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겨우 더부살이를 면했습니다

새집으로 이사가던 날

등록 2002.12.22 13:39수정 2002.12.22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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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6.4 전국동시 지방선거를 4개월 앞둔 시점에서 주민들의 정치역량을 한곳으로 집중시켜 시민사회의 발전을 이뤄내자는 데 뜻을 같이한 동지들이 시민단체를 조직했습니다. 전교조 농민회 등 직업별 혹은 부분별 운동에 참여하던 동지, 20명으로 출범했습니다. ‘참여와 자치를 위한 진도사랑연대회의’(약칭 진사련). 유치할 정도로 긴 이름이었습니다.


군수 후보를 중심으로 공약검증작업 및 후보자 토론을 제안했으나 공정성을 이유로 박승만 후보가 토론회를 거부하여 무산, 서면으로 공개한 공약을 발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시 이것도 우리 역량으로 버거웠는지도 모릅니다.

a 진도민주시민사회단체 창립식

진도민주시민사회단체 창립식 ⓒ 김문호

1998년 공설운동장 건립에 따른 진도군과의 토론회에서는 사전준비부족과 진도군체육회의 반발로 진도군민들을 활발한 토론의 장으로 이끌지 못하고 ‘체육시설 예산부족에 따른 지방채는 절대로 발행 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받아 내는 데 만족해야 했습니다.

진도의 유일한 시민사회단체인 진사련이 아직은 시민들 사이에 정체성을 확보하지 못한 결과였습니다. 그러나 지역신문에는 활발히 소개되었고 회원들의 활발한 투고로 기관단체로부터는 일정 정도의 견제기능은 가능하였습니다.

진도의 명산 첨찰산을 동백나무 숲으로 가꿔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산림조합의 계획에 진도군이 적극 승인하여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 계획은 ‘첨찰산 내 40ha의 면적에 광범위하게 분포되어 있는 아름다운 동백꽃이 햇볕에 가려 죽어가고 있다. 동백을 보호하기 위해 산림청의 지원을 받아 잡목을 제거하고 관광객들이 쉴 수 있는 산책로를 조상한다’는 야심찬 계획이었습니다.

진사련은 즉시 반대성명서를 내고 주민들을 상대로 반대운동에 들어가는 한편 산림조합과 토론회를 벌여 동백숲 조성계획 백지화를 요구하면서 지역신문에 진사련 입장이 충실히 반영된 사설 및 2개 지면을 할애하여 특집기사를 2회 동안 내보내자 산림조합과 진도군은 전면백지화를 선언했습니다. 개발론자들의 손아귀에서 1000년 동안 이어온 천연 원시림을 시켜낸 쾌거였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첨찰산 제2봉 정상에 세워진 ‘레이다기상대’의 설치반대는 거센 여론에 밀려 논의조차 되지 못한 것은 진도군민으로서 부끄러울 뿐입니다. 지금도 그 괴물은 제일 높은 곳에서 흉물스런 몰골을 드러낸 채 사방을 두리번거리고 있습니다.


2000년은 진사련의 주가를 한층 높인 해였습니다. 4.13총선에서 김봉호 전의원이 부패정치인으로 지목되자 총선시민연대에 가입하여 부패정치인 낙선운동을 주도하였습니다. 전국적으로 국민들의 가장 큰 관심지역인 해남, 진도에서는 민주당의 아성을 깨고 ‘바꿔’에 성공한 것입니다.

민주당은 입당불허, 약속을 어기고 이정일 의원은 민주당에 당당히 입당하였습니다. 20여년의 야당생활에 이골이 났던 구 민주당(김봉호 전의원 계열)은 국민의 정부 탄생에도 불구하고 김봉호의 낙선으로 하루아침에 다시 야당의 길을 걸어야하는 찬밥신세가 됐고 평생 여당만을 쫒아 다니던 평생 동지들인 정시채 사람들은 이정일이라는 대리인을 통해 다시 여당연락소 깃발아래 모였습니다.


2002년 대선을 1달 앞둔 시점에서 김봉호 전 의원세력들이 모두 한나라당에 입당하여 지구당과 연락소를 꾸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선거운동을 하는 ‘해프닝’이 벌어졌습니다. 핵폐기장 반대운동과 해사채취 반대운동으로 채취허가불허에는 전 회원들이 일치단결하여 한 목소리를 냈으나 대통령선거에서는 상대적 개혁세력인 민주당 노무현 후보에 대한 비판적 지지와 노동자 농민의 정책정당으로 자리매김한 민노당 권영길 후보의 지지 사이에서 논란의 여지를 남겼습니다. 그러나 선거운동 2시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몽준국민통합21대표 정몽준의 ‘노무현 후보 지지철회’는 흔들리는 표심을 노무현으로 싹쓸이하기에 충분했습니다.

a 촛불시위에 참석한 가족

촛불시위에 참석한 가족 ⓒ 김문호

진사련은 12월 7일, 14일 ‘효순, 미선추모 촛불시위’를 주도하여 700여 시민이 모여 ‘살인미군 처벌, 소파개정’을 소리 높이 외치며 비명에 죽어간 어린 소녀를 추모했습니다.

이제 선거도 끝났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2002년을 되돌아보고 5년 동안 이곳저곳 옮겨 다니며 더부살이를 해야 했던 진도사랑연대회의가 사무실을 마련하여 2003년에는 더욱 새로운 기분으로 출발할 수 있게 됐습니다.

‘참여와 자치를 위한 진도사랑연대회의’라는 간판도 내걸고 술, 밥도 내오고 돼지도 잡아 한판을 멋지게 벌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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