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기 씨오마이뉴스 이승욱
구렛나루가 어느새 거칠게 길어 있었다. 그렇게 벌써 20여일 째가 지나고 있었다. 대구지하철 참사 실종자유가족대책위원회 윤석기(38) 위원장은 지난 11일 새벽, "평소보다 일찍 회의가 끝났다"는 말과 함께 '함박' 웃음을 지으며 기자를 맞았다.
"그러면 일찍 쉴 수 있겠군요"하는 기자의 질문에 "서류 정리할 게 아직 남아 있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의 두 눈에서 밀려오는 '피곤'을 느낄 수 있었다.
지하철 참사가 터진 직후 윤 위원장은 각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지금까지 신원 확인을 마친 사망자는 단 49명.
애초 600여명을 넘나들었던 실종자 수에 비한다면 많이 줄어들긴 했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220명의 실종자 가족들이 간절한 마음으로 정부, 그리고 대구시와 '힘 겨루기'를 하고 있다.
특히 사고수습 과정에서 보여줬던 대구시의 '무능'과 조해녕 대구시장에 대한 불신은 사태가 폭력사태로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냐"
하지만 윤 위원장은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라도 하는 듯, 실종자 가족들의 '힘'을 결집시켰다. 이런 윤 위원장의 대처능력과 실종자 가족들에 대한 설득력에 현장 기자들까지도 혀를 내둘렀다.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냐"는 궁금증이 쏟아졌다.
하지만 윤 위원장의 이면은 평범하다. 대구 출신인 윤 위원장은 건국대 86학번. 학사장교를 거쳐 94년 중위로 예편한 그는 지금은 서울에 있는 한 외국계 보험회사에서 컨설턴트 일을 하고 있다. 그 사이 한 대기업에서 과장으로 일을 하다, 결국 IMF를 계기로 '뛰쳐나왔다'는 경력을 제외한다면 샐러리맨으로 '평탄한' 길을 살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