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신부, 구속이냐 불구속이냐

[전망] 이번주 기소 앞둔 검찰의 '고민'

등록 2003.07.26 21:08수정 2003.07.27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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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신부에 대한 검찰 수사결과 발표가 늦춰지면서 검찰 수사를 둘러싼 여러 가지 억측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기소를 할 방침이지만 구속이냐 불구속이냐는 신병 처리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 신부에 대한 검찰 수사결과 발표가 늦춰지면서 검찰 수사를 둘러싼 여러 가지 억측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기소를 할 방침이지만 구속이냐 불구속이냐는 신병 처리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오마이뉴스 권우성
1년여에 걸쳐 진행돼온 검찰의 '꽃동네 수사'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그간 꽃동네가 우리사회의 대표적 보호시설로 상징돼온 만큼 꽃동네와 대표자인 오웅진 신부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적잖은 주목을 받아왔다.

꽃동네에 대한 검찰 수사는 그간 꽃동네 운영을 둘러싸고 제기돼온 각종 의혹에 대한 사법적 규명이자 종교집단에 대한 간접적인 행정감시라는 점에서 향후 사회적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청주지검 충주지청(지청장 김규헌)은 꽃동네 설립자 오웅진 신부의 국고보조금·후원금 횡령 혐의와 관련 다음주중 최종적으로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검찰은 특히 수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구속 수사 여부 등 사법 처리 수위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은 최근 천주교 내부에서 뿐만 아니라 보수단체들을 중심으로 '오웅진신부돕기협의회'가 구성되는 등 전방위적으로 검찰 수사를 압박하는 양상을 띠고 있어 적잖이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검찰에 따르면 오 신부에 대한 지난 1년여간의 수사 기록만도 500페이지 짜리 문건으로 35권정도이다. 무려 1만 페이지가 넘는 셈이다. 그간 검찰에 소환된 관계자도 150여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주중으로 수사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밝혀왔던 검찰이 다음주로 일정을 조정한 것도 이처럼 막대한 수사 기록을 정리하는 데만도 많은 시일이 필요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가 계속 지체되는 것과 관련 "검찰이 횡령 등 의혹이 일어난 부분에 뚜렷한 혐의점을 찾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지역일간지의 한 기자는 "기자들 사이에서 '검찰이 횡령 혐의를 발견하지 못한 것 같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며 "검찰도 갑갑해 하는 듯 하다"고 전했다.

꽃동네와 오 신부 변호인단, 천주교 청주교구 등도 "검찰이 후원금 횡령 등 본질은 외면한 채 태극광산 업무방해 혐의나 농지법 위반 등 곁가지만 수사하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꽃동네측은 또 사기 혐의로 구속된 오 신부의 동생 오충진(55)씨가 최근 보석으로 풀려난 것과 연관시켜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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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검찰은 꽃동네측에서 주장하듯이 '업무방해'나 '농지법 위반' 등이 아닌 '횡령' 혐의 등으로 기소하는 것은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결국 워낙 방대한 분량의 수사 기록을 취합해 정리하다보니 수사 결과발표가 다소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현재 검찰은 오 신부의 사법처리 수위와 신병 처리 문제를 두고 최종적으로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구속 기소와 불구속 기소를 사이에 두고 저울질하고 있는 것이다. 오 신부를 구속 수사할 경우 검찰은 대외적 체면을 세울 수 있지만, 평생 헌신해 온 신부에 대한 사회적인 동정 여론과 천주교계의 반발 등 부담을 떠 안아야 하는 게 사실이다.

실제 검찰에 대한 대내외적 압박은 최종 수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대한참전단체연합회 등 23개 보수단체는 '꽃동네 오웅진신부돕기 시민운동협의회'를 구성하고 "꽃동네의 명예회복을 위해 본격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25일자 조선일보에 실린 협의회 광고.
대한참전단체연합회 등 23개 보수단체는 '꽃동네 오웅진신부돕기 시민운동협의회'를 구성하고 "꽃동네의 명예회복을 위해 본격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25일자 조선일보에 실린 협의회 광고.조선일보
대한참전단체연합회(대표 류기남), 황해도 도민회(회장 안응모) 등 23개 보수단체는 '꽃동네 오웅진신부돕기 시민운동협의회(이하 오웅진신부돕기 협의회)'를 구성, 꽃동네와 오웅진 신부 돕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오웅진신부돕기협의회는 25일자 <조선일보> 2면 5단짜리 광고를 통해 '누가 꽃동네의 헌신적 사랑을 욕되게 하는가'라는 제목의 광고를 싣고 "얻어먹을 힘도 없는 폐질환자, 정신이상자, 사경을 헤메는 노인, 버려진 아이들을 돌보느라 모든 것을 바쳐오면서 몸까지 성치 않게 된 당신이 우리 사회에 부족한 것은 물질이 아니라 사랑이라고 호소하고 다니던 모습을 알고 있는 우리 시민들은 이제 '꽃동네 오웅진신부돕기 시민운동협의회'의 깃발을 올린다"고 밝혔다.

오웅진신부돕기협의회에는 황해도 도민회, 자유민주민족회의, 대한참전단체연합회 뿐 아니라 한국기독교교회청년협의회, 천도교를 사랑하는 사람들 등 종교단체와 대한민국6.25전몰군경유자녀회, 6.25참전유공자전우회 등 보수단체와 월간 한국논단, 독립신문 등 언론 단체들도 참가하고 있다.

오웅진신부돕기협의회 류기남(대한참전단체연합회 회장) 대표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헌신해 온 오 신부와 꽃동네의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해 나섰다"며 "천주교 단체는 하나도 없지만 종교를 초월해 많은 사람들이 나섰다"고 밝혔다.

류 대표는 "꽃동네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십시일반 모아 광고를 냈고, 앞으로 대표자들을 뽑아 자체적으로 활동에 나설 계획"이라며 "광고가 나간 뒤 개인적으로 돕겠다는 문의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꽃동네 내부에서는 여러 가지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꽃동네의 실무를 담당해 오던 윤시몬 수녀가 강화도 꽃동네로 발령 받았으며, 꽃동네 회계담당 실무자인 김모 수녀도 꽃동네 외 다른 곳으로 발령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천주교측 관계자는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매년 2월과 7월에 있는 정기인사를 단행한 것"이라며 이번 인사가 검찰 수사와는 무관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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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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