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군은 여수시로부터 배워야

거문도, 댐 건설 백지화 하고 해수 담수화 도입 추진

등록 2003.03.16 16:40수정 2003.03.17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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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 7일 째, 부용리 마을 회관 밖으로 이슬비가 옵니다.
적자산은 허리 부근까지 짙은 안개에 덮여 있습니다. 적자산 아래 부용리 윤선도 유적지 부근 댐증축 공사를 추진중인 완도군은 요지부동입니다. 최근 여수시는 관내 거문도와 서도 주민들의 상수원 확보를 위해 추진하던 댐 건설 계획을 백지화하고 해수 담수화 설비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여수시의 사례는 보길도에 댐 증축을 강행하려는 완도군에게 좋은 교훈이 될 듯합니다. 거문도 댐 건설 용역까지 마쳤던 여수시가 댐 건설 대신에 해수 담수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은 비용 부담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섬 지역에서의 안정적 식수 확보를 위해서는 댐보다 해수담수화 시설이 더 낫다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당초 여수시에서는 80억의 예산을 투입해 거문도에 댐을 건설한 뒤 현재 지하수 등의 간이 상수도를 사용하고 있는 거문도와 인근, 서도 주민 1500여명에게 식수 및 생활 용수를 공급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여수시청 수도사업소는 댐을 건설 할 경우 추가로 발생하게 될 사업비 부담이 크고, 국립공원지역인 거문도의 자연 환경을 파괴될 우려가 있으며, 무엇보다 댐으로는 가뭄에 안정적인 식수 공급이 어렵다고 판단해 댐 건설 사업을 중단하기로 한 것입니다.

여수시청 수도사업소 상수도과 관계자는 거문도의 경우, 섬이라는 특수성상 유역 면적이 좁은데다 유입구가 극히 제한적이어서 안정적인 물 확보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상수도 관계자는 "댐이란 어차피 하늘을 쳐다 보고 막는 것이 아니냐. 그러다 보면 기상이변 등으로 가뭄이 들 경우 달리 방법이 없지 않겠느냐"고 말하며, 보다 안정적인 물 대책을 위해 해수 담수화설비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또 수도 사업소 관계자들은 비용부담과 물맛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주민들과 이미 하루 정수량 1000톤과 500톤이 가동중인 제주도의 우도와 추자도로 견학까지 다녀왔습니다. 거문도 주민들도 담수화로 생산된 물을 마셔보고 일반 음용수와 별 차이가 없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우도와 추자도 등 북제주군의 해수 담수화 시설을 운영중인 담당 공무원도 맛이 뛰어나다는 제주 삼다수와 우도의 담수물 맛을 비교해 봐도 거의 차이가 없다고 말합니다.

현재 여수시 상수도사업소는 댐 건설 예산을 환경부에 반납하고, 하루 정수량 600~700톤의 해수 담수화 설비 사업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여수시 수도 사업소 관계자는 해수담수화로 생산된 물이 생산비용은 대략 50%정도 비싸지만 운영비의 일정 부분을 시 예산에서 지원 받도록 할 계획이기 때문에 섬 주민들은 추가부담이 없을 거라고 합니다.

또한 북제주군청 관계자도 생산 단가는 담수시설이 기존 댐 등의 물보다 비싸지만 담수화 된 물을 사용하는 주민들에게도 북제주군 본도와 동일한 상수도 요금을 받기 때문에 섬 주민이 추가 부담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추가비용은 북 제주 군청에서 지원한다고 합니다. 이웃 일본의 경우에도 해수담수화로 생산되는 도서 지역주민들의 물 값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후생성에서 운영비의 상당부분을 지원 해주고 있습니다.


북제주군청 관계자에 따르면 추자도에도 17만 2천톤 규모의 기존 댐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북제주군은 완도군처럼 기존의 댐을 증축하는 대신에 해수 담수화 설비를 도입했습니다. 담수화 시설 설계를 시작한 것이 벌써 1996년도였습니다. 북제주군이 댐을 증축하거나 신축할 수 있는 여건인데도 굳이 댐이 아니라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는 생소한 해수담수화 설비를 추진한 것은 왜 였을까요. 북제주군청 관계자의 말처럼 그것은 두말할 것 없이 아무리 댐이 커도 가뭄이 오면 속수무책임으로 안정적인 물 확보가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완도군은 이제 더 이상 가뭄에 무용지물인 댐 증축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여수시나 북제주군처럼 해수 담수화 시설의 도입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할 때입니다. 특히 노화도 지역은 큰 저수지가 네 개나 되고 염기가 있는 염지하수는 아주 풍부한 곳입니다. 노화도는 보길도 댐 증축을 통해 물을 공급할 것이 아니라 우도의 경우처럼 염지하수
담수화 시설을 추진하는 것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염지하수는 바닷물 담수화 보다 생산단가가 절반 이상 싸고, 시설의 고장도 거의 없으면, 물맛도 아주 뛰어나다고 우도 담수화시설을 추진했던 북제주군청 관계자는 말합니다. 완도군 또한 이처럼 풍부한 지하수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여 담수화 설비를 도입한다면 보길 노화 지역의 물 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입니다.

94년, 95년 연이은 가뭄 때, 보길도의 두 해 동안 강수량은 년 평균강수량의 절반밖에 안 되는 840mm와 881mm에 불과 했습니다. 다시 그런 가뭄이 오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그때는 댐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댐 증축이 더 이상 대안이 아니라는 사실은 명백합니다.

완도군은 댐이 있어도 확장하지 않고 담수화 시설을 도입한 북제주군과 댐 건설 예산까지 반납하며 안정적인 물 자원 확보를 위해 담수화 시설을 추진하고 있는 여수시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합니다. 그 길만이 보길도의 고산 윤선도 유적지 훼손을 막고 가뭄에도 안정적인 물 공급을 이룰 수 있는 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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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자 섬 활동가입니다. 사단법인 섬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으며,<당신에게 섬><섬을 걷다><전라도 섬맛기행><바다의 황금시대 파시>저자입니다. 섬연구소 홈페이지. https://cafe.naver.com/isla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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