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담배값 3,000원 수준 인상 계획에 대하여

선진국 타령에 빠진 보건복지부

등록 2003.05.24 04:03수정 2003.05.24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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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중 보건복지부 장관이 담배값을 선진국 수준으로 대폭 상향 조정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현재 2,000원 전후인 담배값을 3,000원선으로 조정하겠다는 이런 계획은 담배곽에 흡연의 폐해를 보여주는 이미지를 싣겠다는 계획과 동궤에 놓이는 것으로 제3세계적인 애연 문화를 청산하고 선진국다운 금연 문화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파악된다.

a 국산 담배 <타임>

국산 담배 <타임> ⓒ 김승구

금연이 좋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고, 가급적 담배 끊고 오래살겠다는 게 장삼이사들의 염원이기도 하다. 그러나 모두가 금연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고 정부 입장에서도 결코 원하지 않는 일일 것이다. 담배인삼공사가 만들어내는 담배를 통해 거둬들이는 세금이 막대하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정부가 나서서 알짜 사업을 포기할 이유는 없으니까 말이다.

담배를 마약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렇지만 드러내놓고 마약은 파는 게 정부 아니던가. 한 쪽에서는 담배를 더 많이 팔아서 세금 걷는 데 혈안이 되어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금연문화 정착시켜 선진국답게 살아보자며 핏발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담배값 올리겠다는 이유가 알량하기 그지 없다. 국민의 건강에 대한 고려는 별로 보이지 않고, 선진국에 대한 강박증만 보인다. 설령 우리가 서구 선진국에 비해 흡연 문화가 만연해 있다손 치더라도 그게 어떻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 선진국에서 우리를 야만국이라고 본다고 우리가 그 타령에 끌려들어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담배를 많이 피울 때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걸 고려하지 않고 보건복지부가 그 알량한 선진국 타령이나 읊으면서 탁상 계획만 짜는 게 언짢다.

값을 올린다고 흡연량이 눈에 띠게 줄어들까. 오산이다. 쌀값 올린다고 먹던 쌀 줄이지 않는 것과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결과적으로 서민들 부담만 더 지우는 꼴이 된다. 그리고 오른 담배값 때문에 정부의 곳간으로 들어가는 세금은 늘어나기 마련이다. 그리고 보면 이번 계획은 모종의 음모 속에서 이뤄지는 치밀한 공작일지도 모른다. 물론 그렇게 거둬지는 세금이 똑바로 쓰인다면 국민된 입장으로 굳이 마다할 이유도 없다. 하지만 작금의 상황을 보면 세금 내는 게 원통할 지경이다. 나도 잘난 사람들처럼 낼 세금 아내고 살 수 있으면 그렇게 해보고 싶지만 정부는 서민들이 그런 흉계를 부릴 수 없도록 철저하게 감시한다.

그리고 국산 담배값 올리면 외제 담배 값은 그냥 있을까. 그것도 의문이다. 내가 외제 담배업자라면 그 수준으로 올릴 것이다. 결국 담배값 올라, 서민 주머니에서 빠져나가는 돈은 예전보다 늘어나고, 그 세금이 그 누구도 모르게 허랑한 기업 뒤꽁무니 터진 데나 막아주는 돈이 될 것같아 마음이 영 씁쓸하다.

보건복지부가 선진국 타령에 빠져서 국민의 건강은 뒷전인 건 국민의 한 사람으로 밉다. 최소한 계획을 세우려면 장관 이웃에 사는 사람들 의견이라도 듣고 심사숙고한 흔적을 보여야 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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