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같은 진보매체도 무엇이 바뀌었는 지 둔감한 것 같아요"오마이뉴스 권우성
- 연세대에서 신학을 공부한 걸로 되어 있네요.
"졸업은 못했습니다."
- 학교 다닐 때 운동권이나 그런 거 안 하셨어요?
"우리 학교 다니던 70년대는 데모해도 뚫리지 않는 벽에 부딪힌다는 느낌을 가졌으니까.... 유신시대 아닙니까? 데모를 해보긴 했지만, 문성근이나 저나 박정희 정권이 붕괴될 것이라는 희망이 전혀 없었어요. 이런 체제가 우리 죽을 때까지 평생 갈 지 모른다는 생각이 99% 먹히는 세상이었어요.
학교 들어가자마자 바로 연극을 시작했는데, 운동권 같은 부류는 아니었어요. 그 당시 민청학련에 연루된 선배도 알고 그랬지만,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 지도 몰랐고... 나중에야 그분들의 뜻을 알게 됐지만, 저는 그냥 대학가에서 인기 있는 배우였어요. 문성근보다 유명한...(웃음)"
- 명계남에 대해 사람들이 '배우'보다는 '사회운동가'로 더 많이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이게 요즘 노 대통령에게 '너 왜 그렇게 변했니' 이렇게 묻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크게 변했다고 생각하지 않고 사회운동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닌데, 왜 자꾸 그렇게 보지? 원래 영화인이었고, 사회운동가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나를 그런 시각으로 봐줄 때 불편하고, 싫을 때가 있죠. 아침부터 밤까지 생각하는 것은 아니고..."
- 그렇다면 국민의힘 활동은 어떻게 봐야하죠?
"참여연대 회원들은 모두 운동가인가요? 오히려 언론에서 저를 배우라기보다는 사회운동의 측면에서 보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닌가요? 나는 보통사람에게 조금 인지도를 가진 배우이자 조그마한 영화사 사장이고, 투표권을 가진 시민입니다. 개인의 영달이나 생계를 접고 진짜 애쓰고 사회운동하는 분들에게 제가 부끄럽죠."
- 그러나 명계남이 원래 이런 일을 했던 사람이 아니고, 지금 나이면 상당히 보수적인 성격이 되어있을 텐데, 그렇게 되지 않았다는 거죠. 특별한 계기가 있었냐는 거예요.
"예전에는 나도 무관심한 축이었고, '그냥 잘 아는 놈들끼리 해' 이런 생각을 했던 사람인데, 정치시스템이 사회 모든 분야에 영향을 준다는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큰 발전이었죠. 예를 들어 요즘 어디나 투표 안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미국에서 부시가 아니라 고어가 대통령이 됐다면 '이라크 사태'와 같은 일이 있었겠는가? 조금만 관심 있으면 다 아는 내용이잖아요?
그런데, 어쩌면 누가 리더가 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언론 문제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우리나라도 상당히 민주화가 됐다. 예전처럼 박정희나 전두환이 나라를 마음대로 못한다, 국회의장이 국회를 마음대로 못하고, 대학재단 이사장이 대학을 마음대로 못하고...
우리는 절대권력이 당연한 세상에 살아왔거든요. 그러나 절대권력이 붕괴되고 있는데, <조선일보>로 대표되는 일부 주류언론이 권력으로 남아있는 거예요. 권력이 되어가고, 그것을 유지하고자 할 때, 언론 본연의 기능을 못하고 상당한 부작용을 일으키는 게 아니냐? 이런 걸 느끼게 됐죠."
- 공직 진출이나 정계 입문은 안 한다고 했는데, 정말 할 일 없어지면 그런 것도 하는 게 아니냐?
"할 일 없어서 하는 게 정치일 수는 없죠. 이왕 하면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할 텐데, 저는 정치에 자질이 없다고 보죠."
- 시사평론가 유시민씨도 처음에는 평론만 하다가 결국 정당 만들고, 지금 국회의원까지 하잖습니까? 지금 정치개혁 운동하는 명계남도 결국 그런 길을 가는 게 아닌가 하는 시각들이 있습니다.
"광의로 보면 저는 지금 정치를 하고 있죠. 하지만, 저는 정당활동 전까지만 할겁니다. 내가 배우라서 유명해서 그렇지, 노사모나 국민의힘 회원들 중에는 저보다 더 열심히 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 '희망돼지 사업'과 관련된 선거법 위반 기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동안 죽 여러 번 조사 받았어요. 실정법 위반이라고 하니 예상은 했죠. 검찰이 몰아서 발표한 것 뿐이예요."
- 제작자로서 앞으로 만들고 싶은 영화는? "반민특위 영화를 꼭 만들고 싶다"고 했는데 아직 유효한가?
"그런 영화만이 아니라 4.3, 5.18을 본격적으로 다룬 영화, 정치드라마, 언론으로 인해 고통받은 사람들의 얘기도 영화로 만들고 싶죠. JSA같은 영화도 쉽게 만들어지고 표현의 자유가 확보됐으니까.
재미있는 코미디 영화 만들어서 돈도 벌고 싶지만, 그런 영화 만드는 사람은 더 많으니까 남들이 안 하는 것 만들고 싶죠. 계속 손해만 볼 수도 없고,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는 작품을 만들어야죠. 2∼3년내에 로또 대박같은 영화 한 편 만들어야죠."
- 96년 영화사를 처음 세웠는데, 공교롭게도 전부 이창동 장관의 영화만 만들었어요.
"이제까지 3개 만들었는데, 이창동은 영화 하나 나오는데 2∼3년이 걸려요. 이창동 영화만 만들 수도 없는데, 방은진이라는 여배우가 감독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2년 전부터 준비는 하고 있었어요. 지금 펀딩과 캐스팅을 하고 있는 중이지만, 요즘 스타 배우들 만나기도 힘들고... 원래 이 감독과 오는 9월중에 제작에 들어가려고 했었는데, 이 감독이 장관이 돼버렸으니..."
- 이창동 감독은 어떻게 장관이 된 겁니까?
"인수위 시절에 추천을 받고 그랬잖아요? 이 장관이 여러 군데에서 추천을 받았는데, 내가 듣기로 민족문학작가회의에서 제일 먼저 추천이 되고 그래서 순위에 들어가기 시작했죠. 저야 반대하고, 이 감독도 고사했지만 결국 그가 됐죠."
- 반대하셨다구요?
"아, 반대했죠. 이 장관은 영화해야죠. 그러나 문화인 중에서 그만큼 잘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은 했지만, 저는 반대했어요. 그렇다고 강력히 말린 것은 아니고..."
- 근래에 이 장관을 만난 적이 있습니까?
"장관되고 나서 두 번 정도 봤죠. 고생하고 있어요. 언론들의 입장에서 홍보방침이 이창동을 공격하는 호재가 아니었나요? 한나라당 이윤성 의원이 국회 상임위에서 이 장관을 보고 '영화 같은 소리 말라. 영화감독이 언론부분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기자들 보기에는 빵점'이라고 말했을 때, 젊은 영화인들이 발끈해서 혼내려고 그랬는데, 내가 말렸어요."
- 예전에 카피라이터도 해보셨다는데, 만약 본인이 29일자 <한겨레>에 실린 '노무현 인터뷰' 제목을 뽑았다면 어떻게 했을까요?( <한겨레> 제목은 "대화, 타협 통해 갈등해소"이었다. 기자는 '대통령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드러냈지만, 좀 심심하다'고 평가했다.)
"고민한 흔적은 보이는데... 내용상으로 보면 포인트가 그거죠. 최근 갈등 사건이 많았는데, 대통령의 생각은 무엇일까? 대화와 타협 통해 해결하겠다... 요즘 세상의 화두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을 제대로 잡아낸 게 아닌가? 심심하게 느꼈다면 굉장히 센세이셔널한 기자가 아니냐는 생각이 드네."
명씨는 "내가 오늘 무슨 미디어비평가 같다"며 '<한겨레> 같은 진보언론조차 둔감해 있는 대통령의 변화'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
"인터뷰중에 대통령이 서민가계 금융붕괴를 막기 위해 '가계신보제도' 아이디어를 내는데, 경제팀으로부터 거부당했다. 그런데 대통령이 다시 생각해보니 문제없을 것 같아 이걸 다시 제안하고 싶은데, 자칫 잘못하면 엉뚱한 방향으로 갈 수 있어 조심스러워한다는 내용이 나와요.
옛날 대통령이 이런 식으로 일한 것을 본 적이 있나? 이건 정말 무지막지한 변화죠. 역대 어느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이런 식으로 대했습니까? <조선> 같으면 이런 사실을 알면 '대통령이 아마추어적인 아이디어를 냈다가 경제팀으로부터 거부당했다. 그럼에도 다시 연구하겠다는 것은 대통령의 고집이다' 이런 식으로 보도했을 거예요. 반대로, <한겨레> 같은 매체는 이걸 당연한 것으로 알아요."
이 대목에서 그는 "하여간 <오마이뉴스> 제목 어떻게 나오는지, 독자의견들은 어떻게 붙는 지 한 번 보겠어요. 물론, 그 내용을 하나도 읽어보지 않겠지만..."라고 말했다.
"지난 2월 <오마이뉴스>에 내 인터뷰가 실렸는데, 독자의견란에 올라온 찬반비율이 그때와 어떻게 다른지는 확인해볼 생각이에요. 왜냐하면, 지금 개혁적인 목소리를 내던 네티즌들이 많이 쉬고 있고 죽어있고 피곤해 있거든요. 반대로, 의도적인, 귀담아 들을 필요없는 글들이 사이버 상에서 판을 치고 있어요. 6∼7개월 전과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들었어요.
언론계의 어느 분이 그러더군요. 지금 온라인 공간에서 보수 대 개혁세력의 의견이 8 대 2로 보수가 훨씬 많아졌다고... 대선 당시 상황에서 역전이 된 거예요. 그게 이해가 가요. 이제 됐으니 잘하게 됐으니 하고 물러난 사람들도 있어요.
그런데, 반대로 저쪽 사람들은 이제 인터넷의 중요성을 알고 이 힘을 이용하려고 해요. 상실감을 잊고 젊은 세력들도 규합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쪽에선 맥을 놓고 있어서는 안되죠.
하여간 개혁세력은 이완되어 있는 반면, 수구세력들은 뭔가 하려고 한다. 예전에는 인터넷 매체의 중요성을 무시했다가 지금은 가치를 인정하는 것 같아요. 보수언론들도 컨텐츠를 다양화시키고 확대하고 젊은 층을 겨냥해서 굉장히 발빠르게 움직이지 않습니까? 정신들 차려야 합니다."
- 국민의힘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그동안 시민단체가 정치적 중립성을 띄어야 한다는 것 때문에 직접적인 표현과 액션이 적었는데, 참여를 통해 개혁시키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게 모인 사람들의 취지예요."
- 단체 명칭으로 '국민'을 쓰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시인 노혜경씨는 너무 전투적인 것이 아닌가라고 문제 제기를 했는데, '국민의눈'이라는 얘기도 나왔고.... 국민대학도 있고, 국민은행도 있는데, 왜 우리만 가지고.... 그러는지?"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