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리프트는 지하철 내 화재 등에는 '무용지물'이 된다오마이뉴스 이승욱
대구지하철 동대구역 한 역무원은 "장애인들에 대한 안전사고 대책은 거의 없어 사실상 무방비 상태"라고 말하고, "한 역에 평균 3-4명의 역무원이 근무하는 상황에서 전반적인 화재 대응에도 버거운 형편에 장애인들을 일일이 신경 쓰기는 더욱 어렵다"고 토로했다.
지난달 18일 발생한 대구지하철 참사에서는 다행히 장애인 희생자는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대구지하철 화재를 실제 겪었던 생존자 박성욱(18. 청각장애인)군의 증언은 장애인이 지하철 화재사고 등에 맞닥뜨렸을 때 높은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처음에는 화재가 났는지 알 수가 없었지만, 매캐한 연기가 코를 자극하고 열기가 느껴져 감각적으로 화재가 났다고 짐작했다...청각장애인들이 지하철을 이용하다보면 안내방송을 못 들어 내릴 역을 자주 지나친다. 만약 이번처럼 대형사고가 또 발생하면 청각장애인들은 대피방송을 듣지 못해 더 큰 변을 당할 수도 있다."
박군의 지적은 청각장애인들 뿐만 아니라, 시각장애인 등에게도 마찬가지다. 화재 등 각종 사고 인지가 극히 어렵다는 것.
무엇보다 휠체어장애인에게는 지상으로의 대피는 더욱 어려운 형편이다. 지하철참사가 난 대구지하철 1호선의 경우 전체 30개 역사 중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곳은 단 3군데에 불과하다.
대구지하철공사에 따르면 장애인과 노약자들이 이용하는 엘리베이터는 ▲동대구역 2대 ▲대구역 2대 ▲안심역 1대 등이 전부이고, 나머지 역사는 경사 리프트가 설치돼 있다.
휠체어장애인, '엘리베이터'가 유일한 지상대피 수단
하지만 전문가들은 경사리프트의 경우 이동 속도가 느려 급박한 상황에는 사실상 '무용지물'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 엘리베이터의 경우에도 접근성이 용이하지 못하고, 오히려 연기에 의한 질식사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이헌규 사무국장은 "경사 리프트는 왕복시간이 30여분이나 걸려 소규모 화재사고에서도 대피시설로 이용하기는 어렵다"면서 "그나마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다 하더라도 단전에는 사용할 수 없는 데다 폐쇄공간으로 질식사의 위험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