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장애인에겐 '비상구'가 없다

화재시 대피 어려워... 저상버스 도입 서둘러야

등록 2003.03.06 14:58수정 2003.03.09 18:48
0
원고료로 응원
지하철을 이용하는 장애인들에겐 '비상구'가 없다.

대구지하철 참사로 인해 사회 전반의 안전시스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에 대한 안전시스템 보완 등의 지적은 거의 없어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특히 휠체어장애인들의 경우, 지하철 화재 등에는 대피시설이 취약해 지상으로의 탈출은 사실상 불가능함에 따라 저상버스 도입 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각종 지하철 사고발생 후 장애인 대피 등의 대책에 대해서는 지하철 역무원들도 '속수무책'이라고 인정하고 있는 형편이다.

"장애인, 지하철 사고에 무방비"

경사리프트는 지하철 내 화재 등에는 '무용지물'이 된다
경사리프트는 지하철 내 화재 등에는 '무용지물'이 된다오마이뉴스 이승욱
대구지하철 동대구역 한 역무원은 "장애인들에 대한 안전사고 대책은 거의 없어 사실상 무방비 상태"라고 말하고, "한 역에 평균 3-4명의 역무원이 근무하는 상황에서 전반적인 화재 대응에도 버거운 형편에 장애인들을 일일이 신경 쓰기는 더욱 어렵다"고 토로했다.

지난달 18일 발생한 대구지하철 참사에서는 다행히 장애인 희생자는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대구지하철 화재를 실제 겪었던 생존자 박성욱(18. 청각장애인)군의 증언은 장애인이 지하철 화재사고 등에 맞닥뜨렸을 때 높은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처음에는 화재가 났는지 알 수가 없었지만, 매캐한 연기가 코를 자극하고 열기가 느껴져 감각적으로 화재가 났다고 짐작했다...청각장애인들이 지하철을 이용하다보면 안내방송을 못 들어 내릴 역을 자주 지나친다. 만약 이번처럼 대형사고가 또 발생하면 청각장애인들은 대피방송을 듣지 못해 더 큰 변을 당할 수도 있다."

박군의 지적은 청각장애인들 뿐만 아니라, 시각장애인 등에게도 마찬가지다. 화재 등 각종 사고 인지가 극히 어렵다는 것.


무엇보다 휠체어장애인에게는 지상으로의 대피는 더욱 어려운 형편이다. 지하철참사가 난 대구지하철 1호선의 경우 전체 30개 역사 중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곳은 단 3군데에 불과하다.

대구지하철공사에 따르면 장애인과 노약자들이 이용하는 엘리베이터는 ▲동대구역 2대 ▲대구역 2대 ▲안심역 1대 등이 전부이고, 나머지 역사는 경사 리프트가 설치돼 있다.

휠체어장애인, '엘리베이터'가 유일한 지상대피 수단

하지만 전문가들은 경사리프트의 경우 이동 속도가 느려 급박한 상황에는 사실상 '무용지물'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 엘리베이터의 경우에도 접근성이 용이하지 못하고, 오히려 연기에 의한 질식사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이헌규 사무국장은 "경사 리프트는 왕복시간이 30여분이나 걸려 소규모 화재사고에서도 대피시설로 이용하기는 어렵다"면서 "그나마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다 하더라도 단전에는 사용할 수 없는 데다 폐쇄공간으로 질식사의 위험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휠체어 장애인들의 유일한 '비상구' 엘리베이터 - 그나마 질식사 등 안전성의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휠체어 장애인들의 유일한 '비상구' 엘리베이터 - 그나마 질식사 등 안전성의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승욱
이 국장은 "외국의 사례를 보면 엘리베이터가 비상계단 옆에 설치돼 있어 접근용이성이 높고, 별도 전력을 이용해 단전의 가능성도 낮게 하고 있다"며 "국내에도 기존 대피시설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하지만 지하철의 특성상 지하 구조물의 근본적인 한계를 극복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지하철 위험성 상존...저상버스 도입 등 절실

따라서 지하철이 장애인들의 이용에는 안전성 등 위험성이 상존하기 때문에 대체 교통수단의 도입이 절실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진다. 특히 전 노선에 저상버스 도입 등이 시급하게 이뤄져 휠체어장애인들의 경우 저상버스 이용으로 유도해야 한다는 것.

장애인지역공동체 윤삼호 간사는 "휠체어장애인들은 저렴한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 위험한 상황에서도 지하철을 타게 된다"면서 "하지만 지하철은 사고 후 대피 문제 등의 안전성의 난점이 지적되고 있는 만큼, 저상버스의 전면적인 도입 등 장애인들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대체 교통수단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구경북 오마이뉴스(dg.ohmynews.com)


AD

AD

AD

인기기사

  1. 1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 2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3. 3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4. 4 '딸 바보' 들어봤어도 '아버지 바보'는 못 들어보셨죠? '딸 바보' 들어봤어도 '아버지 바보'는 못 들어보셨죠?
  5. 5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