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서 수업을 하다보면 어느 아이가 자꾸만 다른 아이를 일러바치는 아이가 있다. 자기하고는 별로 관계도 없는 일까지 모두 자기가 다 모아서 일러바치는 아이를 보면 참으로 답답하고 수업에도 방해가 되어서 담임들이 상당히 싫어하게 된다.
지난해 한겨레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을 때, 울산에서 한 어머니가 상담을 요청하여 왔었다. 자녀가 이제 2학년인데 너무 책을 좋아해서 이미 읽은 책이 1000권이 넘을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이 아이는 2학년 교실에서 담임 선생님이 교과서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다른 것이라도 말을 하기 시작하면 벌써 자기가 알고 있는 것들이라고 먼저 떠들어 버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담임선생님이 싫어하는데 더구나 자신은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이므로, 공부시간에 제할 공부는 하지도 않고 다른 아이들을 감시하고 있다가, 저쪽 반대쪽 끝 분단에서 일어난 일까지 다 일러바치곤 한다는 것이다.
이 정도가 되면 담임이 수업을 진행하기가 어렵게 된다. 자꾸만 말을 막고 나서고 자기가 먼저 말을 해버리면 설명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아이들은 이 버릇을 고쳐지기도 쉽지 않다. 거의 습관적으로 이루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그게 어느 순간에 고쳐 질 수는 없는 것이다.
산에 메아리를 보자. 메아리는 마치 녹음기처럼 이쪽에서 한 말을 그대로 되풀이해서 되돌려 보낸다.
"나 너 좋아해" 라고 소리치면 메아리는 "나 너 좋아해" 라고 대답해 오는 것이고, "난 네가 싫어!"라고 소리치면 메아리는 "난 네가 싫어!"라고 대답해 오는 것이 아닌가?
결국 사람은 누구나 상대방이 나를 싫어한다면 반드시 나도 싫어하게 되는 것이고, 상대방이 나에게 호감을 보이면 나도 또한 상대방에게 호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인간의 상호관계란 마치 메아리의 원리와 같은 것이어서 늘 내가 상대방에게 어떻게 해주느냐에 따라 상대방의 반응이 돌아오게 된다는 말이다.
늘 이 메아리의 법칙을 생각하면서 누가 나를 싫어한다면 언젠가 내가 그 사람을 비난하거나 싫다는 표시를 한 적은 없는가? 아니면 내가 오해를 받을 일을 하지 않았는가를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래도 도저히 그런 기억이 없다면 솔직하게, "난 네가 싫은 것은 아닌데, 혹시 내가 너에게 무얼 잘 못한 것이 있는지 모르겠다. 내가 너에게 싫은 표시를 하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아프다. 난 너와 잘 지내고 싶은데 혹시 무엇이 섭섭한 일이나 내가 잘 못한 일이 있으면 알려 주고 우리 잘 지냈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를 한다면 두 사람의 관계는 곧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메아리의 법칙을 알고 스스로 그런 잘 못이 있으면 되돌아오는 메아리를 듣고서 내가 한 말이 무엇이었는지, 잘 못한 것은 무엇인지를 깨달아야 한다. '내가 남을 싫어하면 남도 나를 싫어한다'는 작은 진리를 생각하면서 말이다.
흔히 자기는 남에게 싫다는 말을 하고 내가 싫어하는 사람은 '누구누구다' 라고 하면서 그 사람이 나를 미워하고 싫어한다고 생각하는 이런 사람들은 자신이 남에게 미움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없다.
그래서 늘 자기가 한 일이 옳은 일인지 알고 있거나 그게 남을 괴롭히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짓을 계속 하게 되는 것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