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계남 이스트필름 대표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가졌다.오마이뉴스 권우성
약속이 지켜질 지는 모르지만, 명계남(50)씨는 "다시는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안하겠다"는 조건으로 5월 29일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지금 하는 작품이 있든 없든 배우는 배우'라고 말하지만, 지난 대선을 전후해 사람들은 그를 '배우'라기보다는 '사회운동가'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스스로가 감수하고자 했던 것이지만, 그에게는 '노무현 팬클럽 회장'이라는 이미지가 깊게 드리워 있다. 지난 2월 자신이 출연한 연극 '늘근 도둑 이야기' 홍보를 위해 기자들을 만났을 때도 명계남에게는 주로 '정계입문-공직진출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이때 그는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로또 복권 당첨되면 성형수술이라도 하고 싶다"는 얘기를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정치개혁과 언론개혁을 위한 새로운 시민운동 단체 '생활정치네트워크 국민의 힘'에 가입했다. "언론을 개혁하는 것이 한 나라의 리더를 바꾸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소신을 가진 그로부터 출범 100일(6월 4일)을 맞는 노무현 정부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그는 온라인상의 달라진 분위기를 언급하며 "개혁세력은 이완되어 있는 반면, 수구세력들은 뭔가 하려고 한다"고 진보성향의 네티즌들에게 뼈있는 말을 던지기도. 다음은 2시간20분동안 계속된 인터뷰 전문.
- 노 대통령을 처음 만난 것은 언제입니까?
"2000년 4.13 총선 3일 전에 부산에 내려갔을 때 만났죠. 저는 연예인이기 때문에 지원요청이 많이 들어왔어요. 여러 군데 하지 말고 내 마음이 동하는 몇 군데를 하려고 했는데, 개혁성향 후보가 있는 세 곳(광주 광산의 나병식, 강원도 원주의 이창복, 부산의 노무현)이 배정됐어요."
- 노 대통령이 총선에서 낙선한 후에도 노사모 회장도 맡고 그렇게 열성적인 매니아가 된 이유는?
"5공 청문회때부터 피상적으로 알던 모습과 실제 모습을 보며 '된 정치인'이라는 확신을 하게 됐죠. 국회의원 정도는 당선되리라고 생각했는데, 떨어지고 나니 황당했죠. 정치개혁의 당위성과 국민들의 정치의식 사이에 괴리가 이렇게도 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는 그것이 개인의 좌절이라고 봤지만, 국가적 좌절이라고 보지는 않았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떨어진 게 국가적으로는 잘됐죠.
'역시 우리나라 사람들 안돼' 이런 생각하고 있었는데, 며칠 있다가 오프라인 신문을 보니 네티즌들의 격려글이 막 올라온다는 거예요. 나는 그때 인터넷도 몰랐어요. 독수리 타법으로 인터넷에 들어가보니까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는 네티즌들이 너무나 많은 거예요. 그때부터 노사모에 참여하게 됐죠. 노사모 회장을 2년 역임했어요."
- 지금은 컴퓨터 잘 하십니까?
"뭐, 그냥 좀 할 건 다 합니다."
-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떨어지는 등 일부 지지층 이탈이 감지되는데...
"80년대 민주화의 열정을 가졌던 사람들이 6.10 항쟁 이후 모처럼 '노무현 코드'로 뭉쳐서 대통령을 만들었는데, 그들도 노무현이 대통령 될 것이라는 거 생각이나 했어요? 이회창씨 지지했던 사람들은 속이 터졌겠죠. 4년 10개월 이기다가 막판 몇 개월에서 주저앉아버렸으니...
그러나 지지도 수치에 너무 연연하지 않았으면 해요. 대선 때 정몽준 후보 지지율이 얼마나 올라갔어요? 한때 크게 올라갔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국민들이 제대로 판단해 주셨잖아요?"
- "노무현이 변했다" "노무현에게 문제가 있다"는 시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먼저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문제가 있다'는 얘기가 언론을 통해서 먼저 나온 게 아닌가? 사람들은 화물연대 파업이나 NEIS 협상, 부시 대통령과의 만남... 이런 것을 직접 보지는 않았는데, 언론을 통해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일단 접하죠. 그 언론이 바르게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 지금과 같은 평가가 나오는 과정에서 대통령의 실수는 없었을까요? 대통령의 실수를 보도한 언론이 문제일까요?
"대통령이 무슨 실수를 했죠? 저는 잘 모르니 얘기를 해주세요."
- 방미외교에 대해서도 '정치범수용소' 발언 등 몇몇 표현은 너무 앞질러 나간 말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글쎄요, 나는 그게 북한을 자극할 수도 있다는 것까지는 동의하지 않구요. 그게 그렇게 큰 잘못이 되는 말입니까? 엊그제 <한겨레> 인터뷰에도 '주거니 받거니 칭찬했는데 조금 오버했다'고 나오잖아요. 편하게 얘기하다가 조금 튀는 발언이 나온 게 아닌가?"
그는 "대통령의 말이 가볍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그런 시각들에 문제가 있다"면서 본격적으로 말문을 열었다.
"그럼 대통령이 비서진들이 써준 원고대로만 말해야 합니까? '동북아의 안정을 위해 양국은 긴밀한...' 이렇게 얘기했다고 언론에 나오면 의연하고 멋있는 대통령이 됩니까? 그러면서도 언론은 튀는 표현들만 골라 쓰면서 '대통령이 어떻게 이런 말을 해?'라고 시비를 걸어요. 그런 표현 하나하나가 대통령이 정말 하려는 일과 무슨 관계가 있어요? 후보 시절에는 편하게 얘기해도 '권위주의적이지않다. 예전 대통령들과 다르다' 이런 면을 좋아했잖아요? 그래서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었잖아요?"
- 예전 지지층들 중에도 지금은 대통령에게 무게를 바라는 사람이 많지 않나요?
"다른 사람은 모르지만, 저는 아닙니다. 무슨 무게요? 우리랑 같은 사람이고, 그냥 대한민국의 대표 일꾼이예요. 그러나 우리는, 진보개혁세력마저도 타성에 젖어있는 거죠. 진보세력들이 대통령의 권능에 지나친 기대를 걸고 있어요.
반대로, 우리 사회를 주도해온 수구보수세력들, 상실감에 젖어있는 이들은 권위적인 대통령이 진정한 대통령인양 착각을 하고 있죠. 세상은 노무현이 대통령 된 시점에서 크게 바뀌고 있는데, 사람들은 여전히 예전의 틀 안에서 변화를 갈망하고 있는 겁니다."
명계남은 이 대목에서 더 나아가 노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는 바탕에 그를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불쾌감이 자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