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서비스 외면하는 시내버스업계

업체들, 교통카드 사업자 선정 '뒤집기' 빈축...광주시 '팔짱'만

등록 2003.01.30 17:10수정 2003.02.04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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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버스 업계가 지난해 말까지 최종 결정키로 한 교통카드(전자화폐) 사업자 선정(전자화폐사)을 계속 미루고 있어 시민들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광주버스운송사업조합(이사장 김동기·천일운수)이 지난해 7월 30일 사업자를 V-Cash(브-캐쉬)선정하고 광주시에 통보까지 한 이후 타당한 이유없이 이를 번복하고 있어 "업계간 이권 다툼만 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광주시는 "조합이 결정할 문제지 시가 나서면 오해만 산다"며 수수방관만 하고 있어 행정편의주의만 쫓고 있다는 비판이다.

전남지역 버스에 설치된 '교통카드' 결제장치
전남지역 버스에 설치된 '교통카드' 결제장치오마이뉴스 강성관
이미 한 차례 사업자 선정을 연기한 시내버스 업계는 지난 20일까지 사업자를 단일화하고 세부 계획안을 제출키로 했지만 이마저 지키지 않고 다음 달 10일까지 기한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앞서 사업조합은 "지난해 말 보조금 38억원을 지원받으면 20일 까지 사업자 선정, 단말기 기종, 결제방식, 수수료율을 결정한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당시 광주시는 "사업조합이 단일화하지 못할 경우 시가 주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사업조합의 요청을 또 받아들였다.

자기 '손 바닥 뒤집는' 일부 버스업계

현재 시내버스 업체 9개사는 지난해 7월 교통카드 사업자를 브-캐쉬로 결정했지만 뒤늦게 일부 업체들이 Mybi(마이비)와 계약을 체결하겠다고 나서면서 갈등을 빚어왔다. 사실상 사업조합의 공식적인 결정을 번복하고 "마이비로 단일화하자"는 요구다.

현재 사업자 선정을 두고, 삼양·동화·대진·삼아운수 등 4개 업체는 브-캐쉬를 고수하고 있는 반면 대창·현대·동양·대광·천일운수 등 5개 업체는 마이비를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같은 업체간 갈등으로 2003년 상반기 중에 교통과 유통 분야에서 거래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1단계 시행목표가 불투명한 상태이고, 전자화폐사가 바뀔 경우 브-캐쉬측이 강력히 반발 할 것으로 보여 전자화폐도입이 장기간 답보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애초 광주시는 2000년 9월 광주은행에서 전자화폐 사업에 대한 설명회를 갖고 2001년 4월 '디지털 빛고을 카드' 보급을 위한 기본 방침을 결정했다. 이 전자화폐는 교통, 유통, 행정과 전자상거래 등 소액거래 분야에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카드다. 광주시는 이를 위해 광주은행, 사업조합측과 협의를 시작했으나 사업조합과 광주은행간의 협의가 결렬됐다.

2002년 5월부터 사업조합이 독단적으로 전자화폐사업을 추진하게 됐으며 사업조합은 사업추진을 위해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추진위에 사업자 선정 등을 일임했다. 이후 지난해 7월 26일 9개 버스회사 사장, 사업조합 사업팀 3명 등 12명이 참여한 가운데 제안설명회를 개최하고 만장일치로 브-캐쉬로 결정했다. 사업조합은 7월 30일 광주시 정보통신담당관실에 이 사실을 공식통보했다.


하지만 대창운수 등 일부 업체는 "선정과정에서 일부업체가 충분한 의견을 듣지않고 선정했다"면서 "전남지역에서 이미 마이비가 사업을 추진 중이어서 이후 호환성을 갖출 수 있다"며 선정결과를 번복하고 나서면서 장기적으로 표류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브-캐쉬를 고수하고 있는 업체는 "이미 결정과정에서 제안설명을 듣고 특별한 하자가 없다"고 주장했다.

20일 이후 사업조합은 이사회를 열고 어느 정도 의견 접근을 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사업자 선정문제를 두고 워낙 이견이 커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브-캐쉬, "사업자 변경시 강력 대응할 것"

이에 대해 브-캐쉬측은 "광주시의 엄정한 심판자로서의 역할이 필요하다"면서 "만일 타 회사로 사업자가 변경된다면 부득이 사후적 구제수단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브-캐쉬측은 지난 16일 광주시에 사업자 선정과 관련 공문에서 이 같이 밝히고 "전남도와의 호환성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브-캐쉬측은 또 "시의회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광주시는 브-캐쉬를 교통카드로 선정한 것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안다"며 "재선정에 광주시가 동조하는 것은 광주시의 시민편익 향상에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광주시의 무소신을 비판했다.

오마이뉴스 강성관
이어 "이미 사업자가 선정됐음에도 불구하고 경쟁에서 탈락한 업체가 적절치 못한 방법을 통해 사업자 선정을 번복시키려 시도가 용납되어서는 안된다"며 "일부 업체가 사업자 선정을 이용해 시민편익 보다는 SP사(정산회사) 운영 등 개별회사의 이익을 지나치게 추구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재선정을 주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마이비에 투자한 광주방송이 방송을 통해 연일 브-캐쉬가 사업자로 선정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등 교통카드 사업자 선정이 이슈화되었다"면서 "사업자 재검토 논의는 일관성과 공정성을 모두 잃고 있었다"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실제 광주방송은 지난해 7월 30일 이후 이 전남도와의 호환성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보도하기도 했으며, 마이비가 제출한 회사소개에 따르면 6월 21일 주주현황에는 없던 광주방송이 사업자 선정 과정인 7월에는 11.96%의 지분을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비 컨소시엄에서 광주방송은 광고 및 홍보를 담당할 예정이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김동기 이사장은 "최대한 시민들에게 편익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이사장은 재검토 논란이 일게 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 "9월 3일 이사장에 취임했는데 그 이전에는 사장이 아들이 회의를 참석해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시민 서비스를 먼저 생각해야"

교통카드 사업자 선정문제가 난항을 겪으면서 버스업계는 물론 광주시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교통카드와 관련한 취재를 해온 한 기자는 "광주시는 이미 전자화폐 사업을 시민 편익제공이라는 측면보다는 시내버스업체들의 수익사업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면서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시가 주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떠안기 싫은 것이다"고 광주시의 태도를 비판했다.

이어 "이미 정통부에서 전자화폐 표준 SAM규칙을 개발해 상호 배타성만 가지지 않는 이상 호환성에는 문제가 없다"며 "굳이 광주시가 단일화를 요구할 필요가 없이 두 업체를 따로 선정해 시민 서비스 등을 시장에 맡겨도 무방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다른 기자는 "시내버스 업체들은 늘상 시민서비스를 이야기 하지만 38억원이라는 보조금을 받자 기득권 다툼에 '나몰라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미 광주시내버스 업체와 광주시는 시내버스 요금을 인상하면서 경영 및 서비스 개선을 약속했지만 요금인상 뒤 보름만에 방학이라는 이유만으로 감축운행을 요청해 광주시가 이를 수용한 바 있다. 언제까지 시내버스 업체는 시민을 '봉'으로만 삼고 광주시는 시민편익 보다는 '업체 봐주기'식 행정으로 일관할 것인지 답답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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