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가 아름다운 신양해수욕장김강임
섭지코지로 가는 길은 참 멀리 있었다. 거리로 생각해 보면 섭지코지 입구에서 주차 관리소를 지나 왼쪽 코지 북쪽 해안을 따라가면 약 1.5km 의 구간. 여느 때 같으면 한적한 바닷가로 통했지만 갑자기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면서 신양해수욕장으로 들어가는 입구부터 겹겹이 자동차의 물결이 진을 이뤘다.
얼마를 기다려도 뚫리지 않는 길. 그러나 사람들은 불평 한마디 없다. 한적한 낭만과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고 싶은 욕망으로 가득 차 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 영상 속의 아름다움은 저마다 그 느낌이 다르다. 그 영상물의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촬영지의 배경과 자신이 살아오면서 쌓아둔 인연들이 만남을 기억해 내곤 모두가 주인공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드라마 '올인'은 시청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얼마 전에 막을 내린 드라마 '올인'은 주인공들의 운명적인 사랑. 삶의 승부를 걸며 성공을 꿈꾸는 남자들의 야심보다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드라마의 배경이었다.
섭지코지는 제주의 방언 중 좁은 땅을 일컫는 코지란 방언과 코끝이란 뜻을 담은 코지가 모여 코끝처럼 튀어나온 좁은 땅이고 신양해수욕장에서 보면 나지막한 언덕에 불과하다.
무엇보다도 섭지코지에 들어서면 기막힌 해안절경과 흐드러지게 핀 유채꽃이 어우러진 낭만이 일품이다. 날씨가 좋은 날은 한라산이 보이고 성산 일출봉과 이어지는 바닷가에는 이끼로 덮은 바다가 금빛 물결로 출렁인다.
주차장을 지나 코지로 향하니 심술궂게도 바람이 불어온다. 이 바람은 벌써 벚꽃마저 다 떨어뜨리고 파도를 일궈 그리움으로 쌓여간다. 코지를 향해 오르막길을 오르니 남녘 끝 마을에 성당이 보인다. 바닷가에 서 있는 하얀 집은 더욱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모두가 끈질긴 인연으로 만나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어 보려는 것일까? 성당 주변에 다다르니 너무 많은 사람들이 사진 찍기에 바쁘다.
"들어가지 마시오"라는 표시말이 거부감을 느끼게 한다. 왠지 이곳에 오면 이 수녀원에서 하룻밤을 지새며 간절한 기도를 드리고 싶었다.
잠시 카메라 앞에 포즈를 취한 사람들은 벌써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어 버렸다. 망망대해에 외로이 떠 있는 기암괴석은 오늘도 망부석이 되어버린 선녀를 기다리고 있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