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항만시설 ‘우선 짓고 보자’

수백 억 투입으로 혈세 낭비 지적, 신중 여론 일어

등록 2003.04.23 11:02수정 2003.04.23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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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와 관계 당국이 장래 활용도와 수요를 제대로 예측하지 않은 채 항만시설을 건설해 혈세낭비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인 전남 흑산도에 지난 2000년 카페리 부두시설을 완공했다. 흑산도를 인천에서 제주를 오가는 카페리선의 중간기항지로 만들어 관광객 유치에 보탬이 되기 위한다는 목적으로 사업비만 115억 원을 투입, 220m 부두와 50m의 호안을 조성했다.

그러나 완공 3년째로 접어들고 있지만 흑산항 입구에 가두리 양식장이 있어 5000t급 선박이 이 부두까지 들어 올 수 없는 실정이어서, 지금은 각종 어구나 자재 등 야적장으로 사용되고 있을 뿐 이다.

a 목포항국제여객터미널 전경

목포항국제여객터미널 전경 ⓒ 정거배

흑산카페리 부두 3년째 방치

이런 가운데 해양수산부는 전남 목포시 항동에 있는 기존 여객터미널을 철거하고 오는 2005년까지 350억원을 투입해 목포항연안여객터미널을 새로 건설할 계획이다.

그러나 지금의 여객터미널도 주민들이 이용하는데 큰 불편이 없는데도 많은 예산을 들여 신축하는 것을 두고 논란을 빚고 있다. 목포여객터미널 신축 이유에 대해 '해양수산부의 전국연안여객터미널 발전계획에 따라 전국 주요항구터미널 현대화사업의 일환'이라고 목포지방해양수산청은 밝히고 있다.

목포지방해양수산청은 또 기존 여객터미널이 낡았을 뿐 아니라 분산운영의 필요성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목포지방해수청 기길환 계장은 “새로 건설될 여객터미널은 항구를 상징할 수 있도록 조형미를 살리게 될 것” 이라며 “외국의 사례처럼 항구도시의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항만 당국의 이같은 터미널 건립추진은 막대한 혈세를 투입한다는 점에서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시설 이용객 수용 문제 없어


현재 사용 중인 목포항여객터미널은 연면적 1250평에 대합실은 1200여 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다. 목포지방해양수산청은 또 10여 년 전부터 신안 섬지역을 오가는 항로에 차량여객겸용(차도선) 선박이 투입되자, 여객과 차량분산을 위해 인근에 100여 평의 부두시설과 대합실을 따로 마련하기도 했다.

목포항에서는 제주, 홍도를 비롯해 신안섬 지역 등 총 17개 항로에 23척의 여객선이 운항하고 있어 여객항로가 다른 항만에 비해 많은 편이다.


항만당국은 지난 98년에도 기존 목포-제주 항로 뿐 아니라 중국 연운항시와 직항로 개설에 대비해 목포시 항동 인근에 1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 국제여객터미널을 건설했다. 20,000평 부지에 3층 규모인 국제여객터미널은 지난해 11월까지 1층 제주 항로를 제외하고는 국제선 대합실인 2층과 3층은 중국과 뱃길이 개설되지 않아 한동안 무용지물로 전락하기도 했다.

목포항국제여객터미널은 특히 지난 96년 공사착수 당시부터 잡음도 끊이지 않았고 완공 이후에도 부실공사 논란도 일었다. 다행히도 준공 4년 만인 지난해 11월 목포와 중국 상하이 간 항로가 개설돼 제기능을 하게 됐지만, 당국이 우선 건설해 놓고 보자는 식으로 사업을 추진한 결과 혈세낭비라는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기존 건물 리모델링 바람직

해양수산부의 연안여객터미널 신축계획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는 이유는 기존 시설의 이용객 수용능력이다. 특히 기존 여객터미널을 이용하던 목포-제주노선 대형선박의 경우 지난 98년 완공된 국제여객선터미널 부두로 이전하는 등 지금의 시설만으로도 이용객을 수용하는 데는 큰 불편이 없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수백억 원의 국고를 투입해 터미널을 신축한다고 하자 지역일각에서는 신중 여론이 만만치 않다. 목포시 상동 김영웅(41.회사원)씨는 “전액 국가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이어서 완공되면 지역의 명물이 된다는 점에서 환영할 수도 있겠지만, 지역을 떠나 국가 예산절감차원에서 생각해 볼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해양수산부 항만건설과 관계자는 “목포는 다도해 등 여객선 항로가 많은 항구임을 감안, 앞으로 주 5일 근무제 등 증가하는 관광수요에 대비해 편의시설을 확충하는 차원에서 여객터미널 신축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역일각에서는 “관광객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면 항구도시 미적 감각을 고려해 기존 터미널 건물을 리모델링 하는 방식으로 개조하게 되면 예산을 절감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여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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