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현실업, 중앙상가 번영회 사무실 폐쇄

대구시 시설관리공단, 위탁관리권 넘겨

등록 2003.01.14 01:32수정 2003.01.14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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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에 이어 12일에도 여전히 대구지하상가 3지구 번영회사무실 입구에는 대현실업(주)의 작업복을 입은 건장한 청년들이 상인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a 번영회사무실 출입을 통제하자 전화로 정당성 여부를 따지는 대구YMCA김경민 관장

번영회사무실 출입을 통제하자 전화로 정당성 여부를 따지는 대구YMCA김경민 관장 ⓒ 한상훈

오후 9시 10분 대구지하상가 3지구 회장단을 만나러 번영회 사무실에 들른 대구YMCA의 김경민 관장은 납득할만한 이유 없이 출입을 제지당하자, 입구를 가로막고 있는 청년들에게 길을 터줄 것을 종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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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힘으로 장사 여섯이 버티고 서있는 인의 장벽을 뚫긴 힘들었다. 그들은 절대 사람들을 들여보내지 말라는 상부의 지시를 성실히 수행하고, 어떤 질문에도 같은 대답만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들과 대화가 통하지 않자 김경민 관장은 대구시청 당직실로 전화를 걸어 대현실업(주)이 번영회 사무실 출입을 통제하고 있는 상황을 알리며 빠른 조치를 요구했다. 건설방제과 계장, 과장, 국장은 하나같이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답신을 보내며 다른 이의 전화번호를 알려주며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고, 심지어는 통화도중 전화를 끊어버리기까지 했다.

대구시청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책임있는 답변을 듣지 못한 김경민 관장은 “대구시민의 공익을 위해야 할 공무원들이 이럴 수가 있냐?”며 개탄했다.

김경민 관장이 번영회 사무실 출입통제에 대한 부당함을 호소하며 분통을 터뜨리자, 이 과정을 관심있게 지켜보던 상인들은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20여명의 상인들이 번영회사무실 앞으로 집결하였다.

상인들과 번영회사무실 앞을 통제하는 청년들 사이에는 몇 차례의 작은 몸싸움과 목소리를 한껏 높인 말다툼이 계속되었다. 사무실 입구는 들여 보내달라는 사람들과 가로막는 사람들의 대치선이 되었다.어떤 상인은 "시민을 배신한 조 시장은 하야해야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a 김경민 관장과 함께 강력하게 항의하는 상인들.

김경민 관장과 함께 강력하게 항의하는 상인들. ⓒ 한상훈

대구시청으로 끊임없이 전화를 걸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 문의를 하던 김경민 관장은 건설방제과의 박한규 과장으로부터‘번영회사무실로 들어가도록 조치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나 번영회사무실을 막아선 '어깨’들은 여전히 꼼짝도 하지 않았다.

한 시간여 동안 전화통을 붙잡고 끈질기게 따져들던 김경민 관장은 대구지하상가 3지구 위탁관리권이 지난 11일 00시, 시설관리공단에서 대현실업(주)로 전격 이양되어서 더 이상 대구시는 지하상가관리에 대해 참결할 수 없는 입장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듣게 되었다. 대구시청에서 취한 조치라는 것도 사실은 "들여보내 달라"고 대현실업(주) 측에 부탁한 것에 불과했다.


위탁관리권 이양 소식을 듣게 된 김경민 관장은 ‘현재 대구시 감사실의 자체 감사가 진행중이고 3월 감사원 감사를 앞두고 있는 현안에 대하여 시청공무원, 상인대표, 시민단체 대표자들이 모인 회의석상에서 관리권을 넘기지 않기로 구두언약한 사실을 뒤집어엎었다’며 분노했다.

a 신고를 받고 출동한 대규모의 경찰들.

신고를 받고 출동한 대규모의 경찰들. ⓒ 한상훈

상인들과 번영회사무실을 가로막고 있던 청년들 간에 대치가 계속되던 10시 20분에는 대구중부경찰서에서 30여명의 대규모 경찰병력들이 출동하여 상인들의 환영을 받았으나, 알고보니 경찰들은 대현실업(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것으로 밝혀져 허탈함만 더해 주었다. 상대방의 신고를 받고 출동하긴 했지만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출입통제의 부당함을 토로한 상인들에게 ㅇ경사는 "대구시의 행정 문제에 관여하고 싶지는 않다"며 참견을 거부했다.

11일부터 상가번영회사무실 앞을 가로막고 있던 청년들의 신원을 조회해 달라는 상인들의 요구를 받고는, 팀장으로 보이는 청년에게 ㅇ서장이 ‘대현실업의 직원입니까?’하고 질문을 던지자 청년은‘그렇다'고 대답하였다. 그렇지만 '사장의 이름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모른다’고 대답해, 대현실업(주)이 속칭 ‘어깨’들을 동원하여 ‘상인 길들이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증폭시켰고, 전화한통에 사실확인 없이 40명이나 출동한 경찰동원력도 의아했다. 20여분 동안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던 경찰들은 자신들이 관여할 성격의 사건이 아니라며 10시40분에 전원 철수하였다.

a 입구를 가로막고 있던 청년의 신분을 묻는 ㅇ경사.

입구를 가로막고 있던 청년의 신분을 묻는 ㅇ경사. ⓒ 한상훈

경찰이 철수하고도 상인들은 귀가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번영회사무실 맞은 편에 돗자리를 깔고 끝까지 맞서려는 기미를 보이자, 대현실업(주)는 지하상가 복도의 불을 꺼버렸다. 상인들은 "지하통로 불을 왜 끄느냐"고 거세게 항의를 하였다. 결국, 대구지하상가 3지구 상인들과 대구 YMCA 김경민 관장의 세시간여의 몸싸움은 결국 대현실업(주)와 대구시가 전격적으로 계약을 맺고 위탁권리권을 이관했다는 소식만을 끝에 얻은 채 11시 30분 자진해산했다. 시민의 행동이 제약당하는데도 뛰어나온 공무원은 아무도 없었다. 일요일은 공무원이 푹 쉬는 날이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행인 가운데, 40대의 김모 여인은 "대구시가 중앙지하상가 재개발 사업권을 외지업체에 넘긴 건 오늘에야 알게 되었다"며 "우리 같은 사람들이 뉴스를 잘 보나. 이런 건 매일매일 보도를 해줘야 시민이 알게 되지"라며 무성의한 지역언론을 비판했다.

a 실랑이가 계속되자 점점 상인들과 행인들이 모여들었다.

실랑이가 계속되자 점점 상인들과 행인들이 모여들었다. ⓒ 한상훈

한편, KBS대구총국은 14일 밤 7시 30분 <화요진단>에서 특정업체에 대한 특혜의혹을 받고 있는 대구중앙지하상가 문제를 대구와 서울-인천을 오가며 심층 취재한 보도프로그램을 방송한다. 화요진단은 신청사 이전 이후 지역의 주요한 시사현안과 관심사를 집중취재하여 신설한 프로그램이다.

다음은 대구YMCA 김경민 관장과 가진 인터뷰 내용이다.

- 어떻게 시비가 시작된 건가요?
"사실 별일이 아니었습니다. 단순히 산책을 나왔다가 대구지하상가 3지구 번영회에 가려는데 ‘깡패’처럼 보이는 녀석들이 막무가내로 가로막아 왜 가로막는지 이유를 알고 싶었고, 또 5, 6공도 아닌 대화와 타협의 시대라 일컬어지는 지금, 이런 일이 일어나고, 또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에 고집을 부린 것이지요.

사실 회장단에게 상가번영회 사무실에서 나와서 만나자고 하면 되는 일이지만 이런 비상식적인 사건을 그대로 방치해서는 절대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지요."

- 시설관리공단이 대현실업(주)에게 위탁관리권을 넘겨주었다는 사실은 언제 알게 되었는가
"이것은 완전히 상식 밖의 일이며 이 일로 인해 저는 조해녕 대구시장에게 엄청난 실망을 하게 되었습니다.

대구시의 어른으로써 이렇게 강압적인 방식으로 일을 해결하는 것부터가 타당하지 않으며, 분명히 얼마 전 시청공무원, 상인대표, 시민단체 대표자들이 모인 회의석상에서 위탁관리권을 넘기지 않기로 구두 언약을 했었는데 이렇게 한순간에 사실을 뒤엎어버린 것은 대구시민전체를 기만하는 일입니다. 앞

에서는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 뒤로는 강압적인 방식으로 일을 해결하려는 저 두 얼굴의 사나이가 이 사건을 마지막으로 거짓말을 중단할지도 알 수 없는 일이고요. 또한 현재 대구시 감사실의 자체 감사가 진행중이고 3월 감사원 감사를 앞두고 있는 현안에 대하여 이렇게 바쁘게 진행시키려한다는 것은 일단 저질러놓으면 어쩔 수 없다는 저열한 구시대적 발상에 기인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오늘 대구시의 대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일이 틀어진 근원은 분명히 대구시에 있습니다. 물론, 전임 시장이 저질러놓은 일이지만 열어보니 너무 썩었다고 하여 억지로 봉합하려고 해서는 안되지요. 오늘도 이 일에 대한 정당한 이유를 들으려고 3시간동안 수십차례 전화를 하였지만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하더군요.

특히 위탁관리권 이양을 알고 있으면서 한시간 동안은 모르는 척했던 작태는 무언가 구린구석이 있다는 증거입니다. 대현실업(주) 역시 저렇게 힘없는 상인들을 압박하기위해 덩치 큰 용역건달들을 고용하여 실력행사로 나선 것은 구린구석이 많다는 이야기지요. 오늘일로 미루어 약간의 상상을 가미한다면 대현실업(주)과 대구시의 밀월은 기정사실과 다름없을 것 같습니다."

- 앞으로 대구지하상가 문제에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 생각이십니까?
"이 사건은 단순히 이권을 둘러싼 상인들과 대현실업(주)간의 다툼이 아닙니다. 대구시민을 기만한 대구시의 밀실행정에 관한 문제입니다. 다시말해 이 사건은 모든 대구시민들과 관련된 중요한 사안인 것이지요. 때문에 이 사건의 해결은 지하상가 상인들뿐만 아니라 각 시민단체들과 제정치세력의 연대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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