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적 개념이 있다고, 국방력이 강화될까?

장팔현 기자의 반론에 대한 재반론

등록 2003.07.09 18:05수정 2003.07.09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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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보수주의자들은 한가지 컴플렉스가 있다. 과거에는 그것을 '레드 컴플렉스'라고 불렀으나, 공산주의가 전세계적으로 쇠퇴한 요즘에는 '북한 컴플렉스'라고 바꿔야 할 것 같다.

즉 북한을 어떠한 형태로건 '적'으로 규정지어야 직성이 풀리는 듯한 현상인데, 이와 같은 맥락에서 우리나라 보수 논객들은 북한을 꼭 '주적'으로 규정을 지어야만 우리의 안보태세가 강화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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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런 생각은 신화에 불과하다. 지난 번 글에서도 지적했듯이 북한을 주적으로 규정한 뒤 '북한에 대한 대비만' 철저히 해온 우리 국군은 북한 이외의 적에 대해 대비할 수 있는 능력이 극히 취약해 졌다.

물론 현실적으로 우리와 무력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가장 큰 대상이 북한이라는 점에는 필자도 동의한다. 가장 인접해 있으며,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점도 많다. 서로 상대방을 향해서 전력의 대부분을 배치해 놓고 있다. 끊임없이 평화를 위해 노력해야 하겠지만, 통일이 되는 그 순간까지는 이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북한과의 무력 충돌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 반론을 제기하고 싶지 않고 그런 적도 없다.

그러나 필자가 계속 제기해 온 점은 '북한에만 집착하지 말라'는 것이다. 북한에만 집착하면 오히려 북한 외에 우리를 둘러싼 막강한 적에 대한 대비를 소홀이 할 수 있다는 것이고 '주적'이라는 개념은 그런 측면에서 별로 유용하지 않다는 것을 강조했다.

지난 글에서도 말했듯 국제사회는 '영원한 적도 없고, 영원한 우방도 없다' 따라서 우리와 마주한 외국은 언제든지 '적'으로 돌변할 수 있고, 그 가능성이 낮다고 하더라도 군은 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국군은 '주적'이라는 낡은 개념에 매달려 북한에만 신경을 쓸 뿐 그외의 적을 대비하는데는 소홀히 하고 있다. 차라리 '누가 우리를 침범하든 우리는 즉각 격퇴한다'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 북한 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의 모든 적에 대비하는 올바른 자세가 아니겠는가?

지금 우리나라의 국방비는 GDP의 2.6% 수준이다. 이 정도 수준은 우리군이 북한하고만 상대한다고 했을 때는 적정한 수준인지는 모르겠으나, 중국이나 러시아, 일본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수호하기에는 극히 부족한 수준이다.


그러나 주적을 '북한'으로만 규정할 경우 국방부에서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국방비를 더 올려야 한다'는 주장은 명분이 상당히 약화될 수 밖에 없다(이점만 봐도 '주적'개념이 국방력을 약화시킨다는 건 분명해 진다).

지난 글에서 필자는 우리와 일본과의 무력 충돌을 예상하며, 그에 대한 대비가 우리 군은 되어 있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서 몇몇 독자들은 '소설같은 이야기'라고 지적을 해왔다. 물론 그런 면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당장 주한미군만해도 한일 간의 무력충돌에 대비한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다(필자는 그와 관련된 미군측 자료를 본 적이 있다. 지난 번 글에서도 이 점을 밝혔으나 편집과정에서 삭제된 것으로 보인다).

소설 같은 이야기이지만, 소설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다. 우리와 일본은 북한만큼 인접해 있고, 이해관계도 상충돼 있다. 그리고 휴전선만큼은 아니지만, 독도를 놓고 상당한 긴장관계도 조성돼 있다.

따라서 우리군은 그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어야 하고 만일의 상황이 발생한다면 부족하고 어렵겠지만 북한의 지원도 받을 수 있으면 받아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 주적개념이 부적절해짐은 당연한 결론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국제사회는 변화무쌍하다. 지금의 주적이라고 해서 내일의 맹방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지금의 주적에 대해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하지만 내일의 동맹에 대한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끝으로 덧붙이고 싶은 것은 주적개념은 어디까지나 우리의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지 그것 자체가 국방의 목적은 아니라는 점이다. 따라서 주적 개념은 시대와 장소에 따라 적절히 변화해야 하는 것이지 절대적인 가치로 숭상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란 점을 분명히 해두고 싶다.

그런데도 주적개념의 변경을 제기했다고 해서 격렬한 비난을 하려고 드는 것은 자기 자신만이 애국자라고 생각하는 독선과 다름이 아니다는 점을 분명히 해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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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가지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특별한 전문 지식은 없습니다만 군에서 5년간 공보장교로 근무한 적이 있습니다. 군에 대한 자세한 것까지는 잘 알지 못하지만 군의 공보체계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알고 있다고 자부하며, 일부 분야에 대해서는 군내에 지인이 몇사람 있습니다. 군사분야에서 좀더 활동해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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