, 이회창은 낡은정치 냄새가 난다"고 말했다.

사상 터미널 유세현장에 모인 2천여명 중에는 40대가 많이 보였다. 40대 초반이라는 한 아저씨는 "예전에는 이러지 않았는데, 많이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다, 저 사람들을 보라, 발걸음을 멈추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덕천 로타리에서 옷가게를 하는 47세의 한 상인은 '노무현의 모든 것'을 탐탁치 않게 보고 있었다. 그는 노 후보의 유세장을 힐긋힐긋 바라보면서 "여기 모인 사람들은 다 동원된 사람"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했다. "그렇게 보이지 않는데...."라고 말했더니 다시 "동원된 사람이 맞다"면서 "이회창씨가 여기 왔을때는 사람도 훨씬 많았고, 동원도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이가 부산사람이라고 동정을 얻으려고 하는데, 내 주변의 부산상고 출신들도 안찍겠다고 한다"면서 "빨리 유세를 끝내고 갔으면 좋겠다"고까지 말했다.

사상 시외버스터미날까지 기자를 태워준 46세의 한 택시기사는 더 강하게 노무현 후보를 비판했다. "아무리 그래봤자 노무현이가 부산에서 20, 30% 이상 받지는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노무현 바람이 분다고 하는데 그것은 젊은 사람들하고 부산에 살고 있는 호남사람들이 일으키고 있는 것일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부산사람들은 지금 DJ정권의 비리를 확 뒤집어보일 사람을 원하고 있다"면서 "젊은 사람들이 휩쓸리고 있다고 하는데 그게 얼마나 될 거냐"고 말했다.

그는 또 "가끔 경북 사람들이 여기와서 택시를 타면, '지난 대선때 부산의 얼빵한 니들이 이인제 찍어줘서 디제이정권 만들고 이리 됐다'면서 '이번에는 투표를 잘 하라'고 그런다"면서 "젊은층이 얼마나 투표를 할지 모르지만 중반 이후는 결국 전부 이회창 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50대에게 노무현은 국지풍일뿐

50대 중에서도 노무현 바람을 상당히 강하게 느끼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54세의 한 회사간부는 "처음에는 그것을 못느꼈는데, 가면 갈수록 노무현이가 유리한 것 같애요, 지금은 5:5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나 서면 거리에서 만난 '50대 신사'와 '50대의 택시운전사'는 상황인식에 큰 차이를 보였다.

56세의 택시기사 임인기씨는 "지금 부산이 노무현이를 조금 봐주고 있다"면서 "3.5 대 6.5 정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은 원래 이곳에서 인기가 없었다"고 말했다. "정몽준하고 단일화 한 후에 '쪼끔' 올라갔다"는 것이다.

"노무현이가 부산의 김해사람이라서 봐줘서 그렇지 사실은 인기가 없는 사람이다. 이회창이나 노무현이나 똑같으니까 같은 값이면 노무현이 하자는 사람이 있어서 그렇지 원래는 특별한 인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임씨는 노무현 후보에 대해 부산 사람들이 아직 '믿음'을 주지 않고 있다고 했다.

"호남쪽 민주당 사람들이 노무현을 나무에 올려놓고 흔들 것 아닌가. 그러면 노무현이는 대통령이 돼도 꼼짝 못할 것이다. 그러니까 차라리 이회창이가 되는 것이 더 낫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하는 거다."

또 대통령이 되기에는 "너무 가볍다"고도 말했다.
"대통령이면 좀 무게가 있어야 되는데, 사람이 가볍다."

그는 "요새 정치하는 꼬라지가 그게 그거니까 전두환이 같은 사람이 다시 나와서 시원하게 했으면 좋겠다는 사람도 많다"고 전했다.

임씨는 "그렇다고 이회창씨가 인기가 크게 있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회창씨는 이 지역 사람도 아니고, 사실은 창을 보고 찍어주는 것이 아니라 당을 보고 찍어주는 것이다. 이회창 개인이 좋아서 찍어주는 숫자는 그리 안된다. 민주당보다는 한나라당이 좀 더 낫지 않겠나."

임씨는 "내가 아는 사람들은 회창씨 쪽이 훨씬 많고 노무현 지지자는 '우짜다가' 한사람씩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0명중 8명은 회창씨를 찍을 거고 2명 정도는 '에이 모르겠다, 우리 지방 사람 찍어주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덕천로타리에서 있었던 노무현 후보 유세를 죽 지켜보고 있던, 스스로를 "장사하는 사람"이라고 한 56세의 남성은 "지식인 계층은 많이 움직였지만 내 또래의 일반사람들은 아직도 이회창 지지자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한겨레신문 지국을 운영한 적도 있고 <오마이뉴스>를 매일 본다는 그는 "나는 민주당 경선 때부터 노무현 지지로 돌아섰는데, 우리 친구들한테 말하면 안먹힌다"고 말했다. 그는 "친구 10명 중에 1, 2명 노무현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a 이회창 후보가 4일 오후 인천 남구 유세장에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으며 입장하고 있다.

이회창 후보가 4일 오후 인천 남구 유세장에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으며 입장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좌판 상인들의 말 속에 담긴 노풍의 한계

덕천로타리 유세현장 주변엔 좌판 상인들이 많았다. 노무현 바람이 아직은 미풍이라는 점은 그들의 표정에서도 잡혔다. 50대의 좌판 아줌마 4명에게 "노무현이....'라고 말을 건네려 했지만 모두 "맨날, 이렇게 떠들어대니....장사에 피해나 주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차게 말했다.

유세단이 사전유세에서부터 약 3시간가량 장사를 방해한 탓도 있지만 욕까지 해대는 그들의 반응은 중년층 여성들에게 취약한 노풍의 현주소를 말해주고 있었다.

'이회창씨 유세때도 이랬을텐데'라고 묻자 50대 아줌마는 "해도 이렇게까지 피해는 안줬어, 아저씨"라고 항의투로 말했다.

더러는 부동층 50대도 있었다. 서면 로타리의 군밤장수가 그랬다. 50대 중반인 그는 "누구를 찍을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대학에 다니고 있는 내딸래미는 이미 결정했다"면서 "걔는 노무현 후보를 찍을 거라고 했다"고 말했다. '딸로부터 영향을 좀 받을 것 같은가'라고 물었더니 "내가 영향을 줄지, 받을지 두고 볼일"이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50대와 20대, 누가 누구에게 영향을 줄 것인가

택시운전사 조씨는 "30대는 노무현 지지자가 더 많은데 20대는 또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요새 애들 부모말 듣는교, 택도 없지예"라고 말했다.

동명정보대학 1학년생인 조아무개씨는 "우리 학교 학생들을 보면 6:4로 이회창이 우세하다"면서 "나도 이회창씨를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모님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경남정보대학 휴학생 이아무개씨는 정반대의 분석을 했다. "학생들이 이회창을 안좋아하기 때문에 거의 다 노무현 편이다"면서 "부모님들의 영향을 거의 안받을 것이고, 8:2정도는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고를 졸업하고 일본 대학으로 유학을 갔다가 잠시 귀국했다는 김 아무개씨는 "내 친구들은 6:4로 노무현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집에서 부모님 대개가 무조건 이회창을 찍으라고 하는데, 우리는 또 자기생각을 갖고 있으니까...."라고 말했다.

TV토론을 보고 '부모와 함께 부동층으로 돌아선' 20대도 있었다.
25세의 직장인 이승훈씨는 "내 친구들을 보면 5:5정도 된다"고 전제한 뒤 "개인적으로는 이번 TV토론이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이씨는 "나는 한나라당 후보를 찍을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번 토론을 보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됐다"면서 "50대 중반인 우리 부모님도 처음부터 한나라당으로 거의 굳어 있었는데 지금은 부동표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현상은 1달전에 비해 많이 바뀐 것"이라면서 "한나라당으로 몰렸던 것이 TV토론을 보면서 쪼개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MT3'라는 지하 PC방에 들어가보았다. 자욱한 담배연기 속에 20대 남녀 한쌍이 나란히 앉아 자판기를 두드리고 있었다. 남자는 노무현 지지자였고 여자는 이회창 지지자였다. 그래서인지 판세분석도 확 달랐다.

(남) "내 친구들을 보면 노무현 지지자가 많아요. 6:4정도 되죠."
(녀) "아닌데...우리 친구들은 6:4, 혹은 7:3 정도로 이회창쪽인데."

두 사람은 비록 애인사이이지만 앞으로도 각자의 소신을 굽히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표로 꿰봐야지..." 젊은층 투표율이 관건

12월6일 아침 부산시민들은 '대선 부산 판세'를 전하고 있는 두 개의 신문을 접했다.

하나는 조선일보의 1면 머릿기사 제목이다. <한나라 "부산-경남서 다시 큰 격차">. 내용은 신경식 한나라당 대선기획단장이 "선거 초반 흔들릴 조짐을 보이던 부산-경남에서 확실한 우세를 지켜내고 있다"고 분석한 것과 이해찬 민주당 기획본부장이 "부산-경남-울산에서 정체상태"라고 분석한 것들이다.

또 하나의 부산 대선 풍경은 지역신문인 국제신문 4면에 실린 <한나라 부산당직자 총동원령>이다.

"요즘 부산지역 한나라당 분위기가 심상찮다. 후보단일화 이후 불고있는 민주당 노무현 후보 바람 탓이다....김모 시의원은 지난달 29일 부산을 찾은 이회창 후보와의 조찬 간담회 도중 쓰러져 주위를 놀라게 했다. 동료 의원들은 '김 의원의 지역구 성적이 부산지역 최하위권이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귀뜸했다."

두 신문을 종합하면 심상치 않으나 디비지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부산에서 만난, 거리의 판세분석가들이 전국 종합분석을 하면서 가장 많이 한 말은 "전라도 표하고 대구경북 표하고 쌤쌤하고, 부산에서 결판날끼라"였다.

부산의 결판은 세대간의 대결이 1) 투표 전 다른 세대 설득 2) 투표당일의 세대별 투표율이 어떻게 귀결될지가 관건이다. 20, 30대가 부모세대인 50, 60대에게 노무현 바람을 전이시킬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50, 60대가 '부패 디제이정권 심판론'으로 20, 30대를 설득할 수 있을까이다. 그리고 20, 30대가 얼마나 투표에 참여할 수 있을까이다.

28세인 김아무개씨는 핸드폰 판매 대리점의 셔터를 막 내리고 오토바이에 올라타 시동을 거는 중이었다. 그는 "바뀌야 안 되겠습니꺼"라면서 "찍는다면 노무현을 찍겠다"고 말했다.

"찍는다면...." 이 한마디가 12월19일의 승자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회창 지지자인 50대 택시기사는 "30대의 젊은 사람들은 택시를 타면 묻지도 않았는데 '노무현 그 사람 이번에는 밀어줘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하더라"면서 "그래도 부산사람들은 모른다, 표로 꿰봐야지..."라고 말했다.

"산 바람이 강하게 분다" - "이미 산 바람은 꺼졌다"
한나라-민주당의 부산 판세 분석

"산(부산) 바람이 강하게 분다."
"이미 산 바람은 꺼졌다."

이번 대선에서 최대의 격전지로 떠오른 부산의 최근 판세에 대해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각기 다른 분석을 내놓고 있다. 양당의 공통된 인식은 '부산에서 노풍이 불었던 것은 사실'이라는 점 뿐이다.

한나라당은 부산에서 부는 노풍을 차단하고자 이미 권철현 비서실장 등 부산 연고의 중진급 국회의원들을 현지에 상주시키고, 이 후보의 부인 한인옥씨의 '거처'도 부산으로 옮겼다. 그 결과 '노무현 바람'이 상당 부분 꺼져 소멸 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회창 후보쪽 한 보좌역은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다"며 "최근 현지 여론조사를 보면 노 후보의 지지율이 30% 밑으로 떨어졌다고 한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이러한 현상은 대선 종반전에 가면 더욱 심해져 노풍은 자연 소멸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민주당쪽에서는 '노풍 소멸론'은 한나라당의 희망 사항일 뿐이라고 반박한다. 노무현 후보 선대위의 한 핵심 관계자는 "여성 표에서는 많이 뒤지는 게 사실이지만 남성 표는 거의 비슷한 수준에 올라왔다"며 "특히 해운대·남구·동래 등 신시가지에서는 노 후보가 앞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부산의 노풍이 더 세게 불 수밖에 없는 것은 남성 표 강세, 지식인층 강세, 수도권의 부산 출신 민심이 노 후보쪽으로 돌아온 점 등에서 증명된다"며 "부산 대통령론과 DJ심판론이 충돌했는데, 민심은 차츰 부산 대통령론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지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쪽에서는 정몽준 대표가 노 후보와 함께 공동 유세에 들어가면 시너지 효과로 부산의 노풍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부산 노풍을 끝까지 지키기 위해서 대선 막바지에 다시금 부산을 방문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든 부산에서 앞서고 있는 이회창 후보가 뒤처진 노무현 후보보다 더욱 초조해 하는 현상만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 이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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