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에서 벌거벗고 수영을 하던 여자 아이들이 외국인이 탄 보트가 지나가자 서둘러 옷을 챙겨 입고 강둑으로 올라섰다.김남희
'slow boat'는 결코 느리지 않은 속도로 달린다. 엔진의 엄청난 소음만 빼면 그런 대로 괜찮을 텐데... 강가에는 고기 잡는 어부들과 헤엄치는 아이들이 보이고, 강변을 따라 작은 부락들이 모여있다. 물가의 집들은 대부분 초가로 지붕을 얹은 집들이다.
9시 30분에 출발한 보트는 2시 무렵 무앙쿠아에 우리를 내려놓는다. 이곳에서 하루를 쉬고 다시 내일 보트를 타야 한다. 숙소를 잡고 샤워, 빨래를 하고 은행을 찾아간다. 이 마을에 하나뿐인 은행은 그 모습부터가 아주 재밌다.
은행 간판은 나무판자에다 손으로 삐뚤빼뚤 써 붙였다. 직원이라고는 단 한 사람. 컴퓨터 같은 것은 전혀 없고, 문을 반쯤 열어놓은 금고 하나가 집기의 전부다. 라오스는 전산화가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모든 은행 업무가 수작업으로 이루어진다.
현금인출기는 라오스 전체에 단 한 대도 없고, '카드 인생' 같은 사회적 문제도 당연히 없다. 소비 수준이 행복의 수준인 양 지출을 종용하지 않고, 사려고 해야 살 물건도 없고, 쓸려고 해야 큰 돈 쓸 일도 없이, 모두가 고만고만하게 살아가는 이 사회가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