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의 주적(主敵) 개념은 매우 타당하다

누가 주적 개념을 흐리는가?

등록 2003.07.06 15:16수정 2003.07.10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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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어느 나라나 자국의 방위를 위해 주적과 가상 적군을 상정하고 이들의 침략에 대응하기 위해 군대 또는 어떠한 형태로든 영토 보존과 국민의 안위를 꾀하고 있다. 물론 연합국이니 동맹이니 하면서 반(半)자주적인 소국가(小國家)들도 상당수 존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89년 냉전체제가 무너지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북한을 주적(主敵)으로 삼는데 왈가왈부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6·15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을 주적으로 삼는 것에 대해서 군대는 물론 국민들 간에도 많은 이견이 있었고 의견통일을 못보고 혼란한 상태였다. 주적개념에 대한 정신적 아노미 상태 그대로였다. 그러던 차에 국방부에서 우리의 주적을 북한 정권인 ‘노동당과 북한군’으로 한정한 것은 매우 현명한 처사로 평가된다.

전략전술상 주위에 많은 적을 만들 필요는 없으며, 더욱이 많은 적을 상대로 어렵게 싸울 필요는 더더욱 없다. 되도록 적을 적게 만들기 위해서라도 적진 내의 단결을 저지하여 자중지란을 일으키는 것이 상지상책일 것이다. 따라서 '북한 전체'를 주적으로 본 것은 잘못이며 어불성설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라고 밝히고 있다. 북한도 당연히 한국 영토이며 주민도 우리 국민에 포함된다는 논리이다. 헌법 3조는 통일을 지향하는 이상 당연한 처사이나 현실적으로는 치외법권 지역에 머물고 있으니 북한 정권은 괴뢰이며 불인정 대상인 반란군에 다름 아니다. 이것이 냉전시대의 논리로서 대만정부가 현실불가능하게도 대륙의 중국과 한때 내몽골 지역까지도 대만영토로 규정했던 것과 무엇이 다르랴?

따라서 김대중 정권은 북한 체제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대화를 통해서 통일에 접근하고자 6·15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했다. 물론 이러한 상황에 미처 대응하지 못한 국방부로서는 엄청난 딜레마에 빠졌을 것이며 그 후유증으로 새로운 정신교육 차원에서 주적개념이 바뀐 것으로 보인다. 늦은 감은 있으나 매우 타당한 개념정리이다. 물론 통일 이전까지라는 한계성은 있다.

다민족 국가인 중국이 한족(漢族) 중심 국가로 오랫동안 유지된 것은 민족간을 이간질 시켜 서로 반목케 하는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 때문이었다. 이민족으로서 이민족을 견제케 함으로써 중국은 많은 인접 국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도 이제는 선량한 북한 주민을 포용하여 이민제왕(以民制王 - 필자가 만든 신조어로 선량한 민(民)이 주체가 되어 폭군(王)을 제압하라는 뜻) 정책을 펴야 할 때이다. 이는 국방부가 발표한 주적개념으로 충분히 그 가능성이 엿 보인다. 즉 정권의 주축세력과 선량한 국민을 분리해 봄으로써 북한의 실체인 독재정권과 군(軍)만이 타도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이는 전술적으로 전략적 거점인 지휘소만을 타격하는 공격법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주적 개념은 북한만이 아니라, 대일 외교정책에도 반드시 필요하다. 외교통상부의 대일 외교도 주적을 바로 설정해야 외교적 손실이 적다. 일례로 2001년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로 한국은 일본학교와의 초중등 학교간 교류를 중단하고 연수를 포기한 적이 있었는데 이는 매우 우매한 조치였다. 그 결과 한국을 좋게 생각하던 많은 일본의 양심적 인사들까지도 반한(反韓) 인사로 바뀌어 득보다도 실이 컸다.

일본 총리나 우익 정치가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라든가 교과서 왜곡문제를 비판할 때 우리정부는 일본인 전체를 비판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전전(戰前)의 일제(日帝)와 현재의 일본 우익정치집단 만을 표적으로 삼아 비판해야 일본 내 양심세력이 우리의 비판에 동조 내지는 침묵할 것이다. 이민제왕(以民制王)의 분리전략이 대 북한 문제나 일본 외교 시에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통일되기 전까지의 유효성을 가진다고 해도, 현재 남북통일을 이루기 위한 과도기로써 국방부가 발표한 주적 개념은 탁견(卓見)이며 매우 현명한 처사라고 평가된다.

통일 후에는 당연히 ‘한국(변경 될 수도 있으므로 편의상의 국명으로 표기)에 위해(危害)를 가하거나 가하려고 판단하는 국가’로 바뀌어야 타당하나 현재는 남북 대치상황이기 때문에 국방부의 고뇌에 찬 주적 개념 설정에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하루빨리 통일이 되고 우리민족 전체를 위한 한 차원 높은 '주적(主敵)" 개념이 등장하기를 학수고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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