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굿판을 집어치워라!

[주장] 보성초 교감의 죽음, 과연 죄인은 누구인가?

등록 2003.04.09 20:39수정 2003.04.10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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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4일, 충남 예산군 보성초등학교 서승목 교장의 자살사건이 일어났다. 매우 안타까운 사건으로, 고인에게 진심으로 애도를 표하는 바이다. 하지만, 나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의 기득권 보호라는 목적 달성에 혈안이 된 나머지 고인의 죽음을 마음대로 포장하며 스스로의 기득권 지키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교총과 교육부 관료, 교육계 기득권 세력의 추악함이 몸서리쳐지도록 역겹기 때문이다.

나는 고인을 폄하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하지만, 그 어처구니 없는 주위의 처신, 도저히 인간으로서 할 수 없는, 죽음을 이용한 목적달성에 혈안이 된 부류들에 분노하고, 또 그들을 위해서 다시 소리칠 수밖에 없다. 한 사람의 죽음을 마음대로 포장하고, 그 시체를 들고 총탄을 막으며 전진하는 그 추악함에 나는 그 사람들과 같은 땅에 산다는 것이 부끄러워질 뿐이다.

과연 교육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스스로 '노동자'보다는 '교육자'이고 싶은 마음은 이해한다. 하지만, 그러고싶다면 그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되는 것 아닐까? 겉과 속이 일치하는 것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스스로 교과서에 씌여진대로가 진실이라고 하면서, 중학교 2학년 도덕책에 적혀있는 “생명은 수단으로 존재할 수 없다”라는 말을 너무나 쉽게 생각하면서 그들은 한 생명의 죽음을 스스로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오직 “전교조 타도”라는 목적으로, 한 사람의 죽음을 앞세워 이땅에 세워진 유일한 교육노조의 목줄을 끊어놓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아이들이 자신의 권리 따위를 생각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아이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노예임을 다시한번 확인하기 위해 이런 잔혹한 게임을 계속하고있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아이들의 사고관을 형성하는 교사들의 목을 죄는 것이다. 학교 안에서 아무도 스스로의 권리 따위를 말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그들의 목적이다. 그래야지만 그들만의 사학이 유지되고, 아이들이 계속 그들의 이데올로기에 물들 수 있고, 그래야지만이 이 땅에 비주류인 아이들은 계속 자신들의 노예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참혹한 시스템을 위해서 그동안의 교육이 존재해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것이다. 민주주의 이념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유신'을 찬양하게 하고, 총칼로 정권을 잡은 독재자들을 '구국의 결사대'로 미화하고, 죽음을 미화하고, 복종을 미화하고, 불복종에 대해서는 가차없는 난도질을 가했던 지금까지의 교과서를 만들어냈던 이들이다. 그들이, 그들의 시스템 유지를 위해서, 시스템을 거부하는 사람들에 대해 무자비한 난도질을 해대고 있다.

그들은 전교조의 한 교원을 마치 살인범으로 몰고 있다. 하지만 살인범은 그들이다. 죽은이의 영혼을 앞세워, 그동안 부당한 권력을 휘둘렀던 그들 스스로의 몸을 막으며, 새로운 개혁을 바라는 세력의 목을 죄려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 난도질당한 교원을 또다시 살인범으로 몰고, 심지어 “죽음에 직접 개입했다”는 말까지 서슴치 않으면서 육두문자를 퍼붓는 그들의 태도가 한심할 뿐이다.


그들의 권력을 살찌우기 위해 교육이 있는 것이 아니다. 한 생명의 죽음이 그들을 먹여살리기 위해 있는 것은 아니다. 교육은 그들만의 것이 아니다. 학생과, 교사와, 그리고 모든 이 나라의 사람들에게 공유되어야 하는 것이다. 죽음은 슬픔을 공유해야하는 것이지 자신들만의 깃발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배를 불리기위해 죽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지금이라도 당장 여론조작을 중단하라. 죽음의 굿판을 집어치워라! 아이들에게 전교조 선생님에게 배울 권리를 빼앗지 말라. 교육받아야할 사람은 당신들이 아니다. 당신들의 아이들은 자유롭게 수업을 선택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죽은 사람에게서 시체를 빼앗지 말라. 죽은 명분과 시체 모두 죽은 사람의 것이며 산 사람에게는 아무런 권리도 없다. 이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에 대한 냉철한 판단과 교권침해에 대한 성역없는 수사만이 이번 사건을 종결지을 수 있을것이다.


죽음을 애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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