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도 ‘대끼리’ 였으면...

24절후와 세시풍속<1> 봄의 시작 입춘

등록 2003.02.04 08:06수정 2003.02.04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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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봄을 준비하는 찔래꽃의 바알간 싹

봄을 준비하는 찔래꽃의 바알간 싹 ⓒ 김규환

입춘은 24절기 중 첫번째 절기다. 음력 정월, 양력 2월 4일경이며, 봄으로 접어드는 절후이다. 섣달에 들기도 하고 정월에 들기도 한다.


입춘은 새해를 상징하는 절기로서, 이날 여러가지 민속적인 행사가 행해진다. 그 중 하나가 입춘첩(立春帖)을 써 붙이는 일이다. 가장 나이어린 아이가 썼는데 “우리집에도 입춘첩 쓸 사내아이 있소!”라고 자랑삼기도 했다. 춘축(春祝), 입춘축(立春祝)을 대문기둥이나 대들보, 천장 등에 좋은 뜻의 글귀를 써서 붙인다.

대궐에서는 설날에 내전 기둥과 난간에다 문신들이 지은 연상시(延祥詩) 중에서 좋은 것을 뽑아 써 붙였는데 이것을 춘첩자(春帖子)라고 불렀다. 사대부집에서는 입춘첩을 새로 지어 붙이거나 옛날 사람들의 아름다운 글귀를 따다가 썼다고 한다.

무당조직의 우두머리였던 수신방(首神房)이 맡아서 하는 제주도 ‘입춘굿’은 농악대를 앞세우고 가가호호 방문하여 걸립(乞粒)을 하고, 상주(上主), 옥황상제, 토신, 오방신(五方神)을 제사하는 의식이다.

a 묵은 나물에 달래장을 넣어 비벼 먹으면 끝내줍니다. 취나물, 아주까리, 생채, 무나물, 다래잎, 홑잎, 호박고지나물, 고사리, 토란대, 토란잎, 시금치, 가지마물...

묵은 나물에 달래장을 넣어 비벼 먹으면 끝내줍니다. 취나물, 아주까리, 생채, 무나물, 다래잎, 홑잎, 호박고지나물, 고사리, 토란대, 토란잎, 시금치, 가지마물... ⓒ 김규환

입춘 날에는 농사의 기준이 되는 24절기의 첫번째 절기이기 때문에 보리뿌리를 뽑아보고 농사의 풍흉을 가려보는 농사 점을 쳤다. 오곡의 씨앗을 솥에 넣고 볶아서 맨 먼저 솥 밖으로 튀어나오는 곡식이 그 해 풍작이 든다고 한다.

입춘에 ‘건양다경(建陽多慶)’도 써 붙였는데 이는 고종황제 즉위 이후 ‘건양’이 연호로 사용된 다음부터 써 붙였던 것이니 100여년 전 부터나 써 붙였던 것이라 볼 수 있다.


다산 정약용의 아들인 정학유의 농가월령가에 의하면, 정월과 입춘절에는 일년 농사계획을 미리 세워 때를 놓치지 않아야 낭패를 보지 않으며 땅을 돌보고 소를 잘 먹여 힘쓸 일을 준비하고 재나 거름 모아 들에 실어내고 보리밭에 오줌주고, 노인들은 낮에는 이엉 엮고 밤에는 새끼 꼬아 집을 고쳤다.

또한 정월 초하룻날 새벽에 과실나무 꽃눈을 솎아내고 가지와 가지 사이에 돌을 끼워 스트레스를 줌으로써 열매가 많이 열리게 시집보내는 일도 빠트리지 않았다. 아낙들은 술 담글 누룩을 만들어 화전놀이를 준비한다. 달을 보고 가뭄과 물의 양을 짐작하기도 했다.


멀지 않은 옛날에는 정월 초 하루로 세배를 끝내지 않았다. 먼 곳이라면 ‘작은 설’이라 불렸던 정월 대보름까지 꼭 찾아 뵈었는데 남녀노소 삼삼오오 울긋불긋 색동옷을 차려 입고 몰려다니며 인사를 올렸다.

사내아이 연 띄우고 계집아이 널 뛰며 윷놀이는 소년들 놀이였다. 사당에 알현하고 세배하면 떡국에 술과 안주가 나왔다.

a 눈 밭에 가서 냉이 한 번 캐오지요. 이 때 냉이가 제일 맛있습니다.

눈 밭에 가서 냉이 한 번 캐오지요. 이 때 냉이가 제일 맛있습니다. ⓒ 김규환

보름날엔 약밥과 묵은 산채를 삶아먹고 귀밝이 술을 먹으며 부럼을 깨물었다. 먼저 불러 더위 팔면 한 여름더위를 잊고 달맞이 횃불을 켜며 놀았다.

이 날은 입춘오신반(立春五辛盤)인 시고 매운 생채 요리를 만들어 새봄의 미각을 돋게 했다. 또한 장을 담그는 시기이기도 하다. 음식으로는 탕평채(湯平菜)와 죽순으로 나물과 찜을 해서 먹고 달래나물, 달래장, 냉이 나물로 봄을 맞이하였다.

한 때 대구경북지역에서 유행하기도 했던 ‘썩 좋다’는 것을 ‘대끼리’라고 했는데 이는 순 우리말이 아니다. 입춘에 쓰는 ‘대길(大吉)’이라는 표현을 강하게 흘려 발음하면 ‘대끼리’가 된 데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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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환은 서울생활을 접고 빨치산의 고장-화순에서 '백아산의 메아리'를 들으며 살고 있습니다. 6, 70년대 고향 이야기와 삶의 뿌리를 캐는 글을 쓰다가 2006년 귀향하고 말았지요. 200가지 산나물을 깊은 산속에 자연 그대로 심어 산나물 천지 <산채원>을 만들고 있답니다.도시 이웃과 나누려 합니다. cafe.daum.net/sanchaewon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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