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도대학 교수채용 심사표 '의혹'
평점 · 심사위원 이름까지 재기입

교수채용 심사표 단독 입수...평점 필체 차이나 조작 의혹

등록 2003.02.03 01:11수정 2003.02.10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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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립 경도대학(학장 김광식·경북 예천군 소재)이 2002년도 교수채용 심사과정에서 의혹을 빚어 '홍역'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지금까지 문제가 된 학과 외에 타 학과 채용심사 과정에서 작성된 심사표에서도 의혹이 제기됐다.

이는 당초 심사위원 선정 등의 의혹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피부미용과(메이크업 전공)뿐만 아니라 타 학과 교수채용 과정에서도 부실심사 가능성을 짙게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 들어 '외형적으로' 잠잠해졌던 경도대학 사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행정과 교수채용 심사표도 '재기입' 곳곳 발견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경도대학 교수채용 연구실적 심사표 중 일부 - 사진 왼쪽의 핑크색 실선 안이 수정된 후 재기입된 평점 부분, 하단 파란색 실선 안은 외부 심사위원의 이름이 고쳐진 것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경도대학 교수채용 연구실적 심사표 중 일부 - 사진 왼쪽의 핑크색 실선 안이 수정된 후 재기입된 평점 부분, 하단 파란색 실선 안은 외부 심사위원의 이름이 고쳐진 것오마이뉴스 이승욱
최근 <오마이뉴스>는 2002년도 경도대학 지방행정과 교수채용 '서류 심사표'와 '연구실적 심사표'를 입수했다. 이 심사표는 학교 측이 내·외부 심사위원 (내부-학과장 1인, 외부-타대학 위촉교수 2인)들에게 지원자들의 심사 평점을 매기도록 나눠 준 후 작성케 한 것.

이번에 입수한 심사표 중 눈길을 끄는 부분은 외부 심사위원이 작성한 지방행정과 응시번호 3번인 A씨와 4번인 B씨의 심사표에서 평점과 심사위원의 이름이 재기입된 흔적이 발견된 점이다.

먼저 지원자들의 논문 등 연구실적물을 평가한 연구실적 심사표의 경우, 외부 심사위원인 이아무개 교수가 작성한 A씨의 심사표에서 1항목(연구실적물의 양)의 평점이 당초 15점에서 6점으로, 2항목(연구실적물의 질)은 당초 14.9점이 9점으로 수정돼 있다. 또 이 교수의 이름으로 수정된 B씨의 심사표는 1항목이 6점->15점, 2항목은 9점->14.9점으로 각각 고쳐져 있다.

물론 이 경우 이 교수가 지원자 A, B씨를 혼동해 수정 후 다시 기입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이는 이 교수가 수정 후 평점 옆에 자신의 사인을 기입했다는 점과 고쳐진 A씨의 평점이 다른 외부 심사위원인 안아무개 교수가 매긴 B씨의 평점과 동일하다는 점이 근거로 될 수 있다.


평점뿐만 아니라 심사위원 이름까지 고쳐

오마이뉴스 이승욱
하지만 각 지원자들에 따라 연구실적이 기록된 심사표를 보고 심사를 하기 때문에 착오를 일으킬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는 앞선 근거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특히 B씨의 연구실적 심사표에서 하단 부분에 기입된 심사위원 안 교수의 이름이 두 줄로 그어진 채 이 교수의 이름이 재기입됐다는 점은 의혹을 가시지 못하게 한다. 각종 심사표에는 심사를 맡은 심사위원의 이름이 기재되도록 되어 있지만, 평점 뿐만 아니라 심사위원의 이름까지 수정돼 있는 대목에서는 납득이 어려워진다는 말이다.

또 서류 심사표에도 이와 같은 '흔적'들은 그대로 나타난다. 서류 심사표는 지원자들의 학력, 연령, 산업체 경력 등을 학교측이 제시한 기준에 맞춰 점수를 매긴다.

안 교수가 작성한 서류심사표 - 사진 왼쪽 평점(연령) 항목에서 '2->3->2'으로 점수가 수정됐다. 하지만 처음 '2'와 마지막 '2'의 모양이 다르고, 맨위 학력 평점의 '12'에서 '2'와도 차이가 나타난다
안 교수가 작성한 서류심사표 - 사진 왼쪽 평점(연령) 항목에서 '2->3->2'으로 점수가 수정됐다. 하지만 처음 '2'와 마지막 '2'의 모양이 다르고, 맨위 학력 평점의 '12'에서 '2'와도 차이가 나타난다오마이뉴스 이승욱
이 서류 심사표에도 이 교수와 안 교수가 매긴 평점 부분이 수 군데 고쳐져 있다. 특히 서류심사표에 따르면 안 교수는 B씨의 심사표에 연령 항목의 평점을 3차례(2->3->2)나 기입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연구실적 심사 외에 서류 심사표 경우, 수정 의혹뿐만 아니라 기입한 평점 숫자가 각기 필체가 다른 것으로 보여져 심사위원 본인 외에, 다른 심사위원이나 제3자가 기입해 '조작'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평점 필체 달라 의혹...조작 또는 제3자 기입 가능성 배제 못해

이 교수가 작성한 A씨의 서류 심사표 중 연령 부분 평점에서 수정되기 전의 '2'는 학력 평점에 기재된 '12'의 '2'와도 필체가 육안으로도 뚜렷한 차이가 난다. 뿐만 아니라 안 교수가 매긴 B씨의 서류 심사표 중 세 차례 고친 연령 평점(2->3->2)에서도 처음 '2'와 마지막 '2'가 각각 그 필체가 다르고, 상단에 기입된 학력 평점의 '2'와도 차이를 보인다.

이 교수가 작성한 서류심사표 - 애초 연령 평점란(맨 아래)의 점수 '2'와 학력 평점의 '12'와도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교수가 작성한 서류심사표 - 애초 연령 평점란(맨 아래)의 점수 '2'와 학력 평점의 '12'와도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오마이뉴스 이승욱
이러한 심사표 의혹에 대해 직접 심사표를 작성한 심사위원 이 교수는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당시 상황이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 "당시 외부 심사위원들이 같은 테이블에서 심사를 했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심사표를 혼동해서 작성했다가 용지가 없어 수정했던 기억이 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수정 기입된 이름이 내 필체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학교 측 관계자도 "외부 심사위원들이 한 장소에서 심사하고 의견을 교환하기 때문에 안 교수가 이 교수의 심사표를 작성했을 가능성도 있지 않냐"고 말했다. 또 "어떤 경우에도 심사위원 외에는 심사표에 손을 댔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경도대학 교수채용 비리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이 대학 민주화교수협의회(의장 황의현) 소속 교수들은 "심사표에 손을 댄 흔적이 심하고, 납득하지 못할 대목들도 있어 지금까지 문제가 됐던 피부미용과 외에도 전반적인 심사과정에 의혹이 짙어지는 것"이라며 "만약 심사과정에 비리가 없더라도 심사과정 자체가 허술하게 진행됐다는 점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컴정과 제외, 외부 심사위원 평점 소수점까지 같아

한편 심사과정에서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경도대학 2002년도 교수채용 '심사 분야별 종합 집계표'를 확인한 결과, 당시 컴퓨터정보과학과(컴정과) 채용 심사에서 2명의 외부 심사위원이 매긴 점수가 상이한 것으로 나타났고, 그외 과의 경우에는 모두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질의에 나선 장대진(안동3) 의원은 "피부미용학과(메이크업)의 외부 심사위원 평점이 모두 동일한 것에 의혹이 있지 않느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대학 측은 "관례적으로 외부 심사위원간의 협의가 가능하고, 심사 권한은 심사위원에게 있기 때문에 협의를 하든지 그것은 심사위원 재량이다"고 주장했다.

사진 위는 지방행정학과의 심사분야별 종합집계표, 아래는 컴퓨터정보과학과의 것 - 지방행정과의 경우 A와 C 심사위원(외부)이 1, 2번 지원자 모두에게 서류,연구실적 심사에서 동일한 점수를 줬다. 하지만 컴퓨터정보학과의 경우에는 1번 지원자는 동일하지만, 2번 지원자는 부여한 점수에서 차이가 난다.
사진 위는 지방행정학과의 심사분야별 종합집계표, 아래는 컴퓨터정보과학과의 것 - 지방행정과의 경우 A와 C 심사위원(외부)이 1, 2번 지원자 모두에게 서류,연구실적 심사에서 동일한 점수를 줬다. 하지만 컴퓨터정보학과의 경우에는 1번 지원자는 동일하지만, 2번 지원자는 부여한 점수에서 차이가 난다.오마이뉴스 이승욱
하지만, 서류 심사와는 달리 심사위원의 주관적 판단이 주요하게 작용하는 연구실적 심사에서도 컴정과를 제외한 모든 학과의 외부심사평점이 소수점까지 동일한 것은 의혹으로 남는다.

당시 외부 심사위원을를 맡았던 한 교수도 "외부 심사위원들 사이에 논문 심사의 기준 등에 대한 의견교환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최종 평점은 협의를 하지 않았다"고 말하면서도 "소수점까지 평점이 동일하다는 것은 납득이 잘 안간다"고 의아해 했다.

결국 경도대학은 피부미용과외 타 학과에도 채용 심사표의 의혹 등이 다시 불거짐에 따라, 감독기관인 경북도는 즉각적인 감사를 실시해 진상규명과 사태수습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게 이는 등 파문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경도대학 사태'란?

▲ 경도대학 정문
ⓒ오마이뉴스 이승욱
경도대학은 농촌지역 인재들에게도 고등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지난 96년 12월 도립대학으로 설립됐다. 하지만 설립 후 5년동안 경도대학을 둘러싼 각종 잡음은 빈번히 발생했다.

지난 2000년에는 98년 교수채용과 관련해 비리의혹이 제기돼 내홍을 겪었다. 결국 당시 서아무개 학장은 사퇴를 하고 경찰청장 출신인 김광식 현 학장이 취임했다.

하지만 현 학장이 취임한 후에도 교수운영위원회(현 민주화교수협의회) 일부 교수들 사이에서는 "경찰청장 출신의 현 학장과 일부 보직교수가 학사행정을 비민주적이고, 권위적으로 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 학내갈등을 겪어왔다.

결국 지난해 10월에는 최근까지 의혹을 사고 있는 2002년도 교수채용 과정에서 채용된 피부미용과 이아무개 교수와 이 교수의 강의 내용과 태도 등에 불만을 가진 학생들 사이에 갈등이 빚어져 학내소요 사태를 겪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같은달 14일에는 피부미용과 학생 17명이 학교 측으로부터 제적, 퇴학, 근신 등 중징계를 당했다가 학부모들의 반발로 징계가 유보된 적이 있다.

이후 교수채용 의혹은 더욱 불거져 지난해 11월에는 경도대학 사태가 경북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도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이 당시 피부미용학과(메이크업) 교수채용 심사과정에서 학교 측의 ▲심사절차 불이행 ▲심사위원 선정 ▲심사 불공정성 의혹 등이 제기됐다.

그러나 경도대학 사태는 현재까지 해결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고, 학교- 보직교수와 민교협 교수- 학생들간에 각종 고소·고발 등이 이어졌다. 해를 넘긴 지난 24일에도 이 대학 교학지원과장인 L교수가 민교협 소속 교수 14명을 무고죄로 고소하는 등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 이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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