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보낸다 못 보내… 엄마는 어떡하라고… ”

천안초등학교 화재참사 합동영결식 열려

등록 2003.04.01 14:48수정 2003.04.02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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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천안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축구부 합숙소 참사 희생자 합동영결식
1일 천안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축구부 합숙소 참사 희생자 합동영결식장재완
"우리는 너희에게 할 말이 없구나”
“우리 아들 불쌍해서 어떡해, 우리 아들 불쌍해서…”


4월 1일 오전 9시. 천안초등학교 축구부 합숙소 화재로 숨진 축구부원 8명(故 김바울, 이건우, 주상혁, 이장원, 김민식, 고원주, 강민수, 임태균)의 합동영결식이 열린 천안초등학교 운동장은 장례식이 열리는 내내 눈물바다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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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이루지 못하고 스러져간 8명의 어린 축구 꿈나무들은 영결식에 참석한 유가족, 학생, 내빈, 지역주민 등 1000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땀흘리며 뛰었던 운동장과 정든 교정을 떠났다.


오열하는 유가족…영정이 놓여지고

영정을 부여안고 울음을 터트리는 유족.
영정을 부여안고 울음을 터트리는 유족.장재완
엄숙한 분위기 속에 조악대의 음악이 울려 퍼지자 고인들의 영정과 위패가 하얀 국화꽃으로 장식된 단위에 놓여졌다. 유가족들은 영정을 붙들고 “바울아! 바울아!”, “못 보낸다. 못 보내…”하며 연신 고인들의 이름을 부르며 통곡했다.

고 주상혁 군의 어머니는 “우리 아들 불쌍해서 어떡해, 우리 아들 불쌍해서…”하며 통곡하다 영정사진을 꼭 끌어안고 놓지 않으려 해 참석자를 흐느끼게 했다.



명예유소년국가대표선정 인증서 수여,
‘애도의 글’ 읽을 땐 눈물바다



국가대표를 꿈꾸며 고된 훈련을 말없이 이겨내던 어린 꿈나무들에게 대한축구협회에서 ‘명예유소년국가대표선정 인증서’가 수여됐다. 생전에 이루지 못한 꿈을 죽어서라도 이루게 되었지만 인증서를 받아든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만이 가득 고였다.

대한축구협회에서 명예유소년국가대표선정 인증서를 수여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에서 명예유소년국가대표선정 인증서를 수여하고 있다.장재완
성낙희 천안초등학교 교장은 추도사에서 “사랑하는 여덟 명의 제자를 하늘나라로 보내는 시간을 맞이하면서 참으로 슬프고 원통할 뿐”이라며 “오직 자식 하나만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바치신 어린 영혼들의 부모님들 앞에 ‘죄송하다’는 말 밖에 할 수 없는 심정으로 무릎을 꿇는다”고 말로 슬픈 마음을 전했다.

강복환 충남도교육감도 조사에서 “그라운드를 누비며 태극전사의 꿈을 키우던 사랑하는 꿈나무들, 축구가 좋아 축구공을 안고 잠이 들었던 너희들, 우리는 너희에게 할 말이 없구나. 누구도, 아무도 변명할 말이 없구나”하며 애통해 했다.

김예지(6학년)양이 "사랑하는 친구들아! 아픔도 고통도 없는 세상에서 편안히 쉬렴, 안녕!"하며 친구들에게 바치는 ‘애도의 글’을 읽는 순간 식장은 온통 눈물바다를 이뤘다.

김양은 푸른하늘을 향해 “‘좀 더 잘해 줄 걸’ ‘그 때 미안하다고 할 걸’ ‘그 때 싸우지 말고 내가 양보할 걸’ ”하고 외치다 “친구들의 얼굴이 떠오른다”며 연신 눈물을 흘렸다.

친구들에게 바치는 애도의 글을 읽고 있는 김예지양. 김양은 글을 낭독하는 내내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친구들에게 바치는 애도의 글을 읽고 있는 김예지양. 김양은 글을 낭독하는 내내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장재완
또 “아버지 어머니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이제 우리가 친구들을 대신하여 아들과 딸이 되겠습니다. 그리고 친구들의 몫까지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하며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말도 남겼다.

고 김바울군의 아버지 김창호씨는 유족대표 인사말을 통해 “ 다시는 이런 안타까운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어른들이 노력해 달라”며 “ 우리 아이들처럼 열악한 환경에서 공부하고 운동하는 학생들이 더는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개선에도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제자의 영정에 한 송이 국화꽃을 바치고

선생님들의 헌화시간에는 고인들의 담임선생님들이 자신의 제자들의 영정에 국화꽃을 놓으며 울음을 터트렸다. 입술을 부르르 떨며 뭐라 말하려던 한 여 선생님은 결국 말을 내뱉지 못하고 눈물만 흘렸고, 친구를 보내는 학생들도 두 손을 모아 한송이 국화꽃을 바쳤다.

꿈나무들의 꿈이 묻어 있는 학교를 떠나는 운구버스
꿈나무들의 꿈이 묻어 있는 학교를 떠나는 운구버스장재완
고 김바울 군과 같은 반 친구였다는 최민정(6학년 1반)양은 “바울이는 착하면서 항상 멋있었고, 국가대표가 꿈이라고 늘 말했었다”며 “저 때문에 바울이가 맞았던 게 제일 생각난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또 고 주상혁 군의 같은 반이었던 한 친구도 “상혁이가 합숙소 방이 너무 좁아서 힘들다고 한 적이 있다”며 “하늘나라에서 축구도 마음껏 하고, 넓고 좋은 곳에서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영결식 내내 고인들의 영정을 꼭 껴안고 울음을 그칠 줄 몰랐으며 한 유족은 고인의 영정에 입을 맞추고 얼굴을 끝없이 쓰다듬어 보는 이들을 더욱 안타깝게 하기도 했다.

식이 끝나고 고인들을 실은 버스가 운동장을 지나 교문을 빠져나갈 때 학생들은 교문까지 나와 손을 흔들며 마지막 떠나는 친구들을 배웅했고, 땀 냄새 묻어 있는 정든 학교를 뒤로한 버스는 그렇게 멀어져 갔다.

장재완

장재완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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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나무는 자기를 찍는 도끼에게 향을 묻혀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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