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망에 담아온 산사이야기(2) 법주사

2만 1300돈중 황금 옷을 입은 미륵부처님

등록 2003.06.13 07:19수정 2003.06.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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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지난 2002년 6월 7일 부처님의 가르침이 머무는 곳이라고 하는 법주사에서는 그야말로 야단법석이 있었다.

지난 2002년 6월 7일 부처님의 가르침이 머무는 곳이라고 하는 법주사에서는 그야말로 야단법석이 있었다. ⓒ 임윤수

꼬불꼬불한 말티재, 차 위로 차가 지나가도록 굽어지고 휘어져 있어 차멀미를 하기 십상인 도로를 따라 말티재를 넘으면 멀지 않은 곳에 속리산 법주사가 있다.

그런 속리산 법주사엘 가면 높이가 33m나 되는 황금 미륵불을 볼 수 있다. 이 미륵대불에 입힌 황금의 무게가 2만 1300돈중으로 공사비가 무려 12억원이나 소요되었다고 한다.


볼거리를 조금 지나 그 웅장한 대불에 어떻게 개금을 하였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1년 이상을 관심 있게 지켜보며 모아온 사진과 함께 그 궁금증의 답을 여성들 화장에서 얻었다. 법주사를 들르게 되었을 때 황금 미륵불을 보고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갑자기 누군가가 곱게 화장을 한 여성이나 남성에게 "화장을 왜 하느냐?"고 묻는다면 그들은 뭐라고 답을 할까 참 궁금하다. 십중팔구는 "예쁘게 보이기 위해서 = decorative function"라고 쉽게 답할 것이다. 이어서, "그리고 또?"하고 묻는다면 뭐라고 할까?

a 비바람 맞으며 10여 년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불심을 심어주던 청동미륵불상이 많이 녹슬어 있다.

비바람 맞으며 10여 년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불심을 심어주던 청동미륵불상이 많이 녹슬어 있다. ⓒ 임윤수

1년이 조금 넘은 2002년 6월 7일 속리산 법주사에서는 미륵대불 개금불사 회향식이 있었다. 말 그대로 야단법석이 있었던 날이다. 개금불사는 말 그대로 청동으로 된 미륵대불에 금을 입히는 대불사였다.

법주사 청동미륵대불은 그 규모가 한꺼번에 주조를 하지 못하고 분할주조법을 이용하여야 했을 정도로 높이가 33m나 되어 산더미처럼 웅장하다.

그렇게 웅장한 대불에 금박을 입히는 어마어마한 공사가 1년이 넘게 진행되다 드디어 끝을 맺게 되는 경사스런 날이었다.


법주사 청동미륵대불 개금불사는 일반적으로 실내에 모셔지는 부처님들의 개금불사와는 달리 전해질 수용액 속에서 이루어지는 "습식도금"이라고 하는 공법에 의하여 이루어 졌다.

법주사 미륵대불이 이렇게 실내에 모셔진 부처님들과는 달리 특수한 공법으로 개금이 된 것은, 아무래도 미륵대불은 사시사철 실외에 계셔야 하다보니 실내에 모셔진 부처님들보다는 비, 바람, 직사광선, 우박, 심한 일기오차 등에 직접 노출되는 혹독한 조건에 견뎌야 하기 때문이다.


a 개금을 시작한지 반년쯤 지났을 때 미륵부처님은 상반신에 금옷을 입으셨다.

개금을 시작한지 반년쯤 지났을 때 미륵부처님은 상반신에 금옷을 입으셨다. ⓒ 임윤수

전부가 그런지는 모르지만 실내 부처님들의 개금은 아말감법이라고 하는 공법이나 옻에 금분을 넣어 붓으로 칠하거나(金泥技法) 엷은 금박을 입히는 방법 등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실외에 노출될 경우 쉽게 벗겨지거나 손상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전기도금은 그렇지 않다. 쉽게 벗겨지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쉽게 손상되지도 않는다.

도금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용기에 도금액을 가득 채우고 그 안에 도금을 하고자 하는 물체를 담그고 여기에 전기를 통해 주면 전기화학적인 반응에 의하여 제품의 표면에 도금막이 형성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법주사 미륵대불도 커다란 용기에 금 도금액을 채우고 그 안에 미륵대불을 넣어서 도금을 하였단 말인가? 그렇게 하려면 미륵대불 보다 훨씬 큰 용기가 있어야 하고, 그 용기를 가득 채울 금 도금액이 준비되었어야 한다.

모르긴 몰라도 그렇게 커다란 용기에 가득 채울 금 도금액을 만들려면 도금액의 제조에 소용될 시약이 족히 수십억에서 수백억원어치는 필요하였을 거다

그런데 미륵부처님에 대한 개금불사 기간동안 법주사를 찾았던 어느 사람도 미륵부처님이 커다란 용기에 들어가신 것을 보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그렇게 큰 용기가 준비되어 있는 것조차 구경을 한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럼 도대체 법주사 미륵부처님은 어떻게 개금을 하였을까?

a 개금을 시작한지 1년쯤이 되었을 때 미륵부처님은 거의 금 옷을 입을 수 있게 되었다.

개금을 시작한지 1년쯤이 되었을 때 미륵부처님은 거의 금 옷을 입을 수 있게 되었다. ⓒ 임윤수

여기서 기자는 또 하나 묻고 싶다. "당신이 화장을 하였다면 어떤 절차를 따라서 화장을 하였는지 기억하느냐"고.

일반적으로 화장을 하는 순서는 이럴 것이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게 되면 세수를 한다. 대개의 사람들이 세수를 할 때는 그냥 물에 얼굴만을 담그고 있는 것이 아니라 물을 끼얹으면서 손으로 얼굴을 문지른다.

이 행동은 그냥 물에 얼굴만을 담그고 있어서는 얼굴에 묻어있는 눈곱이나 침 자국 그리고 밤새 배어 나온 유지분(기름기)들이 잘 지위지지 않거나 그 것들을 제거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기계적인 운동을 가하여 이런 것들을 빨리 제거하고자 하는 본능적 행동이다.

우리는 손으로 얼굴을 문지르는 것만 아니라 비누라는 것도 사용한다.
비누를 사용하는 이유 또한 비누의 검화작용(화학적 분해능)을 이용하여 얼굴에 있는 이물질을 보다 빨리 그리고 보다 깨끗하게 제거하기 위한 행동이다.

이렇게 세수가 끝나면 이어서 클렌징이다 뭐다 해서 몇몇 과정을 더 거쳐 기초화장을 하게 된다.

a 개금이 다 끝난 미륵부처님이 산뜻한 금색으로 그 모습을 나타내었다.

개금이 다 끝난 미륵부처님이 산뜻한 금색으로 그 모습을 나타내었다. ⓒ 임윤수

얼굴에 유난히 잡티가 많거나 모공이 큰 사람은 이런 저런 방법으로 잡티를 가리고 모공을 메꾸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하여튼 이런 저런 과정을 포함하여 기초 화장을 하게 되는 이유는 한 마디로 본 화장이 잘되게 하기 위해서 이다. (화장을 잘 받게 하기 위해서.)

본 화장을 할 때는 목적과 용도에 따라서 달라진다. 화장의 목적이 일상적인 화장이냐 아니면 외출을 목적으로 하는 것인지, 더 나아가 맞선을 보러나간다거나 신부화장이냐에 따라 종류와 두께가 달라지듯이 말이다.

도금의 공정과 목적도 화장의 공정 및 목적과 크게 다르지 않다. 도금하고자 하는 물체가 있으면 이 물체에 묻어 있는 이물질들을 깨끗하게 제거하여야 한다.

사람들이 얼굴에 물을 뿌리며 손으로 문질렀듯 도금을 하고자 하는 제품도 사포 등을 이용하여 표면의 이물질을 제거하고 곱게 다듬는다. 그리고 역시 사람들이 세숫비누를 사용하였듯이 도금에서도 화공약품들을 이용하여 조그만 이물질들도 완전하게 제거한다.

그러고 난 다음에 기초화장을 하듯 제품의 표면에 하지도금(下地鍍金)을 해주고 그 위에 목적 도금을 해 주게 된다.

a 오색실로 단장한 미륵부처님이 연지곤지를 찍은 새색시 같은 모습이다.

오색실로 단장한 미륵부처님이 연지곤지를 찍은 새색시 같은 모습이다. ⓒ 임윤수

화장을 하기 전에 세면이나 기초화장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나중에 화장이 일어나거나 부분적으로 뭉쳐지듯이 도금을 할 때도 전처리나 하지도금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도금층이 벗겨져 불량한 도금이 된다는 점도 역시 유사하다.

법주사 미륵대불 개금불사에서 기초화장에 해당하는 하지(下地)도금으론 Ni도금이 이루어 졌다.

이쯤에서 다시 한 번 생각 해 보자. 태산만큼이나 웅장한 미륵부처님은 어떻게 개금(도금)을 하였을까?

우리가 화장을 할 때 정상적인 상태라면 욕실에서 세면대나 세숫대야를 이용하여 세수를 한다. 그러나 그렇지 못할 때, 예를 들어 병석에 누워 있을 때처럼 특수한 경우에는 세숫대야에 물을 채우는 대신 타올이나 거즈에 물을 묻혀서 세수를 하고 화장을 하는 방법도 생각 할 수 있다.

여기서 미륵대불의 도금 공법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듯 하다.

전기도금은 도금을 하고자 하는 물체를 전기적으로 음(-)이 되게 한다. 그리고 전기적으로 양(+)을 갖는 극판을 설치한다. 양극과 음극은 도금하고자 하는 금속(금 이온)이 수용되어 있어 전기를 통하게 해줄 수 있는 전해질 수용액이 채워진 용기 안에 설치된다.

전해질 수용액에는 전기적으로 양(+)의 성질을 띤 양이온 금속(Au 양이온)이 있게 마련인데 여기에 전기를 통해주면 음(-)의 상태인 피도금체(미륵대불) 표면에 금 이온이 환원되면서 도금층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a 드디어 오색실이 내려지고 미륵부처님이 모습을 드러내셨다.

드디어 오색실이 내려지고 미륵부처님이 모습을 드러내셨다. ⓒ 임윤수

복잡하게 생각할게 없다. 양의 남자와 음의 여자가 결혼을 하여 가정이라는 그릇 안에서 흐르는 전기처럼 찌릿한 사랑을 하게 되면 음의 여자에게서 아이가 생겨나듯, 도금도 전기적으로 음과 양이 만나게 되면 음 쪽에서 도금층을 생산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도금에서 음양이 짝을 맺게 하는 통로는 전해질수용액(물)이다. 그런데 법주사 미륵대불 개금(도금)에는 물을 담을 만한 용기가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그러면 도대체 어떻게 개금(도금)을 하였단 말인가?

좀 특수한 경우이긴 하지만 부부의 정상적인 생활이 아닌, 예를 들면 인공수정에 의해서도 아기를 임신할 수 있다는 것을 거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물을 옮기거나 간직하는데 용기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앞에서 설명한, 병자에게 세수를 시킬 때처럼 수건이나 스폰지를 이용하여 저장하거나 옮기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a 오색실이 완전히 내려지고, 이렇게 법주사 미륵부처님은 새롭게 나타나셨다.

오색실이 완전히 내려지고, 이렇게 법주사 미륵부처님은 새롭게 나타나셨다. ⓒ 임윤수

여기에 바로 그 답이 있을 수 있다. 더 이상 자세하게 설명을 한다는 것은 공법공개를 미루고 있는 분들에게 누가 될듯하여 삼가하기로 한다.

법주사 미륵대불은 왜 개금을 하였을까?

여성들이 "예쁘게 보이기 위해서 화장을 한다"고 하듯이 미륵부처님도 건립된 지 오래되어 색이 변하고 보기 흉해지니까 예쁘게 보이기 위해서만 개금을 하였을까?

그게 개금 목적의 전부일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쯤에서 여성분들에게 다시 한 번 또 "화장을 왜 하느냐"고 묻고 싶다. 현명하게 답을 하든 못하든 여자들이 화장을 하는 중요한 이유 중의 또 다른 하나는 바로 "보호기능 = protect function"이다.

a 식 중 행사로 법정스님이 바라춤을 추고 계신다.

식 중 행사로 법정스님이 바라춤을 추고 계신다. ⓒ 임윤수

백옥같이 희고, 솜털같이 보드라우며, 터질 듯 탄력 있고, 촉촉했던 피부가 나이를 먹으면 점차 거칠어지고, 탄력도 잃어가며, 윤기도 없어지며 건강한 피부가 노화된다. 하물며 이러한 피부를 직사광선이나 비, 찬바람, 공해물 등 가혹한 생활 환경에 그대로 노출시킬 경우 피부의 노화는 급속도로 빨라질게 뻔하다.

화장을 하는 이유의 또 다른 하나의 답은 바로 이 "보호기능"이다.
즉, 어여쁘고 보드라운 피부가 거칠어지고 노화되는 것을 방지하거나 최소화시키기 위한 역할이다.

이 기능, 보호기능은 "예뻐지기 위한" 이유보다 결코 가벼이 취급되거나 분리될 수 없는 이유이다.

즉 화장을 하므로 예뻐 보이기도 하지만 화장을 하므로 그 예쁨과 탄력을 오랫동안 유지 할 수 있듯이 개금불사를 하는 이유도 비슷하다고 생각된다.

a 속리산에 자리하고 있는 법주사의 야단법석은 이곳에서 있었다.

속리산에 자리하고 있는 법주사의 야단법석은 이곳에서 있었다. ⓒ 임윤수

뽀얗고 곱기만 하던 피부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거칠어지듯, 구리합금으로 만들어진 미륵부처님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피막이 산화되어 보기에도 좋지 않게 될 뿐 아니라 점차 그 형체를 좀먹어 들어가게 되었을 거다.

이런 미륵부처님에 개금을 하므로 우선 부처님이 존엄해 보이고 그 존엄한 외양이 변색되거나 부식되지 않게 되기 때문에 개금을 하게 되는 것이라 생각된다.

여성들이 화장을 하는 이유, 생활용품에 도금을 하는 이유 그리고 부처님께 개금을 하는 이유를 우리에게서 찾는다면 결국 우리 모두는 상중생(狀衆生)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결론으로 말하고 싶다. 그 비싼 황금을, 그렇게 많은 돈을 투자하면서 미륵부처에 황금을 입힌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에 대한 기자의 소견을 밝히고 싶다.

비록 공사금액이 12억원이나 들어갔다 하여도 그 미륵불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마음의 평온을 찾고 위안을 찾는다면 그것은 충분히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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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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