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산김용운
그래서 우리 동네 어디에서도 북한산과 도봉산의 모습이 잘 보입니다. 게다가 걸어서 20분만 가면 그 산자락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자랑거리입니다. 저는 비록 한 달에 한 번 산에 가면 많이 가는 것이지만 어머니께서는 날씨만 조금 좋다 싶으시면 열일 제쳐놓으시고 산에 가십니다. 물론 어머니 친구 분들 역시 그 길에 즐거운 동무가 되시더군요.
오늘 저녁뉴스를 보니 올해들어 서울시내 가시거리가 25km 이상 된 날이 열흘이 채 안되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서울이 맑지 못했다는 뜻이겠지요. 하지만 오늘이 바로 그 열흘 중에 하루였습니다.
금요일 밤까지만 해도 장마전선으로 하루종일 비가 왔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일어나 보니 하늘이 거짓말처럼 쾌청하게 개어있었습니다. 장맛비로 씻겨진 하늘은 모처럼 제 본래의 빛깔을 뽐내고 있더군요. 갑자기 산에 가고 싶다는 강한 욕구가 들었습니다. 평소 같으면 토요일 늦잠을 자고 있을 시간이었습니다. 대충 얼굴을 씻고 디지털 카메라를 챙겨 산에 갔습니다. 집안 식구들의 의아한 눈초리를 뒤에다 두고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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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오래 전부터 비 개인 아침에 산에 올라가서 그 풍경들을 담고 싶었던 욕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고등학교 때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동네에 있는 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등굣길엔 늘 북한산과 도봉산의 모습을 보며 학교를 갔습니다. 날씨가 좋으면 아주 환장을 했습니다. 주변의 산들이 성큼 동네 앞까지 내려와 그 선명한 모습으로 유혹 때문입니다.
‘아 산이 날 부르는데 이 지겨운 학교에 가야하나. 산에 올라 시원한 경치를 바라보면 온갖 스트레스가 날아가 버릴텐데. 호연지기를 책에서만 가르쳐주지 말고 날씨 좋은 날 산에 올라가서 자연을 벗삼아 노는 것이 진정한 호연지기일텐데. 또 오늘 같은 날 사진을 찍으면 얼마나 멋있을까?‘
그러나 불행히도 고등학교 시절에는 개근을 했고 카메라도 없었습니다. 대학에 들어가서야 비로소 날씨 좋으면 수업도 빼먹고 산에 가곤 했습니다. 그래도 늘 아쉬움은 남았습니다. 카메라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등교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묘한 기분으로 산에 갔습니다. 북한산 국립공원 표지가 세워진 입구를 지나 상쾌한 아침공기를 마시며 서둘러 발길을 옮겼습니다. 경험상 아침의 깨끗한 하늘도 해가 중천에 올라가면 흐려지기 십상이기 때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