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 만한 이 주의 새 책들

<밥벌이의 지겨움> <자장면과 바나나> <푸른 작가> <취업의 기술>

등록 2003.07.09 12:15수정 2003.07.09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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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는 붓끝으로 세상을 보다
- 김훈의 <밥벌이의 지겨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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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의나무

'사실의 나열과 조합으로 이뤄지는 것이 기사'라는 공식은 김훈의 문학기사 앞에 무력했다. 현역 문학기자 시절 김훈이 보여준 글들은 단순한 기사를 넘어서는 '또 다른 하나의 문학작품'이었다.


저자와 평론가를 일체 인용하지 않고, 도식화된 객관보다는 자유로운 주관에 의지하는 김훈의 기사. 그것은 분명 한국 언론사에 찍힌 뚜렷하고도 이채로운 방점이었다.

이제는 조직 내에서의 글쓰기를 접고, 보다 자유롭게 세상을 바라보며 유유자적하는 김훈이 최근 산문집을 냈다. <밥벌이의 지겨움>(생각의나무). 지천명을 훌쩍 넘긴 노(老)기자는 2003년 오늘을 어떻게 읽어내고 있을까? 그의 이전 산문집 <자전거 여행> <풍경과 상처> 등과는 또 어떻게 다를까?

누가 뭐래도 <밥벌이의 지겨움>을 관통하는 가장 큰 힘은 '거침없음'이다. 김훈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으며, 어떤 잣대에도 구애받지 않고 오십 년 일군 정신의 텃밭을 고스란히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거침없는 그의 붓끝이 닿는 곳마다 세상과 인간은 새롭게 해석되고, 전혀 색다른 의미를 부여받는다.

디지털과 인터넷이 지배하는 21세기의 속도를 거부하며, 천천히 느리게 살아가겠다는 각오를 들려주는 '아날로그적 삶의 기쁨'과 탑골공원에 앉은 노인의 처연한 눈빛에서 삶을 체득한 자의 지혜를 읽어내는 '늙기란 힘든 사업이다', 무분별한 외모지상주의에 만신창이가 돼버린 한국여자들의 젖가슴을 통탄하는 '가슴의 미학' 등은 특별히 재미있게 읽히여 그 의미 또한 만만치 않다.

아직도 연필로 글을 쓰고, 자동차는커녕 오토바이 운전도 하지 못하며, 제 손으로 셔터를 눌러 사진 한 장 찍어 본 적 없다는 기계치 김훈.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는 기계들이 인간의 정신마저 지배하려드는 메마른 시대, 새벽녘 고샅길의 이슬을 닮은 김훈의 글은 우리의 가슴을 밑 모를 서러움으로 적신다. 그래서 아래 서술하는 그의 문장은 웃음 같지만 실상은 눈물이다.

'친구들아 우리들의 밥벌이에는 아무 대책이 없다. 그러나, 우리들의 목표는 끝끝내 밥벌이가 아니다. 이걸 잊지 말고 또 다시 각자 핸드폰을 차고 거리로 나가서 꾸역꾸역 밥을 벌자. 무슨 도리 있겠는가. 아무 도리 없다.'


가난했다고 꿈마저 없었을까?
- 강병호의 <자장면과 바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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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남

그랬다. 1960년대에 유년기를 보낸 아이들에게 바나나 혹은, 자장면을 먹었다는 사실은 자랑이 될 수도 있었다. 그것들은 텔레비전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음식이었고, 졸업식이나 입학식 같은 특별한 날에나 먹는 특식이었다. 너나 없이 가난했던 시절. 하지만, 그때 아이들이라고 꿈이 없었을까?

<보물섬>과 <학생과학> 등의 잡지에 만화를 연재한 바 있으며 현재 <소년한국일보>에 작품을 연재중인 강병호의 가슴 훈훈한 산문집 <자장면과 바나나>(화남)는 가난한 시절을 아름답게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부드러운 선과 눈이 편한 그림들이 사이좋게 어우러져 잠시 잠깐 사람들로 하여금 그리운 '그 시절'로 데려가 빙그레 웃게 만든다.

시원한 여름 냇가에서 어울려 멱을 감거나 모닥불을 피우고 콩을 구워먹는 것보다, 인터넷 게임을 하고 햄버거와 콜라를 먹고 마시는 일이 행복할 것이라 철석같이 믿는 2003년의 아이들.

그 아이들이 보기 애처로운 아버지는 주저 말고 <자장면과 바나나>를 통해 잊었던 자신의 유년을 떠올릴 일이다. 그리곤, 아들의 손목을 잡고 가까운 뒷산에라도 올라 어릴 적 아빠가 올려다본 별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이야기해보는 것은 어떨까.

청소년문학의 활성화를 위하여
- <푸른 작가> 창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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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동네

젊은 어느 한 시절. 코트 깃을 세우고 파이프 담배를 문 근사한 시인을 꿈꿔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시와 소설을 쓴다는 것은 참으로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의 꿈이었고, 시인과 소설가는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러기에 예나 지금이나 '어떡하면 문학의 길로 들어설 수 있을까'는 문학청년들의 공통된 의문.

민족문학작가회의와 문학동네(출판사)가 공동으로 펴낸 <푸른 작가> 창간호는 바로 이런 문청들의 의문에 답하는 책인 동시에 현 단계 청소년문학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바로미터다. 애초 잡지의 창간은 '어떡하면 청소년들에게 문학의 즐거움을 알려주고, 나아가 문학창작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까'라는 기성작가들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이 문제의식은 곧바로 작가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전파됐고, 문제의식을 공유한 그들은 선배들의 혀를 내두르게 할 작품으로 <푸른 작가>를 풍성하게 했다.

중·고교생 문사들의 작품을 모아놓은 '푸른 작가 푸른 글'에 실린 몇몇 작품들에서 기자는 또 다른 황석영과 김승옥을 본다. 이는 우리 청소년들이 대학입시에만 찌들려 있는 것이 아니라, 시와 소설을 통해 나름의 방식으로 현실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놀라움 탓이리라.

저성장·고실업의 시대 어떻게 살 것인가?
- 앨리슨 헤밍의 <취업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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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먼앤북스

'평생직장'이란 말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 도래한 취업의 무한경쟁의 시대는 직장을 얻지 못한 젊은이들을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으로까지 내몰고 있다. 뿐이랴, 독재정권의 수출 드라이브 정책 후유증과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의 무조건적 유입은 한국을 저성장과 고실업이라는 이중고에 빠뜨렸다.

취직하기가 하늘에 있는 별을 따기보다 어려운 시대. 그렇다고 마냥 주저앉아 세월만 보낼 수도 없다. 미국의 유명한 취업 카운슬러인 앨리슨 헤밍의 <취업의 기술>(휴먼앤북스·이은정 역)은 아직도 인터넷의 취업사이트와 구청의 공공근로 게시판을 헤매고 다니는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번역됐다.

<취업의 기술>에서는 헤밍이 전하는 '고전적인 전략과 정보화시대 전략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라', '인맥의 형성과 확장, 관리에 주목하라', '개성 없는 이력서를 버리고 글쓰기의 묘를 살려라', '성공적인 면접을 위해 철저한 사전 준비를 하고 돌발적 상황에 대비하라'는 충고 외에도 국내상황에 맞춰 추가된 각종 취업정보와 노하우를 접할 수 있다.

밥벌이의 지겨움 - 김훈 世設, 두 번째

김훈 지음,
생각의나무, 2007


자장면과 바나나

강병호 지음,
화남출판사, 2003


취업의 기술

앨리슨 헤밍 지음, 이은정 옮김,
휴먼앤북스(Human&Books), 2003


푸른작가 창간호 - 2003년 상반기

문학동네 편집부 엮음,
문학동네어린이,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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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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