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지킴이 '꿈틀이사우루스'를 살리자

지렁이를 다룬 두 권의 책 <지렁이 카로>, <지구를 구한 꿈틀이사우루스>

등록 2003.08.12 01:18수정 2003.08.12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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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만 년 전, 이 행성에 출현해 생태계 먹이사슬의 최하위 지위를 굳건히 지키면서 땅 밑 어둠 속에서 흙을 부드럽고 기름지게 만들다가, 마침내 인간의 야만적인 생태계 파괴에 의해 서서히 우리 곁에서 사라져 가는 존재" -제 7회 풀꽃상 수상자 지렁이에게 바치는 헌사

지렁이를 깔보는 사람들이 참 많다. 하지만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는 말이 있듯이, 이제 함부로 지렁이 무시하다간 정말 무식하다는 소리를 들을 것 같다. 기껏해야 민물낚시 미끼 외에 아무짝에도 쓸데없이 보이던 지렁이가 요즘 환경 지킴이로 부쩍 주목받고 있으니까 말이다.

나도 지렁이가 땅을 기름지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는 것은 막연히 알고는 있었지만, 지렁이가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는 제대로 깨닫지 못했다. 그러다가 이번에 지렁이를 다룬 두 권의 환경동화를 읽고는 지렁이를 살려야겠다는 생각을 저절로 갖게 되었다.

<지렁이 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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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병진

이 책은 '생명'을 주제로 여는 어린이 도서관 여름 독서교실을 준비하면서 환경교육 관련 도서라 그냥 큰 기대 없이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읽다보니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매우 놀라운 책이었다. 무엇보다 환경을 살리자는 구호에나 그칠 지어낸 동화가 아니라는 점이 마음에 와 닿았다. 이 책은 독일의 어느 초등학교에서 실시한 환경교육의 구체적 사례를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인구 2500명의 작은 마을에 소재한 메르딩거 초등학교는 농부에 가까운 쉐퍼 교장 선생님의 헌신적인 노력을 통해 '자연학교'로 완전히 탈바꿈해 간다. 가령, 여느 학교나 다름없이 학교가 끝나면 매일 같이 교실마다 각종 쓰레기로 넘쳐나던 이 학교가 전교를 통털어 쓰레기통이 하나밖에 필요 없게 되었다. 또한 학교 어린이들은 4만5000 그루가 넘는 나무를 주변 밭둑이나 빈터, 시냇가 언덕에 심었으며 학교와 가까운 산에 쓰레기 매립장이 건립될 계획을 완전히 백지화시키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쉐퍼 선생님의 아이디어였던 지렁이 카로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쓰레기를 줄일 방법을 놓고 골몰하던 쉐퍼 선생님은 교실에다 아이들이 잘 볼 수 있도록 지렁이 카로를 기르면서 생생한 환경 교육을 시켰던 것이다. 아이들은 지렁이 카로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후부터 쓰레기가 될만한 것들을 점차 줄여나갔다. 그리고 방과후에는 생명의 삶터를 지키기 위한 목적으로 꿀벌이나 감자 기르기 같은 다양한 동아리 활동들을 전개하게 된다.

이런 일들은 학교가 끝나기 무섭게 학원으로 달려가는 우리 초등학생들로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로 보이리라. 그러나 불가능하다는 우리의 생각부터 바꾸고, 할 수 있는 작은 부분에서부터 천천히 실천해 나간다면 못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다. 왜냐하면 생명은 도처에서 우리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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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병진

나는 당장에 쉐퍼 선생님처럼 우리 도서관에다 꿈틀이들이 사는 집을 만들어 보았다. 조금 금이 갔다고 내버린 어항을 이용했고 꿈틀이는 낚시 가게에서 구입할 수 있었다. 앞으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이들에게 일상적으로 환경문제를 환기시키는 데는 그만이겠다는 생각에 책에 나온 대로 따라 해본 것이다.

<지구를 구한 꿈틀이사우루스>

내친김에 지렁이에 대해 좀더 소상히 알아야겠다는 생각에서 읽은 책이다. 이 책은 지렁이의 역사와 생태에 대해 어린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아주 잘 엮어 놓았다. 내용을 보니 아리스토텔레스는 지렁이를 '지구의 창자'라고 했고, 클레오파트라 여왕은 지렁이를 이집트 밖으로 수출하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그만큼 지렁이가 중요함을 일찍부터 알았다는 이야기겠다.

한편 진화론으로 유명한 다윈은 죽기 전 10년 동안 지렁이만 연구했다는데, <지렁이의 활동이 어떻게 부식토를 만드는가>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지렁이에 대해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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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병진

"흙을 뒤섞는 데 쓰는 쟁기는 인간의 발명품 가운데 가장 오래되고 귀중한 것입니다. 하지만 인간이 이 세상에 나타나기 오래 전부터 지렁이는 끊임없이 자연 상태의 흙을 뒤섞어 왔습니다. 또 지금도 지렁이는 계속해서 흙을 뒤섞어 주고 있습니다. 지구 역사상 이 보잘것없는 동물만큼 중요한 역할을 해 낸 동물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지렁이가 산업사회 이후 큰 위기에 처해있다. 인간이 사용하는 농약 등 각종 공해물질들로 설자리를 거의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지렁이가 없는 땅은 죽은 땅이다. 온몸으로 생명을 살리는 환경 운동을 맹렬히 전개하고 있는 지렁이들을 푸대접을 해도 이만 저만이 아니다. 이대로 가다간 지렁이를 괄시하는 인간들도 얼마 못가 결국은 종말을 고하고 말 것이다.

지은이는 호주에서 처음으로 지렁이 응가를 이용하는 데 앞장선 일 때문에 '지렁이 응가 아줌마'로 유명한 사람이다. 그는 이 책에서 지렁이가 있음으로 해서 땅을 살리고, 자신의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으며, 쓰레기 매립장을 줄일 수 있다고 역설한다. 그리고 지렁이를 키울 수 있는 방법도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다.

지은이가 사는 호주 브리스베인에는 지렁이들의 천국이라고 할 수 있는 지렁이 농장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2억 마리가 넘는 지렁이가 일주일에 인간의 응가 400톤을 처리해서 일 년이면 7천 톤의 지렁이 응가를 만들어낸다.

이는 해마다 축구장 6천 개 만큼의 흙을 살려내는 것에 해당한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다. 인간의 응가와 음식물 쓰레기 처리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우리도 시급히 지렁이 농장들을 곳곳에 만들어야할 때가 아닐까 싶다.

지렁이 카로 - 쉐퍼 선생님의 자연 학교

이마이즈미 미네코 지음, 강라현 옮김, 김우선 그림,
사계절,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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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솔샘교회(solsam.zio.to) 목사입니다. '정의와 평화가 입맞추는 세상' 함께 꿈꾸며 이루어 가기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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