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마다 색다른 기획으로 승부해야

내 마음의 농업생활사 박물관<2>

등록 2003.01.28 18:09수정 2003.01.29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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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아산 목장 쪽에서 바라 본 백아산 마당바위. 태백산맥 8권을 읽어보시면 대단히 묘사되어 있습니다. 암벽을 타고 올라가면 천연잔디가 깔려 있는데 1000여명이 자유롭게 춤추며 놀 수 있는 명당입니다.

아산 목장 쪽에서 바라 본 백아산 마당바위. 태백산맥 8권을 읽어보시면 대단히 묘사되어 있습니다. 암벽을 타고 올라가면 천연잔디가 깔려 있는데 1000여명이 자유롭게 춤추며 놀 수 있는 명당입니다. ⓒ 김규환

문경과 제천은 드라마 '태조 왕건' 세트 제공 이후 한 해만 수백억대 관광 수익을 올리고 있다. 강릉 정동진은 보잘 것 없는 동해의 한 어촌에 불과했으나 '모래시계' 바람을 타고 일약 해돋이 관광 명소로 젊은이들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안동 '하회마을'은 영국 여왕이 다녀간 뒤로 전성기를 맞고 있다. 함평 나비축제와 보성 녹차축제도 보기 드물게 성공적인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새 정부 들어서 주 5일 근무제가 본격 실시되기 앞서 국내 관광업계도 분주하다. 2박 3일 체제형, 체험형 상품을 기획하지 않고서는 해외에 고객을 모두 빼앗길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펜션과 관광농원, 생태마을도 출진채비를 갖추고 있다.

이런 대 흥행에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대박을 꿈꾼다. 경마장, 경륜장, 골프장에 오토시네마타운을 끌어오려고 안간힘을 쓴다. 최근 부천 상동 '야인시대' 촬영 세트가 수도권 새 명물로 자리잡는다고 한다. 지자체 마다 전담반을 편성하여 방송사 PD와 영화 촬영감독을 만나느라 북새통을 이룬다는 소식이 전해온다.

"우리 시로 오시면 부지 무료 제공에 10년간 운영권을 드리겠습니다. 체제비를 지원하겠으니 제발 우리 쪽으로 와주십시오."
"군수님은 아무때고 시간이 되니 PD님께서 오셔서 현장 답사를 한 번 해주십시오."

결코 과장된 말도 아니고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도 아니다. 이 때 관계자들은 교통 등 접근성과 향후 지원 대책, 자신의 연고를 참작하여 결정권을 행사한다는 거다.

며칠 전 우연한 기회로 전남농업박물관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요는 영암 삼호면에 있는 이 박물관 관장이 사퇴하여 공석으로 있어 체계적인 관리가 안되며 전문가의 영입이 시급하다는 내용이었다. 용인에 있는 한국민속촌(韓國民俗村)의 호남판이라 할 만큼 야심차게 준비된 것 치고 몇 년 안되어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려 가슴 아프다.


a 운주사는 제 집에서 80km나 떨어져 있습니다. 화순에는 공장도 없습니다. 전남의 중앙에 광주와 화순이 있지요.

운주사는 제 집에서 80km나 떨어져 있습니다. 화순에는 공장도 없습니다. 전남의 중앙에 광주와 화순이 있지요. ⓒ 김규환

전남 화순군 문화관광과 직원의 말을 들어 보면 가관이다.

"화순군 관광자원으로는 방문객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습니다. 단일 코스로는 부적합한 거지요. 따라서 우리 군에서는 목포와 연계를 강화하려고 접촉 중입니다. 목포에 와서 바다를 감상하고 회를 맛본 후 화순에 와서 온천과 운주사를 둘러 보게 하자는 것입니다."


그곳 출신인 나로서는 기가 찰 노릇이었다. 단 한마디만 하고 나오는 수밖에 없었다. "가장 가까이 보성 녹차축제가 있는데 굳이 목포와 연계를 갖겠다는 건 이해가 안 되는데요?"

화순군의 관광자원은 서울 사는 사람이 보기에 무궁무진하다.

먼저, 화순군은 광주에서 2~30분 이내에 접근할 수 있고 서울에서도 3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다. 물도 깨끗하다. 동복댐과 주암댐이 화순에 있다. 청정한 물을 이용한 관광 상품이 만들어 질 수 있다.

둘째로 화순온천과 도곡온천이 같은 관내에 있지만 정반대에 있어 사람 끌어들이기에 안성맞춤이다.

셋째, 무등산 북사면(무등산 최고봉은 광주광역시가 아닌 전남 화순군에 위치하고 있음)과 백아산, 모후산, 화학산, 안양산 등 800m 대 산이 즐비하다.

넷째, 전국적인 유명세를 누리고 있는 운주사가 화순에 있다.

다섯째, 몇 년 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화순의 고인돌은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 봐도 최대 군락지일 뿐만 아니라 석산에서 돌을 쪼개는 과정에서 시작하여 아래로 끌어내는 작업, 평지를 운반하는 과정, 묘지에 도착하여 돌을 괴고 거석을 올리는 일련의 과정이 생생하게 남아 있다.이런 대단한 것을 모른 채 한다.

여섯째, 백아산에서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직선 30km 반경 곡성군과 구례군을 지나는 길에 빨치산 루트가 있다. 요새 중 요새가 백아산 아니었던가? 3,500명이나 되는 세력이 언제 어디에서고 모였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

일곱째, 화순온천 가는 길에 초식, 육식 공룡 화석도 있다.

여덟째, 지금은 폐광이 되고 말았지만 화순탄광은 일제시대에도 노동운동으로 손꼽히는 지역이었다.

아홉째, 남강과 진주성 하면 떠오르는 두 사람 중 한 사람인 최경회 장군이 이곳 출신이다. 멀지 않게 전북 장수군에는 주논개의 생가가 있다. 두 분은 부부였다.

이런 다양한 잇점과 대단한 자원을 가진 곳이 어디 있으면 나와봐라다. 물 좋고 산 좋고 교통 좋고 돌 많은 곳, 한국 근현대사를 주름잡았던 화순군이다.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에 '백아산 마당바위'라는 구절과 정지아의 '빨치산의 딸'만 울궈 먹어도 된다. 있지도 않았던 '사평역'을 저자의 허락을 받아 사평에 꾸며 봄직하다. 마침 영산포역도 막을 내렸다 하니 말이다. 또한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1권만 펴 봐도 운주사를 상품으로 팔 수 있다.

다른 곳에 있을 법한 기획은 삼가고 화순군 고유의 무궁무진한 자원을 활용하면 사람이 미어터질 터!

요는 백아산, 탄광, 운주사, 고인돌 유적지만 묶어서 현지에 각각 생활사 박물관을 만들자는 것이다. 조금 아쉬우면 태백산맥의 무대가 되었던 보성군 벌교에 가서 그 배릿하고 쫄깃하고 알싸한 꼬막 맛을 보게 하든가, 녹차를 한 잔 씩 마시게 하면 이 보다 나은 관광 코스는 없을 것이다.

저 멀리 연관성도 전혀 없는 목포와 가까워지려 하지말고 우선적으로 가까이 있는 담양 가사문학권과 연계를 맺는게 시급하다.

"지자체여! 너 자신을 알라."

a 짚 삼태기는 주로 퇴비나 식은 재를 담았던 도구

짚 삼태기는 주로 퇴비나 식은 재를 담았던 도구 ⓒ 김규환

a 병아리와 닭이 살쾡이와 족제비, 고양이로 부터 안전한 보금자리-엇가리

병아리와 닭이 살쾡이와 족제비, 고양이로 부터 안전한 보금자리-엇가리 ⓒ 김규환

a 뽕잎을 먹고 누에 내장이 투명하게 보이면 이 섶을 갖다 주면 누에고치를 만듭니다

뽕잎을 먹고 누에 내장이 투명하게 보이면 이 섶을 갖다 주면 누에고치를 만듭니다 ⓒ 김규환

a 둥구미

둥구미 ⓒ 김규환

a 알을 품은지 21일이 되면 삐약삐약 병아리가 예쁜 솜털을 입고 태어납니다.

알을 품은지 21일이 되면 삐약삐약 병아리가 예쁜 솜털을 입고 태어납니다. ⓒ 김규환

a 소꼴 담는 망태

소꼴 담는 망태 ⓒ 김규환

a 멍석과 채반이 걸려 있네요

멍석과 채반이 걸려 있네요 ⓒ 김규환

a 똥장군 지고가다 엎어지면 어찌 되는 줄 아시죠?

똥장군 지고가다 엎어지면 어찌 되는 줄 아시죠? ⓒ 김규환

a 마른 곡식을 찧는데 썼던 절구와 절구대 . 남도에서는 도구통, 도굿대라고 불렀습니다.

마른 곡식을 찧는데 썼던 절구와 절구대 . 남도에서는 도구통, 도굿대라고 불렀습니다. ⓒ 김규환

a 할머니 께서는 평생 담뱃대에 봉초를 꼬깃꼬깃 넣어 입에 대고 사셨습니다. 뻐끔뻐끔 하시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할머니 께서는 평생 담뱃대에 봉초를 꼬깃꼬깃 넣어 입에 대고 사셨습니다. 뻐끔뻐끔 하시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 김규환

a 꺼진 것 같던 불도 헤집어 보면 살아있던 화로. 적사에 고구마를 납작하게 잘라 올려 놓으면 맛있게 구워졌지요.

꺼진 것 같던 불도 헤집어 보면 살아있던 화로. 적사에 고구마를 납작하게 잘라 올려 놓으면 맛있게 구워졌지요. ⓒ 김규환

a 한 집안의 장맛을 보면 음식 솜씨를 알고, 장맛은 장독에서 나온다고 합니다.

한 집안의 장맛을 보면 음식 솜씨를 알고, 장맛은 장독에서 나온다고 합니다. ⓒ 김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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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환은 서울생활을 접고 빨치산의 고장-화순에서 '백아산의 메아리'를 들으며 살고 있습니다. 6, 70년대 고향 이야기와 삶의 뿌리를 캐는 글을 쓰다가 2006년 귀향하고 말았지요. 200가지 산나물을 깊은 산속에 자연 그대로 심어 산나물 천지 <산채원>을 만들고 있답니다.도시 이웃과 나누려 합니다. cafe.daum.net/sanchaewon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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