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연극인 격려하는 연극상 추진"

[인터뷰] <늘근도둑이야기>, 연출가 이상우

등록 2003.04.11 14:08수정 2003.04.11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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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연출가 이상우

연출가 이상우 ⓒ 한상언

동숭아트센터와 극단 차이무, 공연기획 이다가 함께 하는 '생연극시리즈'가 대학로 연극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현재 '생연극시리즈' 2탄 <늘근도둑이야기>가 공연되고 있는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은 매 공연마다 많은 관객들로 성황이다.

'생연극시리즈'를 기획한 이상우씨는 1탄 <거기>, 2탄 <늘근도둑이야기>의 연출을 맡았다. 그가 연출한 두 작품은 흥행성과 완성도를 두루 갖춘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다. 그는 우리 연극 전통에는 소극장 무대가 어울린다며 소극장 연극의 재미와 감동을 관객에게 보여주기 위해 '생연극시리즈'를 시작했다고 한다.


<칠수와 만수>, <늙은 도둑이야기>, <통일 익스프레스>, <마르고 닳도록>, <거기> 등의 작품으로 재미와 감동을 주는 연출을 보여줬던 이상우씨는 현재 젊은 후배 연극인들을 위해 연극상을 만드는 일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동아연극상, 백상예술대상 등 연극상이 없어지면서 젊은 연극인들을 격려해주고 칭찬해줄 수 있는 상이 없어졌다며 이미 여러개의 상을 받았던 일종의 누리고 살았던 사람으로서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고 한다.

지난 4월 8일 벚꽃이 만발한 한국종합예술학교에서 이상우씨와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 <늘근도둑이야기>가 대학로 관객을 다 쓸어간다는 이야기가 있다?
"시사저널 보니까 이상우가 대학로 돈 다 긁어간다고 그렇게 썼더라."

a <늘근도둑이야기> 명계남(좌), 박철민(우)

<늘근도둑이야기> 명계남(좌), 박철민(우) ⓒ 공연기획 이다

- <늘근도둑이야기>의 성공 요인을 꼽는다면?
"잘 모르겠다. 이건 될 것 같다 생각해서 되는 경우는 없었다. 남들이 비아냥거리는 투로 이상우는 흥행 연출가라고 이야기하는데 구태여 부정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나중에 돈이 될지 안될지를 생각 안 하고, 내가 재미있고 우리 팀이 재미있어서 신나게 연습한 것은 대개 관객이 많이 온다. 원래 우리 팀은 극도로 절약해서 연극을 제작한다. 관객수입이 좀 늘어나면 그때부터 술도 많이 먹고 흥청거리지 안 그러면 제작비를 줄이기 위해 개인 돈으로 술을 먹는다.


언제부터는 배우들에게 개런티를 얼마준다는 말을 안하고 하고 있다. 계약도 해봤는데 우리 현실에서 적용이 힘들더라. 약속했다가 못 주면 배우들은 배신당한 느낌도 들 것이고.

'정말 우리가 서로 하고 싶은 거냐'가 우선 중요해졌다.


그것부터 먼저 점검하고 '정말 하고 싶으냐? 그럼 하자.'
'흥행이 되어 돈을 많이 벌면 주고 안 되면 같이 손해보자.'
'이제는 이상우 혼자 손해보는 것은 하지 말자.'

지금 관객이 이렇게 드는 것은 명배우(명계남)의 힘이 클 것이다. 지난 일년동안 거의 미친놈처럼 고생한 것을 사람들이 칭찬해주기 위해 오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제는 틀림없이 가서 자리하나 차지 할 것이다 그랬는데 안 한 것에 대한 박수이다. 저도 개인적으로 고맙고 기분도 좋고 그렇다. 문성근한테도 마찬가지고."

- 차이무 이름과 생연극시리즈 1편 <거기>의 성과를 종합해 본다면 명계남씨가 출연을 안 했더라도 관객은 많았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렇게 까지 많지는 않았을 것이다. 모르겠다. 열어봐야 아는 것이니까. 물론 그 전에 <거기>로 관객을 어느 정도 올려놓은 것도 있을 것이다. <거기>는 다섯 달이나 하면서 끝까지 반응도 좋았고 관객도 많았다. 그 만큼 성공적으로 공연하기가 어렵다. 그 힘도 있었던 것 같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사실 최근에 나랑 같이 작업하는 팀들이 전부 오랫동안 같이 하던 친구들이라 이제는 어느 정도 익었다. 노는 법을 좀 알게 되었다. 구태여 내가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많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 뭐 하려는 지만 계속 얘기하고 있으면 다 찾아간다."

- <늘근도둑이야기>는 배우의 힘이 큰 연극이다. 배우들의 힘에 의해서 극이 진행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명계남과 박철민 두 배우를 평가한다면?
"배우는 장단점이 다 있다. 중요한 것은 자기에게 딱 맞는 배역을 맡느냐 안 맡느냐이다. 작품에 맞는 배역을 얻는 것은 힘들다. 평생동안 그런 작품을 한번이라도 만나면 정말 행복한 배우이다. 자기에게 안 맞는 역할 하느냐고 고생하고, 열심히 했는데도 빛도 안 나고, 좋은 소리도 못 듣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두 사람 다 소극장에서 많이 공연을 해 본 친구들이다. 배우가 자기 나이의 역을 찾아서 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그렇게 잘 안 된다. 어려서 노역도 하고 그런다. 박철민이라는 배우는 아직 30대지만 명계남이라는 배우는 50대이다. 그 만큼 공력이 붙었다. 박철민도 그 바닥에서 오랫동안 관객과 노는 연극을 해왔던 배우이다.

어떤 면이 단점인지는 모르겠다. 왜냐하면 단점이 보이는 연극을 안 할 테니까. 제 방식이 대게 배우에 맞춰서 대본을 수정하는 편이다. 그 배우들을 데리고 하면서 배우들의 단점이 보이는 연극은 안 한다. 이번에 공연하는 <늘근도둑이야기> 대본은 그 배우들에 맞춰서 수정한 대본이다."

- 애드립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이 많다. 애드립을 어디까지 허용하는가?
"한계가 있다. 지나가면 안 되는 한계가 있다. 주어진 이 이야기를 해야될 때 예를 들어 반공방첩이야기를 할 때

'우리집 가훈이 반공이야, 방첩이야.'

그런 이야기를 하면 반공, 방첩이라는 것이 얼마나 황당한 이데올로기인가를 이야기하는 선에서 끝내야지 그것을 지나가 버리면 메인스트림 자체가 흐트러지는 경우가 있다. 연극이 늘어지면서 짜임새가 없어질 정도로 애드립들이 지나가 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못하게 한다. 거기까지 가면 안 된다.

또한 배우의 독특한 캐릭터가 있다. 그 캐릭터가 할 수 있는 것이 있고, 개인 박철민이나 개인 명계남이 할 수 있는 것이 있고, 연극 속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있는데 그 넘나듦이 아주 경쾌하게 가는 것은 상관없는데 툭 튀어나와서 마구 놀아버려 다시 돌아갈 수 없을 정도가 되어 버리면 안 된다. 너무 멀리 나오면 안 된다. 어느 정도까지만 갔다가 돌아와야 한다.

배우는 원래 끼로 하는 것이다. 떠서 올라가면 통제가 스스로 통제가 안 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연출이 계속 봐 줘야한다. 그런데 최근에 제가 자주 못 갔다."

a <늘근도둑이야기>의 더 늙은 도둑  명계남

<늘근도둑이야기>의 더 늙은 도둑 명계남 ⓒ 한상언

- 두 배우의 입담을 듣다보면 마치 장소팔, 고춘자식의 만담(漫談)을 듣는 것 같다. 연출 시 이점을 고려하고 시작했는가?
"오래전부터 전통의 현대적 수용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서구의 틀에 맞추어 양식화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것은 좀 다르다. 이를테면 만담이나 판소리의 아니리 같은 것들. 대사에 그것이 가지고 있는 혼이 있다. 그것을 그대로 가지고 오는 것이 아니라 현대어로 바꾸어 쓰는 것이다. 더군다나 한국사람이 말하는 것이니까. 서양식의 만담이 아니라 한국식의 만남이 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전에 어디서 들으니까 가야금 합주단이 바로크 음악을 연주했다고 한다. 기분이 좋더라. 예전에 SBS에선가 방송이 끝나고 애국가를 국악으로 한 적이 있었다. 저런 식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했을 때 머릿속에서나 가슴속에서 빛이 반짝하며 뭔가 오는 것이다. 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 도둑이 무대로 들어오는 첫 장면에서 음악에 맞춰서 후레쉬 불빛이 움직이는 미키마우징을 사용하셨는데?
"만화영화의 영향이 있을 것이다. 워낙 만화를 좋아한다. 예전에 디즈니 만화영화를 많이 봤다. 일본 만화영화는 그렇게 즐겨하지 않는다. 디즈니 만화영화를 왜 좋아했냐 하면 음악과 함께 가는 것이 어렸을 때부터 기분이 좋았다.

결국은 연극도 음악이거나 음악적일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지금 더 적극적으로 음악을 사용하는 연극을 해 보려고 생각중이다. 계획중인 것도 있다. 지금 황지우 선생이 쓴 대본이 하나 있는데 자꾸 늦어지고 있지만. 그게 되면 뮤지컬이 아닌 음악극으로 전체를 음악으로 깔고, 대사하고 전문적인 가수가 부르는 식의 노래를 하지 않고 전문적인 춤꾼이 춤을 추는 식이 아닌 단순한 동작, 단순한 소리만 가지고 전체 음악을 가지고 가는 음악극을 해 보려고 기획하고 있다. 올해 중에 하려고 했는데 올해는 이미 늦었고 내년 말이나 되어야 되지 않을까 싶다."

- 이전 공연보다 재미는 있는데 풍자는 덜하다는 일부의 평이 있다.
"언제부터 너무 머리로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묘하게 짜고 거기다 칼도 숨겨놓고. 그런 일차원적이고 단선적인 풍자가 아니고도 충분히 할 얘기하면서 지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촌철살인이라는 말도 있다. 풍자는 한마디로도 충분한데 그걸 설명하고 혹시 못 알아 들었을까봐 한마디 더하고 하는 식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는 배우들 가지고 일종의 즉흥극처럼 만들었다. 뒷부분은 수사관 들어오고 나서는 대사라는 것이

'당신들 거기 왜 들어왔어요. 거기 어딘지 몰랐어요?'

그게 수사관 대사일 뿐이다. 나머지 배우들 대사는

'그냥 우연히, 노인정인지 알고요.'

전체 대사는 그것밖에 없다. 나머지는 다 그사이에 그것 가지고 만담처럼 채워 넣었다. 줄거리를 놔두고 배우들이 놀고 더늠을 만들어 넣었다.

지금의 대본이 오기까지 처음에 강신일, 김기호, 문성근이 수사관을 했었고, 그 다음에 명계남 박광정에 수사관을 유오성이 했었고 세 번째 정은표, 박진영, 이대연이 수사관을 했었다. 어떨 때는 더늠이 많이 들어가기도 했었고 어느 때는 덜 들어가기도 했었는데 그것들이 다 쌓여 있는 것이다. 거기에 지금 배우들이 넣은 것까지. 이 대본이 그동안 네 번 정도 공연하면서 살이 많이 붙었다. 그렇게 가면서 연극의 방향이 정해진 것이다.

재미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조건 웃기고 끝나버리는 것은 아니다. 하는 사람이 무슨 마음을 갔고 있느냐에 따라서 그렇게 까지는 아닐 것이라 생각이 든다. 불만스러워하는 사람들은 그런 기대를 하고 온 사람들일 것이다. 특히 명계남이 출연하니까. 그런부분들이 좀 있다. 조아세 회장이기도 하고 선거운동하고 하면서 생긴 선입관도 있고 해서.

연극에서 조선일보 욕 안 했다. 내가 원래 썼던 대본은

'조선놈들은 안돼.'
'뭐가 안돼?'
'조선놈들은 동업이 안 된단 말이야'
'봐봐. 정몽준이봐 이인제봐 누구봐 누구봐'

그 얘긴데. 그게

'조선놈들은 안돼'
'조선일보가 뭐가 안 된다고'

그것 밖에 없다. 그런데 몇 몇 사람들은 왜 조선일보 욕 하냐고 그러더라. 선입관이 작용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것 가지고 심각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관객의 입장에서는 재미있게 보고, 이런 연극도 있구나. 하면 된다. 연극한편에 모든 것을 다 때려 넣을 수는 없다.

전체를 놓고 보면 차이무가 이렇게 변해 가는 구나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초기에 제가 연우무대시절에 했던 작품과 비교했을 때 사실 제가 생각해도 좀 달라졌다는 생각이 든다. 많이 따뜻해졌다. 저보다 연배가 위인 잘 아는 평론가가 <거기> 공연을 보고 나가면서 '이상우씨도 나이가 드네.' 그러더라. 그 말이 참 고마웠다. 좋은 의미에서 변했다는 이야기를 해 준 것이 참 고마웠다. '이상우표는 늘 똑같애'라는 말을 듣는 것 보다 변해간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다. 그 정도만 봐주었으면 좋겠다."

a 김명곤 국립극장장에게 전화를 걸어 연극상을 설명하고 있다.

김명곤 국립극장장에게 전화를 걸어 연극상을 설명하고 있다. ⓒ 한상언

- 공연이 끝나고 암전이 됐을 때 문성근씨의 나래이션이 나온다. 이전에 문성근씨가 출연했을 때 것인가?
"원래 공연 시작 할 때는 없었다.

'불어!'
'후~'

하는 것이 초연 때는 굉장히 효과적이었다. 관객이 바뀐 것이다. 그 정도 가지고는 감동이 없다. 고민하다가 문성근도 일이 안 바쁘니까 녹음하자고 하루 불렀다. '그것이 알고 싶다'를 흉내내는 문성근의 목소리로 엔딩에 하나 넣었다. 일종의 기록극처럼.

실제로 더 늙은 도둑은 20년전쯤에 읽었던 어떤 신문기사에서 출발한 것이다. 진짜 그런 할아버지가 있었다. 그 얘기를 가지고 연극을 만들어 보자 생각했다. 실제로 나중에 한 사람 이야기가 더 있었다. 초연하고 나서 어떤 신문기사 보니까 또 그런 사람이 있었다. 이제 나이 들어서 도둑질도 못하는 것이다.

내레이션은 사실 보호감호라는 것이 얼마나 황당한 법인지 말해주고 있다. 전두환 시절에 만들어진 법인데 형기 다 끝내고도 재범의 우려가 있다고 또 청송 보낸다. 형기 1년 반 보내고 나서 거기서 7년을 살고 나온다. 옷만 색깔이 다를 뿐이지 똑같다고 한다. 말도 안 되는 법이다.

사실 그 말을 하고 있는 것인데 너무 웃다가 그 말이 관객들에게 전달이 잘 됐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이번에 녹음을 하면서 문성근씨한테 부탁을 한 게 보호감호에다가 스트레스를 줘서 발음을 해달라고 했다.

- 연극상을 만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상이 몇 년전부터 차근차근 없어진다. 동아연극상 없어졌고, 백상예술대상 연극부분 없어졌다. 동아일보에 물어봤더니 예산이 없다고 한다. '아니 기자들이 10만원씩만 내면 될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니까. 스폰서가 안 붙는다고 한다.

돈이 안되니까 안 붙는 것이다. TV에서 안 틀어 주는 것이다. 영화상이나 방송상을 주면 TV에서 중계를 하지만 연극상은 안 한다. 하긴 전세계에서 연극상 중계하는데가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도 연극상은 있어야한다. 젊은 사람들이 연극을 하는데 격려도 해주고 칭찬도 해주어야지 힘이 나서 하지 아무도 관심 없는 일을, 그 힘든 일을 누가 하겠는가? 이미 그것을 거쳐갔고 누리고 살았던 사람들조차 외면해 버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생 나서서 무슨 일을 해 본적이 한번도 없다. 흘러가다 무슨 일을 하게되면 하지.

작년 말부터 생각을 했었다. 나 혼자만 생각하는 건가 그랬는데 주변에 보니까 그런 얘기 하면 다들 동조하더라. 그러면 차라리 우리가 하자. 가까운 사람들끼리라도 먼저 시작해서 사람을 모아 보자. 얼마가 모일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시작한 것이다. 서둘러서 당장 하자는 것도 아니고 올해 말까지 기금 모으고 사람 모아서 하려고 한다. 1000명 정도 모으면 딱 좋은데 그렇게 되면 3억에서 5억 정도 모일 것이다.

100만원씩 내는 것은 지금 나를 비롯해서 이 바닥에서 이미 누리고 살았던 사람들은 100만원을 내고. 작은 돈은 아니니까. 그 다음에 일반관객도 들어올 수 있으니까 몇 푼이 됐던 작은 돈이던 큰 돈이던 들어오고. 그 다음에 연극판에서 많은 혜택을 받고 영화에서 돈을 많이 번 애들은 돈을 더 많이 내고.

그렇게 해서 상패도 천명이면 천명의 이름을 다 적은 상패를 주려고 한다. 받는 사람이 얼마나 기분 좋겠는가? 나중에 돈이 모자라면 어디서 후원을 받던지 해야될지 모르겠지만 일단 시작은 누구든지 개인차원으로 들어오게 하려고 한다. 상패이름에 이를테면 기업이름이나 정부부처 이름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 기업이나 정부의 후원을 받지 않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중요한 이유가 있다. 어디에도 간섭을 받지 않고 어디에도 좌지우지되지 않는 아주 순수한 상을 만들기 위해서이다. 오마이뉴스가 들어온다고 하면 개인차원에서 들어오는 것이지 오마이뉴스가 후원하는 어떤 색깔의 상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나는 만들어 놓기만 하고 끝낼 거니까 나중에 운영할 주체가 생길 것이다. 약간 삐딱한 반골 성격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로 구성을 할 것이다. 어른들 중에도 굉장한 원칙론자들, 아주 정확하신 분들이 계신데 한 분 정도 모시고 아래로 꺾이지 않는 친구들이 좀 있으니까 이들이 틀을 잡아 놓을 것이다. 심사하는 과정도 좀 다르게 했으면 좋겠다. 관객심사위원단도 구성할까 생각중이다. 그것은 나중 이야기고."

- 현재 어떤 인물들이 참여 하고 있는가?
국립극장장 김명곤, 김민기, 박광정, 권해효 그 친구들 들어가 있고 아직 연락을 못했는데 유오성, 설경구, 송강호, 들어올 거고. 안 들어올 리가 없을 테고. 김광림 원장, 최준호 선생, 황지우 선생, 윤정섭 선생, 윤영선 선생 들어올 것이고. 이불이라는 화가 들어온다고 하고. 쌈지 사장님도 들어오겠다고 하고. 내가 연락한 것이 아니라 소문을 퍼트려 났더니 접선이 벌써 몇 단계 걸쳐졌다고 그러더라. 정원중이라는 배우도 들어올 것이고 최용민이라는 배우도 들어올 것이고.

지금도 꽤 많다. 벌써 3000만원은 들어온 것 같다. 돈은 받은 것이 아니고 약정을 했다. 지금 돈을 받아놓으면 나도 답답하다. 어디 관리 할 수가 없다. 이름만 받아놨다. 관객중에 연극 많이 보는 친구 있는데 그 친구도 들어온다고 하고. 꽤 많다. 100명되는 것은 전화만 좀 하면 금방 될 것 같고. 거기서 200명 300명 넘어가는 것이 문제다. 최소한 300명은 됐으면 좋겠다. 1년에 운영하는데 한 3000만원은 필요할 것 같다. 상금을 조금씩 주더라도 2000만원은 나가겠더라. 상을 줄게 9, 10개 정도 될 것 같다.

a 연출가 이상우

연출가 이상우 ⓒ 한상언

- 어떤 부문을 생각하고 있는가?
희곡상, 연출상, 연기상, 무대기술상은 기본적으로 들어간다. 거기에 신인상을 포함시키면 조금씩 늘어나는 것이다. 신인 연출, 신인 희곡, 신인 연기가 들어갈 것이다. 남자 연기상, 여자 연기상을 나눌지 아직 모르겠다. 나중에 집행부와 이야기 할 부분이고. 그러면 한 10개쯤된다. 그러면 평균 200만원씩만 잡아도 2000만원이다. 거기다 1년 동안 심사하고 관리하고 진행하는데 1000만원은 들 것 같다.

3000만원이 들면 기금은 5억 정도가 있어야 한다고 한다. 한번 모으고 나면 끝나는 것이니까. 매년 돈 내라고 할 수 는 없다. 그러니까 5억까지 모으려고 하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일단 시작했으니까 가보는 것이다.

누가 이익 보자고 하는 일도 아니고 젊은 친구들 칭찬해 주려고 하는 것인데. 마흔 살 넘은 사람은 상을 주지 말자고 술자리에서 그랬더니 40살까지는 줘야한다고 하더라.

- 이후에 어떤 일을 계획하고 있는가?
학교 들어 온지 두 학기 째이다. 일단 학생들하고 잘 노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어차피 작업은 계속하는 것이고. 학교 일이 한가지 늘어난 것이다. 계속 바쁘게 움직이는 것이 별로 안 좋더라. 차근차근 하는 것이 좋다. 학생들하고 얘기 많이 하고 그러면서 작업 생각할 것이다.

지금 음악극 하려고 계획 세워놓은 게 늦어지고 있지만 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생연극시리즈'를 내년까지는 계속 진행 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내 작품이나 차이무 작품 중심으로 하지 않을 것이다.

연극원 극단인 돌곶이 극단이 이번에 벨기에 세계 대학연극축전에서 호평 받고 온 작품이 하나 있다. 전문사 학생이 쓰고 연출한 작품인데 그거 끌어내고. 박광정 팀이 지금 공연하고 있는 <서울노트> 끌어내고. 차이무에 쓰고 연출하는 친구 작품 하나와 두 작품이 더 있는데 그 작품은 지금 작가와 통화를 못하고 있다. 그렇게 계획중이다.

지금 하는 것은 소극장 연극이 얼마나 재미있고 얼마나 멋있는지를 알려주는 일을 하고 싶은 것이다. 액자무대 큰 무대에서 하는 연극은 다른 연극이다. 우리 연극은 소극장 연극이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소극장 연극을 붐을 일으켜야 연극관객이 전체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렇게 된다면 연극판 전체가 흥청거린 다는 것은 과장이지만 연극하는 사람들 기분 좋은 세상이 될 것이다.

지금 여기까지는 단계적으로 성공적이라 생각한다. <거기>와 <늘근도둑이야기>는 내 작품이라 그렇게 말하기 뭐하지만 다른데 관객이 안 든다고 하니까.

그것은 관객이 찾아갈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서 그렇다. 이런 페스티벌 시작하면 한달이나 2주정도 한다. 그런데 이것은 연중 프로젝트이다. 이런 일을 하는 데가 없다. 김옥랑 대표가 마음을 넓게 써서 이런 기회를 주었다. 서로 좋은 일 하자는 거다. 동숭아트센터도 살고, 소극장 연극 전체도 살고, 차이무도 살고, 같이 들어온 다른 팀들도 살고.

차츰 차츰 잘 되면 전에부터 후배들하고도 얘기하던 건데 극단 독자적인 생존 때문에 허둥되고 허덕되다 보면 다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 결국은 쓰러지게 되니까 극단을 합치자는 얘기는 아니고 연대를 했으면 한다. 극단 연대를 통해 작품을 공유하고 배우도 공유하면서 좀 커있는 극단의 힘을 작은 극단에서 받아 가고, 작은 극단의 활력을 얻어 올 수도 있고. 그러면서 전체가 커야 시장이 더 커지고, 더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면 젊은 친구들에게 그 만큼 기회가 넓어질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래야 인재가 연극판으로 흡수가 되지. 지금식으로 해서는 잘 할 수 있는 애들이 연극판에 왜 오겠는가? 돈도 안 생기지, 고생은 고생대로 하지. 칭찬도 못 받지. 보람을 찾을만한 구석이 없다. 차라리 영화로 가지. 영화로 가면 어쨌거나 돈은 받잖아요. 입봉하고 망하는 한이 있어도. 돈은 받는 거니까. 그렇게 되는 건 슬픈 일이다.

관객이 처음 보는 연극에 실망하고 떠나는 경우가 많다. 연극 재미없다. 지루하고 혼자 잘난 척 하는 것 같다. 그렇게 떠나면 그 다음부터는 연극을 안 보게 된다. '야 그거 재미있었다.' '좋더라'. '다시 봐야겠다.' 생각을 갖게 만드는 게 첫 번째 작품인 것 같다.

광고에서 퍼스트 트라이얼이라는 것이 있다. 그 제품을 처음 사용해보고 좋아야 사지. 광고를 아무리 때려도 처음 사용 시도를 한 게 불만족스러우면 그 다음부터 절대로 안 찾는다.

그것과 비슷한 것 같다. 지금 그것을 만드는 일을 하는 것이다. 올해는 동숭아트센터 작품이 하나 있고 거의 차이무 혼자 가는 것이고. 내년에는 네 개 정도 극단이 연대해서 들어올 것이다.

a 연출가 이상우

연출가 이상우 ⓒ 한상언

- 영화 계획이 있다고 들었다?
하고 싶은데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판단하기가 참 힘들다. 2~30대에 시작할 수 있는 것과, 이 나이에 시작할 수 있는 것은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도대체 내가 이 일을 해서 무슨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 봐야한다. 내가 관객들하고 만나는 방식이 무엇인가 생각해 봐야 한다.

지금은 일단 6.25때 있었던 노근리 사건을 시나리오로 쓰기로 했다. 최호 감독이 명필름에서 제작하기로 했다. 이야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진행을 빨리 시키더라. 계속 머릿속에서 생각중이다. 자료보고 왔다 갔다 하고 있다. 우선 이번 여름까지 그거 시나리오 만드는 일 하게 될 것 같다. 그러면 이번 여름에 찍을지, 이번 여름에 못 찍으면 내년 여름으로 넘어갈지 결정될 것이다.

- 연출은 안 하십니까?
감독을 하게 되면 책임을 져야 된다. 선뜻 시작을 못하겠다. 아무거나 들고 난 이거 할거야 쫓아다녀야 되는데 그게.

사실 명배우와 술자리에 앉아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다. 우리 돈 안 들면서 시간 길게 잡고, 진짜 좋은 영화를 찍어보자고 이야기를 했는데 그것은 언제가 될지 모르고 당장 올 겨울부터 시작될지 모르는 이야기이다. 돈이 없어서 못 찍는다는 거 이유가 되잖아요. 돈 없으면 안 찍고 돈생 기면 좀 찍고. 이런 것도 있을 수 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요새는 제작하면 20억쯤은 금방이다. 거기에다 마케팅비용 20억 포함하면 40억은 기본으로 쓴다. 우리 나라 영화가 어떻게 하다가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 다 합쳐서 십 몇억이면 됐다는 말을 들은 지가 몇 년 되지도 않았는데. 결국 한국영화가 그 동안에 이렇게 양적으로 커지고 관객수도 늘어난 것이 과연 마케팅 때문인지 생각해 볼 문제이다.

솔직히 이야기한다면 몇 년전부터 문성근, 명계남, 이은 감독, 정지용 감독해서 '스크린쿼터연대' 이런 식으로 싸웠다. 만들어 놓은 판에 돈은 다른 사람이 벌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혁명은 미친놈이 하고 혁명의 과실은 깡패들이 다 챙겨간다는 말이 있다. 그런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바쁜데 시간 내 주어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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