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그 이름 하나로도 <반짝반짝 빛나는 그대>

호모 남편과 우울증 아내의 박하향 사랑 이야기

등록 2003.06.21 20:41수정 2003.06.22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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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말하는 사랑이란 무엇일까? 서로에게 끌리는 운명적 사랑? 혹은 보슬비처럼 가슴에 조금씩 젖어드는 사랑?

우리가 가장 흔히 말하는 사랑은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 서로를 알게 되고 서로에게 조금씩 물들어가면서 닮아 가는 것일 것이다. 물론 가슴아픈 헤어짐도 혹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와 같은 전통적 해피엔딩도 기대해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에쿠니 가오리의 <반짝반짝 빛나는> 은 분명히 사랑을 말하면서도 사람들이 기대하는 그러한 사랑은 없다. 서로의 필요에 의해, 아니 주위의 기대 때문에 결혼한 한 부부가 있다. 남편 무츠키는 남자 애인을 둔 호모이고, 아내 쇼코는 조울증 등의 정신병을 가지고 있다.

의사라는 직업에 독신을 어울리지 않는다는 부모님의 설득, 우울증인 딸을 그대로 내버려 둘 수 없었던 염려, 이 두 가지가 맞물려 그들의 기묘한 결혼 생활은 시작된다.

부부이지만 일상적인 사랑의 감정과 표현을 교류하기엔 너무나 다른 코드와 그로 인한 어긋남은, 때로는 침묵으로 때로는 던지는 술잔과 꽃병으로 표현된다. 그리고 사랑이라 부르기엔 너무나 낯선 감정 앞에 그들은 당황하게 된다.

하지만 그 부딛힘 속에 서로는 조금씩 의지하게 되고 그렇게 다가온 사랑을, 남편 애인의 머리를 빨간 리본으로 장식하여 선물이라고 내밀어 표현하는 그녀만의 방식을 우리는 어느새 선한 눈빛으로 인정하고 축복하게 된다.

그렇게 낯선 것을 자신도 모르는 새 인정하게 되는 것, 선한 눈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 그것이 바로 사랑이 아닐까 싶다.


무츠키가 그토록 열심히 닦고 왁스칠했던 것은 어쩌면 결코 더렵혀질 수 없는 그들만의 <반짝반짝 빛나는> 순수한 사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오늘 왠지 문득 사랑이 하고 싶다. 나만의 낯선 향기를 내는 그런 사랑을….

반짝반짝 빛나는

,
소담출판사,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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