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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해설] 연희동과 '인연있는' 장인 둔 신우진 판사의 고뇌

등록 2003.06.03 15:27수정 2003.06.06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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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의 1891억원 미납 추징금 환수를 위한 재산명시심리는 '가족재산공개'라는 새로운 국면에 처해, 이달말 그 최종심리를 앞두고 있다. 이에 담당 판사인 서부지원의 신우진(30) 판사와 전두환씨의 고문변호사인 이양우(72) 변호사간에 치열한 법적 공방이 예상된다.

a 지난 4월 23일 재산명시심리를 위해 서부지원에 출두한 전두환씨와 이양우 고문변호사.

지난 4월 23일 재산명시심리를 위해 서부지원에 출두한 전두환씨와 이양우 고문변호사. ⓒ 오마이뉴스 권우성

신우진 판사는 지난 4월 23일 "가진 돈 29만원이 전부"라는 전씨에 대해 재산의 은닉 가능성을 제기하며 "4촌 이내 친인척, 배우자 및 직계비속의 재산내역. 가격. 취득시기. 취득원인 등 재산관계를 보정해 제출하라"는 명령을 내렸고, 이에 5월 26일 공판이 열렸으나 전씨측의 연기요청으로 이달 23일로 다시 미뤄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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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금재산은 30만원이 전부라면서 뭔돈으로 해외여행·골프 즐기나?"

전씨의 변호인측은 심리연기를 신청하며 "재산목록을 보완하라는 명령이행 과정에 애로가 많다"며 그 이유를 막연하게 설명하고 말았는데, 사실 이는 재판부가 내린 보정명령에 법률적 근거가 없음을 밝히는데 시간을 벌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따라서 23일 심리는 전씨일가의 재산이 전면 공개된다기 보다 가족재산 공개가 타당한지 여부를 두고 신우진 판사와 전씨 변호인단의 서로 다른 입장이 맞설 공산이 크다. 이미 이양우 변호사는 "공직자윤리법, 금융실명법, 강제집행법 등을 검토해 보정명령의 법률상 문제에 대해 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씨측, '법관기피신청' 준비하기도

신우진 판사가 보정명령을 내린 근거에 대해 서부지원측은 민사집행규칙 28조 4항의 "법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재산목록에 적은 사항에 관한 참고자료의 제출을 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가족의 재산목록을 기재하는 것은 참고자료의 범위 안에 든다"고 설명한다.

이에 대해 이양우 변호사측은 "가족재산은 제출된 재산목록에 적은 사항이 아니므로 참고자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또한 "제 3자인 가족이 채무자의 재산명시신청 사건에 자신의 재산목록을 제출하는 것을 동의할 리 없으며 채무자가 이를 강제할 방법도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양우 변호사는 법관기피신청(공정한 재판을 기대할 수 없을 때 판사를 바꿔달라는 요청)을 준비하기도 했다. 그 신청서에는 "판사 신우진은 채무자에 대한 잘못된 편견과 예단을 가지고 이로 인하여 적법절차를 위배하였으므로 앞으로 공정한 재판을 기대할 수 없다"고 적혀 있다.

"판사 신우진은 채무자에 대해 언론보도 등을 보고 형성된 그릇된 편견과 예단을 가지고 재판에 임하고 있음이 명백합니다. 이는 재산명시기일에서 보여준 소송진행과정에서 쉽게 짐작할 수 있는 것으로서 단순히 채무자가 느끼는 주관적인 불안감의 수준을 넘는 것이며 채무자의 이러한 우려는 판사 신우진이 법적 근거도 없는 참고자료의 제출을 명령하고 채무자가 요청하는 선서를 거부하는 적법절차 위배로 현실화되어 나타나고 있으며 채무자에게 부당한 보정명령을 하면서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감치처분을 하겠다고 위협을 하고 선서를 거부함으로써 채무자로 하여금 계속하여 법원에 출석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등의 인권을 침해하는 소송 진행을 하고 있는 데서도 여실히 증명된다 할 것입니다."


위의 법관기피신청서에 따르면 "법관을 바꿔달라"는 이양우 변호사의 이유는 채무자 전두환씨의 인권침해였다. 특히 이 변호사는 신 판사가 공판 과정에서 전씨측이 8억원 이상의 재산목록을 제출했음에도 30만원의 예금 채권에 한해서만 부각시켜 말해 비난여론을 이끌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상자 기사 참고>

따라서 이양우 변호사는 "(신우진 판사가) 채무의 연좌제를 적용하고 있다"며 '법치주의'를 역설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씨측 도리어 '법치' 주장하고 있는 상황

a 다음 카페에 개설된 '신사모'(신우진판사사랑모임) 첫 화면.

다음 카페에 개설된 '신사모'(신우진판사사랑모임) 첫 화면.

신우진 판사의 이번 심리에 문제가 있다면 '관행'을 벗어났다는 데 있다. 재산이 있으면서도 빚을 갚지 않는 채무자의 재산목록을 공개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하는 제도인 재산명시신청은 통상 채무자가 재산목록을 제출하면 그 진실성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선서를 받고 끝나는 게 일반적이다. 따라서 그 심리 시간은 1분이 채 안 걸린다.

하지만 신 판사가 이번 심리를 '제대로' 진행한 것은 '공익성'을 감안한 조치였다. 개인간의 다툼에서 비롯된 여느 사건들과 달리 형사사건에서 이미 확정된 채무이고, 또 채권자가 국가인 전직 대통령의 추징금이라는 점에서 공익성이 큰 사건이었다. 따라서 재산명시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더욱이 법원이 받아낼 전씨의 재산목록이 사후 검찰 수사의 단서가 되기 때문에 그 중요성 더욱 크다 할 수 있다. "무슨 돈으로 골프 치고 여행 다니느냐", "왜 가족이나 측근들이 추징금은 안 갚아주냐"는 등의 질문도 그런 차원에서 법원의 직권이 발휘된 경우였다.

이양우 변호사가 "40년 변호사 생활에 이런 재판은 처음"이라고 말할 정도로 전씨측으로서는 신우진 판사가 부담스럽다.

지난 5월 23일 공판을 앞두고 전씨측이 '법관기피신청'과 '연기신청'을 두고 고심하다가 결국 연기신청이라는 소극적 대처를 택한 것도 이를 방증한다. 법관기피를 신청했다가 여론을 더 자극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인터넷에는 '신우진 판사 사랑모임(cafe.daum.net/shinpresident)', '전두환 추징금 받아내기 운동(cafe.daum.net/ChunDooHwan)'이 개설되는 등 신 판사는 확실한 우군으로 여론을 업고 있는 상황이다.

신 판사 장인 '연희동측'과 인연 깊어

신 판사가 갖는 부담 역시 크다. 전두환씨측에서 가족재산에 대한 목록을 제출하지 않을 때 이를 강제할 마땅한 수단이 없다. '감치 20일'이라는 방법이 있지만 이는 명시기일에 출석하지 않거나 재산목록의 제출을 거부하거나 선서를 거부했을 때 가능한데 과연 참고자료로 명한 가족재산에 대해서도 같은 적용이 될지는 미지수다.

거짓목록을 작성한 때는 3년 이하의 징역, 5백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지만 그것은 검찰이 허위사실을 밝혀내는가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때문에 전두환씨측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것도 감치처분인데 과연 신 판사가 재판장의 직권으로 경찰서 유치장에 전직 대통령을 수감시킬지 여부에 여론은 주목하고 있다.

a 신우진 판사의 장인인 장영철씨는 5,6공 때 관세청장과 노동부장관을 지냈고 특히 전두환씨의 처남 이창석씨와의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진 판사의 장인인 장영철씨는 5,6공 때 관세청장과 노동부장관을 지냈고 특히 전두환씨의 처남 이창석씨와의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최근 신우진 판사의 장인이 5, 6공 시절 관세청장과 노동부장관, 국회의원 등을 지낸 장영철씨이고, 또 그가 전씨의 처남 이창석씨와의 두터운 친분으로 연희동과 인연을 맺고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신 판사에겐 정치적 부담까지 안겨진 상태다.

한편 전두환씨측은 재산명시제도와 신우진 판사라는 뜻하지 않은 '복병'을 앞에 두고 법률팀을 강화, 법적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사건을 위해 2명의 변호사(정주교, 이문호 변호사)를 더 선임했으며, 국내 대표적인 로펌인 "신&김"(세종합동법률사무소)을 섭외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양우 변호사가 연기신청이 받아들여지고 난 뒤 법정 밖에서 "최근 골프장 기념식수, 해외여행을 비롯해 전두환 전 대통령과 그 가족들의 재산을 둘러싼 여러 의혹에 대해 다음 번 심리에서 모두 밝히겠다"고 말한 것은 새로 꾸려진 변호인단에 대한 일단의 자신감이었다.

과연 23일 재산명시심리가 전두환씨의 구겨진 '명예'가 회복될 선전장으로 활용될지, 아니면 검찰 수사에 단서가 될만한 전씨 일가 재산이 밝혀질지 여론은 주목하고 있다.

"전씨 가진 재산 30만원 더 된다"
8백만원 상당의 피아노 등 총 8억원 상당

▲ 최근 강제처분이 결정된 전두환씨 명의의 연희동 별채.
ⓒ오마이뉴스 남소연

지난 5월 26일 공판이 끝난 뒤, 전두환씨의 변호인단은 30만원이 전씨 재산의 전부라고 보도된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30만원이란 액수는 예금 및 채권에 한해 명시된 재산일 뿐인데, 지난번 심리에서 판사의 "예금 채권이 30만원으로 기재되어 있고 보유현금은 하나도 없다고 되어 있는데 이것이 전부입니까"라는 질문을 두고 언론이 '전재산 30만원'으로 왜곡 보도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검찰과 법원에 제출한 전씨 명의의 재산은 총 8억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이는 전씨가 소유하고 있는 주전자, 대접 등 주방용품부터 도자기, 그림, 병풍 등의 장식품, 그리고 각종 가구 및 전자제품 등이 모두 현금으로 환산된 액수다.

전씨가 제출한 재산목록에 따르면 가장 고가의 재산은 피아노로 8백여만원 상당이고, 그 다음은 61인치 텔레비전으로 430여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1백만원 상당의 순은금부치의 주발대접과 50만원짜리 순은 주전자도 포함되어 있다. / 박형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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