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MBC 사옥오마이뉴스 이승욱
대구MBC 사장으로 있던 이긍희 전 사장이 지난 3일 (주)문화방송('서울MBC') 사장으로 자리를 옮겨가면서 공석으로 남아있는 대구MBC 사장 선임을 두고, 언론사 내·외부에서 "낙하산 인사를 반대"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번 기회에 다른 지방계열 MBC 내부에서도 "지방 MBC의 권리를 찾고, 중앙으로부터 자율성을 확보하겠다"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어, 이를 둘러싼 '진통'이 예상된다.
서울MBC 사장 선임에 '휑하니' 떠난 지방사 사장
이 전 사장의 서울MBC 사장으로 결정된 다음날인 지난 4일, 전국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 대구지부(이하 대구MBC 노조. 위원장 심유철)는 <이제 우리의 길을 가련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에서 대구MBC 노조는 "(이긍희 전 사장의 서울MBC 사장 선임으로) 대구MBC 사장 자리는 1년만에 또 다시 바뀌게 됐다"면서 "이 사장은 사장 선임 소식을 듣고 한 시간만에 짐도 싸지 못한 채 황급히 서울행 비행기를 탔다"고 꼬집었다.
이어 "언제나 이런 식이었다는 허탈과, 냉소, 불만 속에서 이제 뒷수습과 정리는 우리의 몫으로 남았다. 낙하산 사장의 되풀이되는 폐해를 또 다시 체험하면서 이제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가련다"고 결연한 의지를 밝혔다.
대구MBC 노조는 "방문진(방송문화진흥회)이 MBC 임·직원들의 추천을 받아 사장을 선임했듯이 서울MBC 또한 대구MBC 임·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공정한 절차에 의해서 사장을 선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80년 언론통폐합 이후 (주)문화방송으로 주식이 귀속된 각 지방MBC는 서울MBC의 계열사로 전락하게 됐다. 그 후 지방MBC 사장 선임, 방송 편성권 등의 핵심적인 권한이 '중앙'으로 옮겨감에 따라 지방MBC의 자율성 문제는 항상 논란의 대상이 돼 왔었다.
이중 특히 문제가 됐던 부분이 사장 선임 부분. 지금까지 지방MBC의 사장 선임은 '낙하산 인사'로 비유돼 왔다. 뿐만 아니라 사장 선임 과정 자체가 폐쇄적으로 진행되다보니 지방MBC 뿐만 아니라 (주)문화방송 내에서도 개선 요구는 잇따랐다.
대구MBC 노조 심유철 위원장은 "지방MBC 사장 선임의 문제는 '폐쇄성'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지방MBC 사장 선임은 서울MBC 사장의 개인적인 귀동냥으로 이뤄지고 있고, 아직도 그 구체적인 방법 등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고 주장했다.
"지방MBC 사장 선임과정 베일에 가려져"
또 심 위원장은 "지방MBC 사장 선임은 공개적인 추천 절차와, 객관적이고 투명한 과정을 통해 이뤄져야 하고 이를 위한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폐쇄적인' 지방MBC 사장 선임은 "지방MBC 사장 자리가 중앙 인사들을 위해 제공된다"는 비난까지 받고 있는 실정이다.
대구MBC 한 기자는 "지방MBC 사장 자리는 서울의 인사 적체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이용되고 있다"며 "이는 지방MBC 사장들의 '중앙'에 대한 줄서기로 이어져 이윤의 지역사회 환원이나 자율경영, 자율편성 등은 꿈도 꾸지 못하게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