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안전' 사수 위한 지하철노조 결의대회

부산. 인천 지하철노조 참석, 빗속 결의대회 진행

등록 2003.06.12 11:04수정 2003.06.15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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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대구지하철노조의 결의대회 광경

대구지하철노조의 결의대회 광경 ⓒ 김용한

"정부와 대구시는 시민들의 기억 속에서 참사가 잊혀지기를 기다리고만 있을 뿐, 안전대책 마련은 고사하고 각종 사회단체와 노동조합에서 주장하는 안전대책도 묵살하고 있습니다. 안전한 지하철 만들기는 더 이상 미루어둘 수 없는 절박한 과제입니다. 지금 이대로라면 언제든 제2의, 제3의 대형참사가 일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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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일전 그날 잊을 수 없습니다"

a '시민안전확보'를 외치는 이원준 위원장

'시민안전확보'를 외치는 이원준 위원장 ⓒ 김용한

지난 11일 국채보상공원 앞에서는 지하철 3개 노조 파업을 목전에 두고 있는 대구지하철노동조합(이원준 위원장)의 노동자 결의대회가 열렸다.

대회는 사회본부노조 부산본부 몸짓패의 공연을 시작으로 결의대회의 시작을 알렸고, 개회선언, 대회사, 공공연맹 위원장의 격려사, 박준 민중가수와 좋은친구들의 노래공연, 연대사, 결의의식, 결의문 낭독 등의 순으로 이어졌다.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원준 위원장은 "참사가 일어난 지 4달이 되어가고 있지만 정부, 대구시, 지하철공사 어느 곳에서도 근본적인 시민대책은 나오지 않고, 서로 예산타령이나 책임 떠넘기기만 일삼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제 지하철 노동자들이 나서서 대구참사에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노동자들이 시민들의 안전과 근본적인 안전 대책을 마련을 위해서 투쟁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하였다.

a "시민안전 보장하라"

"시민안전 보장하라" ⓒ 김용한

또 그는 "비록 이 과정에서 짧게나마 시민 여러분들에게 불편을 끼치더라도 기나긴 시간의 시민안전을 위해서라면 시민들이 이해해주시리라 생각한다"고 양해를 구하면서 "24일까지 정부와 대구시의 성의 있는 답변을 기다리겠다. 만약 성의 있는 답변이 주어지지 않을 시에는 총파업을 통해 시민의 안전을 지켜나가겠다"며 파업 결행의 의지를 다졌다.

이날 행사에는 인천, 부산 지하철노조 노동자들과 쟁의투표 과정에서 파업 부결로 결정된 서울도시지하철노조 간부들도 대회에 참석하여 눈길을 끌었다.

연대사에 나선 윤석기 위원장(희생자대책위)은 "지하철노동자들도 같은 줄 알았는데 이제서 여러분들의 고충과 마음을 이해할 것 같다"고 하면서 "안전한 지하철, 안전대구를 만들어 가는데 우리도 마음을 함께 모아가며 여러분들의 투쟁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인다"고 하였다.


a 결의에 찬 노동자들

결의에 찬 노동자들 ⓒ 김용한

대구와 같이 결의대회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대구 행사에 참가했다는 정재훈씨(부산지하철노조)는 "대구참사 이후 부산도 안전에 대한 심각성과 위협을 느끼고 있으나 바뀐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 개탄스러운 일이다"고 말하면서 "기본적인 안전요원의 배치, 각종 외주로 인한 인적용역으로 책임 있는 정책이나 임무가 소홀해지는 경향이 우려되고, 안전시설의 미흡으로 시민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하였다.

김성기 정책기획실장(대구지하철노조)도 "다소간 시민들이 불편을 겪을 수 있지만, 우리의 싸움은 임금투쟁이 아닌 시민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우리의 최소한의 요구일 뿐이다"고 강조하였다.


대구지하철노조는 "대구 참사이후 시민. 사회단체가 지적한 안전에 대한 개선요구와 문제점들이 하나도 개선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안전방재시설의 미흡', '1인 승무제로 인한 노동악화(2인승무제 요구)', '지하철내장재의 문제점' 등을 꼬집었다.

a 시민에게 보내는 글을 읽는 광경

시민에게 보내는 글을 읽는 광경 ⓒ 김용한

대구시는 문서상 합의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희생자 대책위와 추모공원 조성을 놓고 설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고, 코앞에 닥친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앞두고 갈길 바쁜 대구시는 갑갑하기만 할 것이다. 100여일 지나도록 아무런 안전 보장 없이 헛된 죽음으로 끝날 것을 두려워하는 유족들이나 시민대책위는 '제2의 대구참사'를 막아내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다.

가장 쟁점이 되고 있는 추모공원은 일부 지역 주민들은 반발로 인해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여전히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이제는 그만해라", "유족들이 지나친 것이 아니냐"는 식의 눈총으로 일관하고, 희생자 대책위나 시민대책위는 '안전한 지하철', '생명대구', '안전대구'를 수없이 하늘을 향해 목놓아 울부짖는다.

대다수의 시민들은 "국제적인 행사를 앞두고 버스 파업에 이어 일반 대중의 발인 지하철까지 파업까지 하면 시민들은 어떻게 살아가란 말인가?"라고 되묻고 싶을 것이다.

a 연대사에 나선 윤석기 위원장

연대사에 나선 윤석기 위원장 ⓒ 김용한

시민들의 우려와 걱정 속에서도 시민의 안전대책을 위해 지하철노조원들이 벌이는 파업의 정당성이 시민들에게 이해되고 호응이 되는지는 주목할 만한 일이다.

결의대회가 있는 한쪽 편에서는 한국과 아르헨티나 축구경기를 보기 위한 인파들로 국채보상공원이 북적이고 있는 모습이 대조적이었다. 한쪽에서는 '파업을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한쪽에서는 '축구를 본다'고 열광을 한다.

시민들은 과연 '안전한 지하철'을 꿈꾸고 있는지조차 의문이 갈 정도로 지하철 노동자들의 결의대회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 같다.

반면, 지하철노조원들은 화재참사 이후 시민들의 쏟아지는 비난의 화살과 눈총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맡은 바 소임을 다했지만 밑에 있는 사람만 희생을 당하고, 위에 있는 책임자들은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 것에 분개를 한다.

a 축구 구경나온 시민들

축구 구경나온 시민들 ⓒ 김용한

그들은 "시민의 안전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 거리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파업 초읽기에 들어갔다.

대구지하철노조원들은 다른 지역과는 달리 5대 요구안 관철을 위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안전인력 충원, 안전방재시설의 확충, 2인승무제 실시, 무능한 간부퇴진, 시민안전 우선 경영체제 확립"을 요구하며 정부의 시민안전 대책마련을 촉구하며 빗속 결의대회는 강행되었다. 24일 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지하철 노조의 파업으로 대구는 또 다시 한바탕 진통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도 그들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묻는다. "시민 여러분!. 지금 안심하고 지하철을 이용하고 계십니까?"라고 말이다.

a 파업결의를 다지는 지도부

파업결의를 다지는 지도부 ⓒ 김용한


a 몸짓패 공연광경

몸짓패 공연광경 ⓒ 김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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